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7

2017.09.27

국제

중국軍, 유사시 대동강~원산 이북 점령

中이 美에 대해 설정한 레드라인 위반 시 압록강 건너 한반도 침입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17-09-25 17: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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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은 1950년 10월 2일부터 5일까지 중앙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북한 김일성이 요청해온 파병 여부를 논의했다. 당시 국군과 미군은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이후 파죽지세로 38선을 넘어 북한지역으로 진격했다. 다급해진 김일성은 박헌영을 중국 베이징으로 보내 마오 주석에게 출병을 간곡하게 호소했다. 이 회의에서 군부와 당 고위 간부들은 내전이 끝난 지 얼마 안 돼 국가를 정비해야 할 시점에 6·25전쟁에 참전하는 것은 무리라며 반대했다.

    하지만 마오 전 주석은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이라는 고사성어를 언급하면서 참전을 결정했다.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미군이 주둔하는 한국과 국경을 맞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마오 전 주석은 미국이 한반도를 점령하고 베트남까지 진출한다면 유사시 만주와 윈난성 양쪽에서 공격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中, 6·25전쟁 참전 이유는 ‘순망치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자서전에서 ‘미군이 평양~원산선에서 진군을 멈췄다면 중국은 개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미국이 압록강~두만강 라인까지 진군하자 미군이 주둔하는 한국과 국경을 맞대는 것에 부담을 느낀 마오가 참전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정부와 시진핑 국가주석이 북한 6차 핵실험과 각종 중·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도 강력한 대북제재 조치를 외면하는 이유는 마오 전 주석의 6·25전쟁 참전 결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북한은 5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회의, 지난해 9월 저장성 항저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중국의 중요한 외교 행사 일정에 맞춰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도발을 했다. 특히 북한은 9월 3일 푸젠성 샤먼에서 브릭스(BRICS) 정상회의가 개막하는 날에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10월 18일 열릴 최대 이벤트인 제19차 당대회를 앞두고 브릭스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중국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과시하려던 시 주석으로선 얼굴에 먹칠한 셈이 됐다.

    그런데도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김정은에 대한 제재와 원유 전면 금수를 내용으로 한 미국 측 결의안에 완강히 반대했다. 북한은 연간 150만〜200만t의 원유·석유 제품을 수입하는데, 이 중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원유·석유 제품은 북한의 생명줄이나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와 시 주석이 원유 전면 금수를 반대한 것은 김정은 체제의 붕괴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북한의 6차 핵실험 당일 사설을 통해 “중국의 전략 안보와 동북지역 환경 안전은 중국이 행동을 자제하는 마지노선”이라면서 “만약 북한이 이 같은 마지노선을 지키지 않는다면 중국과 북한 사이에는 현재의 틀이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마지노선보다 레드라인(Red Line)이란 표현이 더 많이 쓰인다. 그런데 중국의 레드라인은 미국과는 다르다. 미국은 레드라인을 공표한 적이 없지만,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실전배치하는 것을 레드라인으로 간주한다. 반면 중국의 레드라인은 북한과 미국을 동시에 대상으로 하고 있다. 중국의 대북 레드라인은 핵실험과 ICBM 발사 등으로 미국의 군사행동을 촉발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정학적 전략 자산

    미국에 대한 중국의 레드라인은 북한을 군사공격으로 붕괴시키고 친미정권을 세우는 것이다. 청샤오허 중국 런민대 교수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보다 붕괴 쪽이 중국에게는 리스크가 더 크다”면서 “중국의 목표는 미국과 북한의 현 긴장이 전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와 시 주석은 김정은 정권이 붕괴할 경우 미군이 주둔한 ‘통일 한국’과 국경을 맞대야 한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마오 전 주석과 같은 발상이다.

    중국 정부는 북한과 1961년 체결한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을 폐기하지 않고 있다. 이 조약 제2조에는 일방이 무력 침공을 당하거나 개전 상태에 놓이면 상대방도 지체 없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하는 내용이 명기돼 있다. 또 쌍방이 해당 조약을 수정 또는 폐기할 것에 합의하지 않는 한 계속 유효하게 돼 있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처리할 수 없다는 의미다. 중국 정부가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북한을 압박하려면 이 조약을 폐기할 수 있다고 윽박지를 수 있는데도 이 조약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시 주석은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과거 선혈이 응고돼 형성된 우방”이라면서 “이런 관계는 근본적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혈이 응고된 관계’는 마오 전 주석이 사용한 표현이다.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9월 4일자에 장갑차 도하훈련 사진을 실었다. 북한 급변사태 때 인민해방군이 개입하겠다는 의지와 경고를 미국 측에 보낸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의 대북 공격이나 북한 정권이 붕괴될 것에 대비해 북한 핵시설 등 평양 이북지역을 장악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인민해방군 5대 전구 가운데 북한을 담당하는 곳은 북부전구다. 여기엔 제78·79·80집단군이 있다. 6·25전쟁에 참전한 제78집단군은 압록강을 건너는 여단을 별도로 두고, 매년 압록강 인근에서 도하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제78집단군은 유사시 평양을 포함해 대동강~원산선 이북을 점령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또 중국 해군은 최근 서해에서 미국 항공모함 전단의 진입을 저지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 중이다.

    중국은 6·25전쟁 때처럼 북한을 미국 견제의 지정학적·전략적 자산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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