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0

2017.10.25

인터뷰

“스무 살 넘은 지방자치 진정한 분권으로 나아가야”

김선갑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7-10-23 15: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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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갑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57·더불어민주당·광진3선거구)은 우리나라 ‘풀뿌리 민주주의’ 역사의 산증인이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에서 광진구의회 의원에 당선되며 의정활동을 시작했다. 두 차례 구의원을 지낸 뒤 2010년부터는 서울시의회 의원으로 일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이자 전국시도의회 운영위원장협의회 회장이기도 하다. 국회에서 ‘지방분권형 개헌’ 논의가 한창인 지금 김 위원장을 만나 진정한 지방분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왜 지방분권이 중요한가.
    “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중앙집권 방식으로는 국민의 다양한 행정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다. 지방정부가 권한과 책임을 갖고 지역 실정 및 주민 요구에 따른 ‘맞춤형 행정’을 펼쳐야 정책의 효율성과 민주성이 높아진다.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는 민주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22년 된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를 어떻게 평가하나.
    “그사이 발전한 부분이 많지만 아쉬운 점도 적잖다. 특히 중앙 위주의 조세·재정 정책이 문제다. 전국 243개(광역·기초 포함) 지방자치단체(지자체) 가운데 123개가 지방세 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도 충당하지 못한다. 서울시 자치구 25개 중에서도 14개가 이에 해당한다. 지방정부 재정자립도도 1995년 63.5%에서 올해 53.7%로 22년 새 오히려 낮아졌다. 가용재산이 전혀 없는 지자체가 뭘 할 수 있겠나.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지자체장 선거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왜 우리나라 지자체 상당수가 그렇게 가난한가.
    “지방재정 세입 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 대 2 수준이다. 일본 등 선진국은 지방세 비중이 전체 세금의 40% 정도로, 우리나라의 2배에 이른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지방분권 강화 및 균형발전’을 강조하고, ‘지방의 재정 자립이 실현될 수 있도록 강력한 재정분권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방세 비중을 당장 40%까지 높이기는 어렵겠지만 30%만 확보해도 국민 삶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안정적 지방재정 확보 필요성

    문 대통령 공약집의 ‘지방분권 강화 및 균형발전’ 항목에는 ‘지방의원 입법정책 지원 전문 인력 확충’에 대한 내용도 있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각 지방의회가 입법 활동, 예산 심의, 행정사무 감사 등의 업무를 잘 수행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예산 심의가 매우 중요하다. 서울시를 예로 들면 2017년 예산이 40조 원(서울시교육청 예산 및 기금 포함)에 이른다. 의원들이 그 내용을 꼼꼼히 분석해 불요불급한 걸 거르거나 시급히 반영해야 할 사안을 추가하지 않으면 시정이 어떻게 되겠나. 그런데 서울시가 예산안과 함께 제출하는 부속서류가 15개나 된다. 그중에서도 사업별 설명서 자료가 가장 방대하다. 차곡차곡 쌓아봤더니 내 어깨 높이까지 오더라. 서울시가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한 뒤 상임위원회별로 예비심사를 하기까지 의원들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열흘 남짓하다. 이런 환경에서 심도 깊은 예산 심의를 하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

    이를 지원할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는 얘긴가.
    “그렇다. 국회의원의 경우 인당 9명까지 보좌진을 둘 수 있다. 그런데 지방의회 의원은 단 1명의 보좌인력도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19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이를 개선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냈으나 폐기됐다. 현재는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지방의회 재적의원 총수만큼 정책보좌관을 둘 수 있도록 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서울시의회 시의원이 106명이니, 이 법이 통과되면 정책보좌관 106명을 선발할 수 있다.”

    추가 예산이 필요한 일 아닌가.
    “서울시가 정책보좌관 106명을 추가 고용할 경우 인건비는 연간 40억 원대로 추산된다. 이 비용을 투입해 연간 40조 원 규모의 예산을 심도 있게 점검하는 것이 시민의 삶에 오히려 득이 되지 않을까. 이것이 예산 낭비인지는 국민이 판단할 문제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지방의회, 나아가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아져야 가능한 일일 것 같다. 지방의원으로서 우리나라 지방의회의 역량을 어떻게 평가하나.
    “그 안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답하기 쉽지 않다. 다만 ‘지난 20여 년간 지방의회 구성원의 면면이 크게 달라졌다’는 얘기는 분명히 할 수 있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1990년대에는 토호세력이 의회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광역의원 중에도 대졸자가 많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은 광역의원 대다수가 대졸자고 석사 학위 소지자도 많다. 학력이 전부는 아니지만 최소한 자질 시비가 나올 환경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시민단체 등의 평가 및 감시 활동도 활발해졌다. 과거엔 지역 행사와 주민 애·경사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민원 해결을 잘하는 의원을 ‘일 잘하는 의원’이라고 평가했다. 최근엔 정책 역량을 키우려는 의원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김 위원장도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주관하는 ‘지방의원 매니페스토 약속대상’을 2010년부터 7년 연속 수상했다고 들었다. 최근에는 ‘50플러스세대 인생 제2막을 사는 법’이라는 책도 냈던데.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유권자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책을 펴낸 것도 그렇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점점 낮아지고 노인 인구는 빠르게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경쟁력과 경제의 활력을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해법으로 생각한 것이 ‘50플러스세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다. 만 50세 이상 65세 미만인 ‘50플러스세대’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끈 주역이다. 지금은 상당수가 조기 퇴직하거나 영세 자영업자로 살아가고 있다. 이들을 다시 우리 사회 중심에 서게 하는 정책을 담았다.”

    정치인으로서 직접 이런 정책을 펴고 싶다는 욕심은 없나. 구청장 출마설도 나온다.
    “그건 내가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시민의 복리 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삼지 않겠나. 지금은 그것을 이루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확대를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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