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8

2017.10.04

사회

청소년기 중독적 인터넷 사용 성인기 과음·흡연과 밀접

동아일보-채널A 공동 주최 ‘2017 행위 중독 치유 해법 포럼’ 26일 개최

  • 김진수 동아일보 출판국 콘텐츠비즈팀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17-10-03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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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독(addiction).’ 일반인과 의학 전문가 모두에게 이것만큼 빈번히 언급되는 단어도 드물 것이다.

    한때 중독은 과도한 일반적 쓰임새 탓에 정신의학적 진단을 위한 단어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2013년 발간된 미국정신의학회(APA)의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5판(DSM-5)’에선 이 단어를 다시 사용하고 있다. 아울러 중독의 범주에 알코올이나 약물 같은 물질에 대한 의존·남용 등을 포괄하는 기존 ‘물질중독(material addiction)’ 외에도 도박 중독, 인터넷 게임 중독, 성(性) 중독 같은 ‘행위 중독(behavioral addiction)’의 개념을 확장, 포함했다.

    이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임상진료에서 중독질환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는 추세를 반영한다.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중독을 단순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 ‘질병’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과 향후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는 예측도 시사한다.

    9월 26일 동아일보와 채널A가 공동 주최한 ‘2017 행위 중독 치유 해법 포럼’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행위 중독의 위험성을 알리는 동시에, 효과적인 국가·사회적 차원의 예방 및 치유법을 제시하고 토론을 통해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전문가들은 행위 중독이 현재와 미래의 국민 건강을 위한 긴요한 이슈임을 강조하고, 풍부한 연구 결과 및 임상 경험을 토대로 인터넷 중독과 스마트폰 중독, 도박 중독 등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행위 중독과 관련 산업 육성, 적대적 관계 아냐”

    이번 포럼에서 기조 발표에 나선 이상규 한림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물질 중독과 달리 행위 중독은 특정 물질이 직접 뇌에 들어가지 않지만 특정 행위에 따른 만족 경험과 강력한 기억, 다시 그 보상을 경험하기 위한 반복적 행동이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는데도 그만두지 못하고 강박적으로 지속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 교수는 또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이라는 긍정적 측면 뒤에 도사린 인터넷 중독 등 다양한 행위 중독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적절한 관리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주제 발표에서 첫 연사인 조근호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과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행위 중독 관리와 효율적 개입을 위한 국가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조 과장은 “행위 중독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사람들을 흔히 관련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훼방꾼쯤으로 여기는 오해가 존재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행위 중독과 관련 산업 발전 문제는 완전히 별개의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행위 중독 문제를 제기하는 어떠한 연구자나 임상가도 인터넷 게임 등 관련 산업의 위축을 바라지 않으며 그 자체에 다양한 선용(善用)의 가능성이 있다고 믿지만, 다만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는 폐해에 대해선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 과장은 “최근 청소년의 중독 문제를 종단(縱斷)적으로 분석한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기의 중독적인 인터넷 사용이 초기 성인기의 과음 및 흡연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또한 “인터넷 게임 중독은 PC방 접근성, 게임 광고 등 사회적 요소와 연관성이 높은 만큼 행위 중독 문제는 정책적 측면에서 사회 환경과 제도를 개선함으로써 효율적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 과장은 “행위 중독 만연과 관련 산업 육성 간 갈등은 보건, 교육, 여가, 산업, 기술 등의 발전을 정부 각 부처의 처지에서 앞다퉈 주장함으로써 자초한 것으로, 국민 정신보건의 미래는 어느 순간 실종돼버렸다”며 “행위 중독과 관련 산업 육성을 적대적 관계로 규정하기보다 조화롭게 고려함으로써 국민 행복을 달성할 수 있는 공동 과업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스마트폰 중독, 아동·청소년 보호 가이드라인 시급  

    두 번째 주제 발표에 나선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한국중독정신의학회 중독센터 행위중독특임위원장)는 인터넷·스마트폰 중독의 현실과 사회적 조절 전략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현재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80%를 넘어서면서 ‘스몸비’(smombie·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길을 걷는 사람들로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의 합성어), ‘카페인’(카카오톡·페이스북·인스타그램) 중독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갖가지 폐해가 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국가와 산업계는 신산업을 통해 인간의 사고와 습관, 행동에 새로운 양상이 만들어질 때면 늘 장단점, 편익과 손해 등에 대한 예측이 가능토록 안내하고 교육과 지도,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며 “유럽연합(EU)의 많은 가이드라인처럼 특히 아동·청소년 보호에 관한 기준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위 중독의 대표격은 도박 중독이다. 주제 발표의 마지막 연사인 김양태 계명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도박 중독은 흔히 니코틴 의존, 알코올 및 약물 의존, 기분장애, 불안장애 등과 혼재한다”며 “치료가 어느 정도 진행돼 일정 기간 도박을 끊게 되면서 환자는 긴장이 풀리고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데, 불행히도 이때 재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치료는 장기간에 걸쳐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포럼은 사전 등록한 관련 분야 전문가와 학계·정부·국회·민간 관계자 등이 대거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중독의 공존…두 가지 이상 혼재 사례 흔해알코올 중독자의 도박·인터넷 중독, 일반인의 2~3배
    미국중독의학협회(ASAM)는 중독을 ‘보상, 동기, 기억, 그리고 이와 관련된 뇌 회로의 일차적이며 만성적인 질환’으로 정의한다. 이는 중독을 설명하는 데 가장 핵심적 요소다. 중독을 크게 물질 중독과 행위 중독으로 구분하더라도 실제론 두 가지 중독이 공존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 둘 다 유사한 발생기전을 가지며 한 가지 중독은 다른 중독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국내 한 실태연구(강원 춘천지역 대상)는 알코올 중독자의 도박 또는 인터넷 중독 발생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2~3배 높으며, 니코틴 중독이 있을 때 알코올 중독이 될 확률보다 니코틴 중독과 인터넷 중독이 있을 때 스마트폰 중독이 될 확률이 더 높다고 제시했다. 또한 이러한 중독이 2개 이상 공존하는 경우가 30%를 넘었다고 보고했다.

    이번 포럼의 전문가 종합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이상규 한림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물질 중독과 달리 행위 중독은 특정 물질이 실재하지 않는 인간의 특정 행동에서 기인하므로 다양성, 변이성, 융합성 등 물질 중독과는 구별되는 특성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행위 중독이 새로운 양상으로 진화할 가능성을 걱정스럽게 예상하는 근거다. 실제로 인터넷 도박의 만연으로 성인은 물론, 청소년 도박까지 늘어나는 추세이며 인터넷 게임의 유흥 속성에 도박의 사행 속성을 결합한 게임 프로그램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 교수는 “미래에 더 걱정되는 것은 향후 새로운 게임, 도박, 음란물이 합종연횡하고 이러한 새로운 자극 추구 행동이 더 심각한 중독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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