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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메가데스’ 시대가 온다

“수목장은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을 위한 복지”

1992년 윌리 자우터 첫 수목장 치러…인식 개선, 묘지 정보 DB 구축 필요

“수목장은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을 위한 복지”

“수목장은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을 위한 복지”

아름다운 숲이면서 동시에 추모 공간인 경기 양평 ‘국립하늘숲 추모원’ 풍경. 40〜50년 수령의 소나무 숲에 유골이 묻혀 있고 추모목에는 고인을 기리는 명패가 달려 있다.[동아 DB]

수목장을 처음 창안한 사람은 스위스 전기 기술자였던 윌리 자우터(Ueli Sauter). 그는 영국인 친구가 “내가 죽으면 화장한 뒤 유골을 경치가 아름다운 스위스의 산에 묻어달라”고 한 부탁을 실천에 옮겼다. 1992년 친구가 사망하자 스위스 마메른 뒷산 나무 밑에 유골을 묻은 게 수목장의 효시다. 이후 수목장은 나무와 숲을 사랑하는 유럽인 정서와 맞아떨어지면서 점차 확산됐다.

그러나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수목장을 하기에 산림 규모나 지형 등 자연환경이 적절하지 않아 우리 자연환경에 맞는 자연장을 연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또한 전국에 무질서하게 조성된 개인묘지(전국 묘지 중 75%)를 감안한다면 묘지 정보를 정확히 알 수 있도록 ‘묘지 정보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묘지만 봐도 누구 묘인지, 언제 매장됐는지 등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여기에 “수목장은 ‘비즈니스’가 아니라 ‘복지 차원’”이라는 인식 변화도 필요해 보인다. 수목장 창안자인 자우터의 ‘한국인을 향한 충고’는 이렇다.

‘나를 찾아온 한국사람들은 수목장을 장례 사업(business)으로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산을 장례 사업에 맞춰 개발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수목장은 장례 사업이 아니라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복지다.’(‘경기도 장사시설 중·장기 수급계획 수립 연구’ 중에서) 유럽 국가들의 수목장을 소개한다.



스위스 마메른 수목장

“수목장은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을 위한 복지”
자우터가 처음 수목장을 한 마메른은 독일과 스위스 사이에 자리한 인구 600여 명의 작은 전원 마을이다. 이곳은 울창한 숲과 산자락을 낀 포도밭 언덕이 있어 ‘숨겨진 지상낙원’으로 불린다. 헤르만 헤세가 소설 ‘데미안’을 썼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수목장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던 시절 주민 반발과 관청의 허가 지연 등에 막혀 수목장이라는 장법(葬法)은 아이디어가 태동한 지 7년 만에 공식 인정을 받았다. 1999년에야 스위스와 유럽연합(EU) 특허청이 ‘프리트발트(FriedWald·평화의 숲)’라는 상표 특허를 인정한 것.

수목장은 수목장림이나 지정된 숲에서 자란 나무가 장목(葬木)이 되고, 이 장목은 관리사무소에서 99년간 관리한다. 장목이 자연재해로 손상되면 대체목으로 이식한다. 장목에는 고인의 이름, 생년월일과 사망일, 장목번호가 새겨진 명패만 걸 수 있고, 다른 표시는 허용되지 않는 게 특징이다.

장목은 개인목, 가족목, 공동목 등 3종류가 있는데 가족목은 10명까지 묻을 수 있으며 공동목은 다른 사람과 함께 묻힌다. 비용은 나무 크기나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500유로(약 469만 원), 공동목은 인당 350유로 정도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시립묘지 ‘숲속의 묘지’

인구 15만 명의 잘츠부르크는 매년 약 1500명(인구의 1%)이 사망하고, 사망자의 75%가 화장된다. 화장 선호도가 높은 이유는 최근 화장에 대한 시민의 인식이 바뀌고 있고, 매장에 비해 경비(화장은 2000유로, 매장은 2000~3000유로)가 저렴하며, 도시가 알프스 산자락에 자리해 매장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잘츠부르크에 있는 5개 묘지 가운데 ‘숲속의 묘지’는 25ha(25만㎡) 넓이에 장목 2200개가 있다. 1942년 건립된 이곳 화장시설(2개 화장로)은 오전 5시부터 하루 14시간 운영돼 평균 15~17건을 처리한다. 화장은 사망 후 48시간이 지나야 가능하다. 화장시설은 연 3500건을 처리하는데, 이는 다른 지역 주민이나 독일 등 외국인 이용자도 많기 때문이다. 내외국인 화장 요금은 같다. 특이한 점은 화장시설은 잘츠부르크 소유이지만 화장로는 보험회사가 관리·운영한다는 점이다.



독일 라인하르츠발트 수목장림

“수목장은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을 위한 복지”
독일은 장묘법에 수목장 관련 규정이 없지만, 최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장사법에는 일정 요건을 갖추고 허가를 받은 산림지역에 유골함을 안치하도록 수목장 규정을 만들었다. 독일 수목장림은 스위스 프리트발트(FriedWald)사에 특허 사용료와 이전료를 지불하는데,  2001년 11월 헤센 주에 라인하르츠발트 수목장림을 첫 개장했다. 숲을 사랑하는 독일인 특유의 정서로 수목장은 스위스보다 빠르게 확산됐다.

사망 전 추모목을 분양받은 뒤 사후에 국가 장례 절차에 따라 유족에게 골분이 인계되면 추모목 밑에 안치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수목장 관리·운영은 산주(山主), 개인관리회사, 산림당국, 국가가 나눠 맡는데 지방정부는 수목장림 설치에 대한 인·허가권을 행사한다. 개인관리회사는 계약 기간 판매, 광고, 경영 일체의 행정업무를 수행하고, 산림당국은 수목장림의 추모목을 고르거나 골분 매장지 지정 등 수목관리를 맡는다.




입력 2017-10-03 09:00:02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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