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9

2017.10.18

국감

있으나 마나 한 문화접대비

몰라서 못 쓰나, 알고도 안 쓰나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7-10-17 10: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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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2월 참여정부는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제1차 서비스산업 경쟁력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문화예술 분야를 서비스산업으로 적극 지원, 육성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2007년 6월 ‘문화접대비’ 제도를 도입했다. 거래처를 접대할 때 공연(연극·뮤지컬), 전시, 음악, 스포츠, 책 등 이른바 ‘문화’를 매개로 접대비를 지출할 경우 접대비 손금 산입 한도액을 넘어도 추가 산입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즉 문화접대비를 지출하면 그만큼 법인세를 깎아주겠다는 얘기였다. 제도 도입 당시 정부는 기업들이 문화접대비 한도를 모두 사용할 경우 170억 원의 법인세 감면 효과가 있으리라 추산했다.

    문화접대비 제도는 2012년 접대비 총액의 3% 초과 기준이 1%로 대폭 낮아졌고, 다시 2년 뒤에는 1% 초과 기준마저 없어졌다. 문턱만 낮아진 게 아니라 한도액도 기존 전체 접대비의 10%에서 20%로 2배가 늘어났다. 이 같은 제도의 변천은 기업에게 문화접대비의 문턱을 대폭 낮춰 음주와 유흥 등 향응성 접대보다 문화적 접대를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그럼에도 기업은 문화접대비 사용을 크게 늘리지 않았다. 2012년 48만여 개 기업이 접대비로 8조7701억 원을 지출했는데, 이 중 714개 기업만 45억 원을 문화접대비로 사용하는 데 그쳤다. 전체 접대비에서 문화접대비의 비중은 0.05% 수준이다. 지난해에도 접대비 10조8952억 원 가운데 문화접대비는 75억 원으로 0.06%에 불과했다.



    기업 0.18%만 문화접대비 사용

    심지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마저도 문화접대비를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접대비로 634억 원을 쓰는 동안 문화접대비로는 한 푼도 지출하지 않았고, 지난해 처음으로 900만 원을 썼을 뿐이다.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문화접대비 제도가 기업들로부터 외면받는 가장 큰 이유는 ‘제도 자체에 대한 무지’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문화접대비 지출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500개 법인 가운데 22.2%만 문화접대비 제도를 알고 있었다. 문화접대비를 지출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물음에는 ‘문화접대 방식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응답이 70%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은 “기업 처지에서 문화접대비 제도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이유를 분석해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말까지 시행될 예정이던 문화접대비 제도는 세법 개정을 통해 2020까지 3년 더 연장됐다. 노무현 정부가 탄생시킨 문화접대비 제도가 문재인 정부 들어 기업들의 접대 문화에 얼마나 깊이 뿌리 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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