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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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 장르별로 꽉 채운 영화 상차림

‘남한산성’의 의미 ‘킹스맨’의 재미 ‘아이 캔 스피크’의 감동

  • 구가인 채널A 문화과학부 기자 comedy9@donga.com

    입력2017-10-03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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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기만 해도 흐뭇해 서너 달 전부터 몇 차례 미리 넘겨본, 장장 열흘간의 추석 연휴가 드디어 시작됐다. 3박 4일은 친지와 보내고, 2박 3일쯤 여행을 다녀와도 며칠이 남는다. 영화를 자주 보지 않는 이도 어쩔 수 없이 하루 정도는 극장을 찾을 터. 긴 연휴를 심심하지 않게 채워줄 기대작들을 소개한다.

    의미 있는 영화를 찾는다면  ‘남한산성’

    영화에서 묵직한 울림을 갈구하는 관객에겐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을 추천한다. 특히 사극 팬이라면 오랜만에 나온 정통 사극을 반길 만하다.

    이 작품은 대중영화로서 쉽지 않은 길을 택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636년 병자호란.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피란을 떠나고 결국 청에게 굴욕적인 항복을 하는 ‘패배의 역사’를 소재로 삼았다.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이 영화는 가벼운 애국심을 자극하거나 전쟁의 스펙터클에 의존하지 않는다. 영화의 큰 줄기는 명·청 교체기 임금과 나라의 운명을 두고 척화론자인 김상헌과 화친론자인 최명길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부분이다. 한쪽에 힘을 실어주기보다 두 사람 모두에게 나름의 명분을 부여한다.
     
    영화는 원작의 장점을 잘 물려받았다. 나라의 운명을 두고 의견이 갈리는 과정에서 명대사가 넘쳐난다. 어떤 대사는 메모하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 예컨대 ‘명길은 삶을 죽음과 뒤섞어 삶을 욕되게 하는 자이옵니다’ 같은 대사다.

    메시지 역시 여러 가지로 해석 가능하다. 혹자는 380여 년 전 조선의 모습에서 강대국에 둘러싸인 현 한반도 정세를, 다른 이는 생의 엄혹함을 읽어내기도 한다. 무력한 인조, 김상헌과 최명길 같은 충신, 그 외 대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위기 속 바람직한 리더십은 무엇이고 조직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경영학적 고찰 역시 가능하다.

    영화의 백미는 배우들의 연기다. 김상헌 역의 김윤석과 최명길 역의 이병헌, 인조 역의 박해일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작정하고 연기 대결을 펼친다. 특히 김상헌과 최명길의 클로즈업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김윤석과 이병헌의 표정, 눈빛, 음성 등에서 느껴지는 힘이 상당하다.

    전작 ‘수상한 그녀’에서 코믹하고 발랄한 연출을 보여준 황동혁 감독은 이번에는 서늘하고 깊이 있는 작품을 내놓는 데 성공했다. ‘수상한 그녀’와 마찬가지로 음악과 영상의 어우러짐이 돋보인다. 영화 ‘마지막 황제’ 음악으로 잘 알려진 일본 작곡가 류이치 사카모토가 만든 영화음악은 눈발 날리는 깊고 혹독한 겨울과 아름답게 어울린다. 



    사극 취향이 아닌 가족과 함께 간다면 적잖은 눈총을 받을 위험이 있다. 사극 팬이라도 140분 가까운 러닝타임에서 한두 번쯤은 엉덩이를 달싹거릴 공산이 크다. 함께 영화를 보고 자못 비장해진 아빠에게 ‘막말’하는 중2병 자녀가 “제발 오버하지 마라”며 코웃음을 날려도 상처받지 말자.



    영화는 무조건 재미라고 생각한다면  ‘킹스맨 : 골든 서클’

    ‘킹스맨 : 골든 서클’(감독 매슈 본·킹스맨2)을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사람이 많다. 2015년 개봉한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킹스맨1)는 ‘청소년 관람 불가’(청불) 등급임에도 한국에서 관객 613만 명을 모으며 청불 외화 최고 관객 수를 기록했다. 덕분에 이번 개봉을 앞두고 콜린 퍼스를 비롯해 태런 에저턴, 마크 스트롱 등 출연 배우들이 아시아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을 찾았다.

    ‘킹스맨2’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킬링타임용으로 특화해 만든 영화다. 팝콘, 콜라와 함께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고급 슈트처럼 매끈하게 연출된 화면에 이른바 ‘병맛’이라 일컬어지는 B급 정서가 어우러지는 게 특징. 여성 팬이라면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고 말하는 원조 킹스맨 해리(콜린 퍼스 분)를 비롯해 훈남들의 ‘슈트발’에 끌릴 것이다.

