주간동아 1110

2017.10.25

특집 | 애터미 10년의 약속

“미쳐야 미칠 수 있습니다”

신용불량자에서 1조 기업 일군 박한길 애터미 회장

  •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입력2017-10-23 16: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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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터미 첫 세미나에 17명이 모였어요. 그때 제가 이렇게 말했죠. 여러분 이 사업을 같이 해야 합니다. 같이 해서 ‘스타마스터’가 되면 1000만 원을 드리겠습니다. ‘로열마스터’가 되면 5000만 원을 드리겠습니다. 다들 눈이 커져요. 그 위 ‘크라운마스터’가 되면 3억 원을 드리고 에쿠스 한 대도 줄 겁니다. 당시 제가 세미나장에 타고 간 차는 280만 원짜리 중고 카니발이었어요. 폐차 직전 그 차가 전 재산이었죠. 그런 제가 에쿠스를 주겠다고 큰소리를 친 겁니다. 최고직급인 ‘임페리얼마스터’에게는 10억 원을, 그것도 1만 원권으로 바꿔서 주겠다고 했어요. 앞으로 여러분은 매달 5000만 원, 7000만 원씩 받는 사업자가 되고, 전 세계로 뻗어가는 글로벌 사업자가 될 거라고도 했습니다. 그때 우리 회사는 1000만 원이 없어 사무실을 얻지 못했어요. 3개월간 카니발이 사무실이고 차 트렁크가 제품 창고였죠. 직원이라고는 회장과 부사장 달랑 두 명. 부사장은 친동생이었죠. 대표이사도 없었어요. 둘 다 신용불량자라 대표이사를 할 수 없었거든요. 그래도 저는 어차피 회장 될 거니까 처음부터 회장이라 하고, 이 회사로 전 세계를 석권하겠다고 당당히 얘기했습니다.”

    애터미는 박한길(61·사진) 회장이 2009년 설립한 토종 다단계판매기업이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마트 수준의 합리적 가격에 판다는 전략으로 해마다 고속성장을 거듭해 올해는 국내 9000억 원, 해외 2000억 원 등 1조 원 이상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쳤다 소리 들으며 세운 목표

    애터미는 백화점이나 마트 등을 거치지 않고 판매원이 직접 소비자에게 제품을 홍보, 판매한다. 또 별도의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는 대신 그 비용을 후원수당 등 명목으로 판매원들에게 나눠준다. 현재 애터미 등록 회원은 국내에만 300만 명에 육박하며, 해외 회원도 100만 명이 넘는다.

    애터미 판매원은 직급에 따라 세일즈마스터부터 임페리얼마스터까지 7단계가 있는데, 올해 최고직급인 임페리얼마스터가 처음 탄생했다. 10월 1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승급식에서 박 회장은 첫 세미나에 모인 17명 가운데 1명이던 박정수 씨가 임페리얼마스터가 된 것을 축하하며 창업 당시 약속대로 현금 10억 원을 지게차로 떠서 전달했다.



    “10억 원을 주겠다고 큰소리친 그날 저녁 집에 가자마자 제가 한 일이 1만 원권 100장을 세서 무게를 단 거예요. 10억 원이면 110kg쯤 돼요. 무게를 알고 나니 그걸 어떻게 주나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때 머릿속에 지게차가 떠올랐어요. 이후 사람들 앞에서 임페리얼마스터에게 현금 10억 원을 지게차로 떠서 주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죠. 아마 듣는 사람들은 미쳤다고 생각했을 겁니다.하지만 저는 돈 무게까지 계산해 철저하게 머릿속에 그렸어요. 그리고 온 동네 사람들에게 발표했죠. 만약 실현되지 않으면 저는 왕사기꾼이 되는 거예요. 지금은 10억 원을 주는 것을 다 믿잖아요. 주변에서 미쳤다는 소리가 나와야 목표를 이룰 수 있습니다.”

    박 회장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가 미래를 기획해 실천을 통해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그러려면 인생 시나리오를 치밀하게 작성해 3년 뒤, 5년 뒤 내가 살고 싶은 삶이 머릿속에 담겨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날 박정수 임페리얼마스터 외에도 새로 크라운마스터가 된 4명 등 5000여 명 판매원의 승급식이 열렸다.

    박 회장은 진정한 성공을 ‘균형 잡힌 삶’에서 찾는다. 그가 말하는 균형 잡힌 삶이란 육신과 영혼, 그리고 자신의 주변을 골고루 만족시키는 삶이다. 즉 △풍요롭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하는 욕구 △양심에 따라 살고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살고 싶은 욕구 △배움을 통해 지적으로 살고 싶은 욕구 △자연과 사회에 공헌하며 살고 싶은 욕구 등 4가지를 갖춰야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고 얘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균형 잡힌 삶을 위해서는 부자가 돼야 한다. 부자가 되려면 생각을 경영해야 한다.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이 한 편의 영화처럼 돌아가는 것이 생각을 경영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머릿속 생각이 내 몸을 변화시킨다” “여러분이 성공자가 되고자 한다면 여러분의 모습이 성공자의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 등이 박 회장이 말하는 성공의 법칙이다.



    “미래에 대한 머릿속 생각이 내 몸을 변화시켜”

    실제로 8년 전 신용불량자였던 박 회장은 애터미를 지난해 국내 매출액 7735억 원, 영업이익 931억 원, 당기순이익 816억 원에 총자산 2277억 원 중 1293억 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한 회사로 키웠다(금융감독원 공시자료). 국내 다단계판매 회사 매출 순위는 한국암웨이에 이어 2위. 화장품, 건강보조식품, 칫솔, 치약 같은 생필품을 파는 유통회사 애터미는 ‘절대품질 절대가격’이라는 원칙을 앞세워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기업일 뿐 아니라, 판매원들에게 지급하는 후원수당(창사 이후 올해 일사분기까지 지급액 1조313억여 원) 등으로 모두가 잘사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 또한 애터미에 납품하는 50여 개 협력업체(애터미에서는 힘을 합친다는 의미에서 협력 대신 합력이라고 한다)인 중소기업과 동반성장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그러나 박 회장이 마지막에 강조하는 것은 나눔이다. “돈은 들어올 때보다 나눠줄 때가 훨씬 기쁘다. 벌어서 남 주나 하지만, 남 주려고 버는 것”이라며 “그동안 돈을 버는 시스템을 만들려 노력했다면 이제는 돈을 잘 쓰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미 ‘공주시 고마공주 사랑의 빵 나눔사업’ ‘애터미 사랑나눔 바자회’ ‘애터미 사랑의 연탄 나눔’ 등 나눔 활동과 ‘캄보디아 뻦머꽃 초등학교 무상급식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미래 세대를 위해 앞으로 국내외에 학교 100개를 세우겠다는 희망도 피력했다.

    “인생 시나리오를 작성하라고 하면 밤새 고민하다 그냥 펜을 내려놓았다는 분들이 있어요. 정말 내가 한 달에 5000만 원을 버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이뤄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두려워하다 그만두는 사람이 제법 많아요. 이때 용기가 필요합니다. 용기란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니라 두려움과 맞서는 거예요. 빈털터리이던 제가 10억 원을 지게차로 떠서 주겠다고 큰소리칠 때 제 마음속에 두려움이 없었겠어요? 저도 사실 굉장히 두려웠거든요. ‘그래, 용기를 내야 해. 이 두려움에 내가 지면 안 돼, 이 두려움과 맞서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나처럼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오직 그 생각으로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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