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0

2017.10.25

와인 for you

대하구이에 곁들이면 일품인 지중해의 ‘황금’

라 바이아 델 솔레의 ‘오로 디제’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7-10-23 16: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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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하는 가을의 별미다. 두툼하게 깔린 소금 위에서 분홍빛으로 익어가는 싱싱한 대하를 보고 있으면 와인 생각이 절로 난다. 대하구이에 어울리는 와인은 무엇일까. 해산물에는 역시 화이트 와인이지만, 그중에서도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은 새우 요리와 환상적인 궁합을 이룬다.

    이탈리아 북서부에 위치한 리구리아(Liguria) 주는 해산물 요리와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하다. 지중해를 따라 좁고 긴 반원형의 지형을 형성한 이곳은 항구도시 제노바와 휴양지 친퀘테레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로마시대 리구리아는 대리석과 와인으로 이름을 떨쳤다. 카라라산에서 캔 대리석은 피렌체 두오모와 다비드상을 만드는 재료로 쓰였고, 콜리 디 루니(Colli di Luni  ·  루니 언덕) 지역에서 만든 와인은 팔마(Palma)로 불리며 로마인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루니 항구는 대리석과 와인을 싣고 로마로 향하는 배로 북적였다. 항구는 모래가 유입돼 10세기부터 그 기능을 상실했지만, 콜리 디 루니 지역은 지금도 리구리아 와인의 70%를 생산하고 있다.

    라 바이아 델 솔레(La Baia del Sole)는 루니 항구가 있던 자리에 설립된 와이너리다. ‘태양이 비치는 만’이라는 뜻처럼, 이곳 포도는 지중해의 강렬한 햇살 속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란다. 라 바이아 델 솔레의 와인 가운데 오로 디제(Oro d’Isee), 우리말로 ‘이제의 황금’이라는 뜻의 화이트 와인이 있다. 이제는 라 바이아 델 솔레를 운영하는 페데리치(Federici) 가족의 고조할아버지 이름이다. 고조할아버지는 제일 좋은 포도로 만든 와인을 따로 깊숙이 보관했다 특별한 날에 가족과 마셨다고 한다. 고조할아버지의 이런 마음을 이어받고 그를 기리고자 만든 와인이 오로 디제다.



    오로 디제는 베르멘티노(Vermentino)라는 이탈리아 토착 포도로 만든다. 잘 구운 대하를 초고추장에 찍어 입에 넣고 몇 번 씹다 오로 디제를 한 모금 마시면 그 어울림이 꽤나 맛깔스럽다. 통통하고 탄력 있는 대하의 질감이 와인의 묵직함과 썩 잘 어울리고, 매콤달콤한 초고추장은 와인의 농익은 사과향과 상큼한 조화를 이룬다. 와인의 여운에서 느껴지는 꽃향과 허브향은 대하의 비릿한 뒷맛을 깔끔하게 씻어준다.



    사르티콜라(Sarticola)는 라 바이아 델 솔레가 만드는 최고급 베르멘티노 와인이다. 사르티콜라를 생산하는 밭은 해발 330m에 위치한다. 고지대에서 강한 햇빛을 받고 자란 베르멘티노로 만들어 사르티콜라는 훨씬 더 묵직하고 질감이 촘촘하다. 열대과일향이 달고 진하며, 꽃향과 미네랄향은 와인에 복합미를 더한다. 해산물과도 잘 어울리지만 닭고기나 돼지고기에 곁들여도 좋은 와인이다.

    라 바이아 델 솔레는 최근 상복이 터졌다. 오로 디제는 대전에서 열린 2017년 아시아와인트로피에서 금상을, 사르티콜라는 2016년 베를린와인트로피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페데리치 가문의 와인에 대한 열정, 인내, 경험이 빛을 발한 것이다. 
    어느덧 10월 말이다.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 오로 디제와 사르티콜라를 챙겨 대하구이를 먹으러 나서야겠다. 와인에서 느껴지는 지중해의 햇살과 바람이 서해안의 붉은 노을과도 근사한 마리아주(mariage)를 이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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