    영국을 배경으로 한 전편과 달리 이번에는 활동 반경이 미국 남부까지 넓어졌다. 킹스맨들과 미국 카우보이가 협업한다는 설정이다. 주인공 에그시(태런 에저턴 분)는 비밀 첩보조직 킹스맨 본부가 갑작스러운 테러로 파괴되자 도움을 얻기 위해 미국 켄터키의 조직 ‘스테이츠맨’을 찾아간다. 이곳에서 죽은 줄만 알았던 해리와 재회한다. 전편이 에그시가 해리의 도움으로 킹스맨으로 변하는 과정을 담았다면, 이번엔 킹스맨이 된 에그시가 해리를 다시 찾아내고 그의 회복을 돕는 과정에서 한층 더 성장하는 모습을 그렸다.

    ‘킹스맨’의 악당들은 늘 최첨단 과학기술로 무장하고 그 나름의 문화적 취향도 확실하다. ‘킹스맨1’의 악당 발렌타인이 머릿속에 전자칩을 심어 대량학살을 일삼는 힙스터 사업가였다면, 1950년대 복고 스타일의 의상을 갖춰 입고 늘 우아한 미소를 짓는 ‘킹스맨2’의 악당 포피는 마약상이다. 기존 마약보다 더 중독성 강한 약을 만들어 뿌리고 이를 볼모로 세상을 협박한다. ‘킹스맨2’에는 로봇 개와 로봇 팔도 등장해 눈길을 끈다.

    다만 ‘킹스맨2’는 호평일색이던 ‘킹스맨1’과 비교하면 ‘형만 못한 아우’라는 게 중론이다. 기발한 방식으로 신체를 훼손하는 특유의 잔인함은 여전한데, 전편에서 보여준 발랄함과 기발함은 사라졌다. 배경이 미국으로 확대됐지만 딱히 볼거리나 이야깃거리가 풍부해진 느낌은 받기 어렵다.



    의미  ·  재미도 좋지만 아이가 있다면  ‘아이 캔 스피크’  ‘넛잡 2’

    온 가족이 즐겁게 관람할 가족영화를 찾는다면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가 제격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9급 공무원 청년의 우정을 그린 이 영화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소재를 다뤘을 뿐 아니라 소소하게 웃음을 준다는 점에서 권할 만하다.

    자녀 연령대가 15세 이하라면 좀 더 안전한 선택지는 애니메이션이다. 대표적으로 ‘넛잡 2’(감독 캘런 브런커)가 있다. 3년 전 개봉한 ‘넛잡 : 땅콩 도둑들’의 속편으로 땅콩 가게가 폭발하면서 위기에 처한 다람쥐 설리와 동물 친구들이 리버티 공원을 지키고자 연합작전을 펼치는 내용이다. 한국과 미국 제작진이 협업하고 중국 자본까지 더해졌다. 도시 쥐들의 리더 미스터 펭의 목소리 연기는 청룽(成龍)이 맡았다. 물론 미취학 아동이라면 한국어 더빙 버전을 봐야겠지만.

    이 밖에 재즈, 힙합, 탱고, 팝 등을 담은 뮤지컬 애니메이션 ‘딥’(감독 줄리오 소토 거피드)도 추석 연휴에 맞춰 10월 3일 개봉한다. 온난화로 육지가 바다에 잠긴 미래를 배경으로, 노란 꼬마 문어 딥이 위험에 빠진 바다 마을을 구하려고 전설의 고래를 찾아나서는 내용을 담았다.

    공주에 빠진 아이에겐  ‘리틀 프린세스 소피아 : 신비한 섬’(소피아)을, 일본 애니메이션 ‘요괴워치’ 시리즈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극장판 요괴워치 : 하늘을 나는 고래와 더블세계다냥!’(요괴워치)을 추천한다. TV 시리즈가 특히 유명한 ‘소피아’는 모험 스케일이 커졌고 러닝타임도 한 시간가량이지만 이야기 만듦새는 TV 에피소드와 유사하다. ‘요괴워치’는 2D와 3D 버전을 오가는 설정으로 애니메이션 절반 정도를 실사로 만들었다. 애니메이션 속 인물을 실제 배우가 구현하는 모습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포인트다.

    한편 극영화 못지않게 감동을 주는 다큐멘터리영화도 개봉했다. ‘인생을 애니메이션처럼’(감독 로저 로스 윌리엄스)은 가족이 함께 보기에 적당한 훈훈한 내용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통해 세상과 교류하는 자폐 청년 오웬이 독립하는 과정을 그렸다. ‘밤비’ ‘덤보’ ‘라이온 킹’ 같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흡입력을 강화한 것도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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