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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추석을 잊은 사람들

“열흘 집중하면 수능 등급 바뀐다”

대치동 학원가 추석 특강에 전국 각지에서 수험생 몰려

“열흘 집중하면 수능 등급 바뀐다”

“열흘 집중하면  수능 등급 바뀐다”

학원이 밀집돼 있는 서울 대치동 풍경.[조영철 기자]

9월 30일~10월 9일. 누군가에겐 긴 연휴이고, 다른 누군가에겐 혹독한 담금질의 시간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교육 1번지’ 사람들은 물론 후자 쪽이다.

사교육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둔 추석 연휴는 원래 대치동에서 대목으로 통한다. 수능 전 ‘막판 총정리’를 원하는 수험생이 전국에서 몰려들어 그렇잖아도 붐비는 학원가가 불야성을 이룬다는 얘기다. 특히 올해는 사상 유례없이 긴 연휴 덕에 그 수가 더욱 늘어나는 분위기다. 학원들도 일찌감치 ‘추석 특강’을 편성하고 수강생 모시기에 나섰다.



명절 분위기 없는 대치동의 가을

올 추석 대치동에 특강이 늘어난 또 다른 원인은 지난해 개통한 수서고속열차(SRT)다. KTX만 있던 시절에도 지방 수험생이 연휴 기간 대치동에 오기는 했다. 하지만 서울역이나 용산역에서 내린 뒤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시 대치동까지 이동하는 과정이 번거로워 수강 인원이 많지는 않았다는 후문이다. 서울지하철 3호선으로 대치동과 한번에 연결되는 SRT는 이 번거로움을 크게 줄였다. 이후 전국 각지 학생의 대치동에 대한 물리·심리적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 입시컨설턴트는 “올해 초부터 대치동 학원들이 지방 거주 학생 또는 재수생을 대상으로 주말 특강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일부 ‘열혈 부모’가 아이를 자가용에 태워 와 수업을 듣게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SRT를 타고 오는 수험생들 덕에 ‘주말 특강’ 수요가 크게 늘었다. 그 흐름이 이번 추석 연휴 특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어쨌든 대치동 사람들에게 9월 말, 10월 초는 명절이나 연휴가 아닌 ‘집중 학습의 시간’이다. 입시컨설턴트 이미애 씨는 “주 1회 수업을 하는 학원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10회 강의는 두 달 반 분량에 해당한다. 중간·기말고사 기간에 일반 수업을 안 하는 걸 감안하면, 추석 연휴 열흘 동안 매일 하루 한 번씩 강의할 경우 거의 한 학기 분량에 해당하는 진도를 끝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험생이나 학원 관계자 모두에게 이 기간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학 입시를 목전에 둔 고3 및 재수생에겐 이번 연휴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각 학원에서 제작한 추석 특강 안내문을 보면 이번 연휴 대치동 학원가의 주요 타깃이 이들이라는 사실이 확인된다.

한 유명 학원은 ‘수능 만점을 위한 마지막 한 걸음, 한가위 특강’을 마련했다. 연휴 기간을 오롯이 미적분, 공간도형벡터 등 고난도 수학 분야에 투자해 수능 만점을 노리자는 제안이다. 또 다른 학원은 ‘연휴 열흘을 투자하면 수능 ‘수리 가형’ 등급이 바뀐다’는 홍보 문구를 내걸었다. 이번 연휴 기간 ‘고난도 문법 수업과 실수 제거 훈련’ 등을 통해 ‘(수능) 국어 만점을 예약’하라는 학원도 있다.

열흘 연휴 내내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학원 생활을 하도록 ‘추석 연휴 집중 학습 캠프’를 마련한 곳도 있다. 이 학원 관계자는 “열흘이 꽤 긴 시간처럼 느껴지지만 이 학원, 저 학원 옮겨 다니며 이 특강, 저 특강을 듣다 보면 어영부영 흘러가버릴 수 있다. 우리는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짜고, 해당 과목의 숙제와 자율학습 시간까지 확보해 시간 활용의 효율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명절 학원가에 ‘수능 특강’만 있는 건 아니다. 9월 말 마무리된 수시모집 전형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한 논술과 면접 특강도 인기다. 특히 ‘연·고대 특기자 전형 모의면접’ ‘서울대·카이스트 수학 심층’ ‘울산대 의학논술’ 등 특정 대학 이름을 내건 특강 프로그램들이 눈에 띈다. 이에 대해 한 사교육업계 관계자는 “수시모집 원서를 낸 수험생은 지원한 대학에 꼭 맞는 수험 준비를 하길 원한다. 전국 수험생이 모여드는 대치동은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노하우가 있는 곳”이라며 “오랜 세월 입시 강의만 해온 전문가들이 대학별 유형을 분석해 그에 맞는 특강을 구성하고, 이를 신청한 학생은 자신의 경쟁자들과 같은 공간에서 수업을 들으며 서로의 수준을 가늠한다. 이런 분위기가 입소문이 나면서 추석 특강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내신 대비·입시 컨설팅도 추석이 ‘대목’

“열흘 집중하면  수능 등급 바뀐다”

추석 연휴를 맞아 전국 각지 학생들이 서울 대치동으로 모이고 있다. 사진은 대치동의 수험생 거주 시설.[박해윤 기자]

지방 수험생이 대치동에서 열흘가량 집중 수업을 들으려면 머물 공간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학사’라 부르는 대치동 일대 수험생 거주 시설은 추석을 전후해 빈방을 찾기 어려울 만큼 인기다. 일부 학원은 뒤늦게 특강을 예약해 숙소를 구하지 못한 수강생에게 연휴 기간 이용할 수 있는 안전한 학생용 숙소를 소개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추석 연휴를 대치동에서 보내는 학생 중에는 고1, 고2도 적잖다. 일부 학원은 추석 후 중간고사를 치르는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내신 대비 특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학기 기말고사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을 뽑아내 집중적으로 정리하는 ‘기말고사 내신 대비반’을 운영하는 학원도 있다. 한 입시컨설턴트는 “고3이나 재수생이 9박 10일 내내 특강을 듣는다면 고1, 고2는 연휴의 일부를 쪼개 ‘공부도 좀 하는’ 정도가 많다. 대한민국 고교생을 열흘씩 놀도록 내버려두는 부모는 거의 없지 않나. 그러다 보니 학원들도 수요에 맞춰 강의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학원은 추석 연휴에 워킹 맘, 워킹 대디를 위한 학부모 교실을 열기도 한다. 입시컨설턴트 신혜인 씨는 “학생부종합전형이 대입의 대세가 되면서 많은 부모가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궁금해한다. 평소 직장생활 때문에 정보를 수집하기 어려운 부모를 위해 연휴 기간 특강을 마련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 연휴 동안 초·중등생을 대상으로 ‘학종 대비법’ 특강도 진행한다.

대치동에서 10년 이상 수학을 강의해온 한 강사는 “원래 대치동에는 명절도, 휴가도 없다. 365일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이곳에서 학원 강사는 남들 일할 때 일하고, 남들 다 쉴 때 더 일한다. 특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여유 시간이 생길 때 가장 바빠진다”며 웃었다. 언론이 떠들어대는 ‘사상 최장 연휴’는 이들에게 딴 세상 얘기인 셈이다.




입력 2017-10-03 09:00:02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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