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5

2017.09.13

특집 | 북한 핵실험 후폭풍

신흥국 채권에 돈 몰린다!

브라질·멕시코…수익률 10% 이상, 금리·환이익 모두 매력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7-09-13 10: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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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리스크’로 국내 증시가 흔들리는 가운데 신흥국 채권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은 불안하고, 선진국 자산은 너무 많이 오른 상황에서 신흥국이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는 것. 수익률 면에서도 독보적이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공격적 성향의 투자자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신흥국 채권투자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자 그동안 ‘신흥국 투자는 위험하다’고 생각하던 일반인도 서서히 신흥국 채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 신흥국은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에 해당하지만 투자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정보를 접하고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자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인도 등 신흥국 자산에 돈이 몰리고 있다.  



    브라질 채권 수익률 15% | 노동·연금개혁으로 경제안정

    브라질 채권은 연초부터 8월 말까지 주요 7개 증권사에서 3조 원어치나 팔려나갔다. 지난해 판매액 9202억 원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브라질 채권에 투자했다 고수익(최고 70%)을 봤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올 초부터 고객이 몰리기 시작했다. 현지의 정치 불안정성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다시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5월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탄핵 사태가 불거지자 환율이 출렁이면서 판매 증가세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최근 다시 회복되는 추세다. 브라질 채권투자의 인기 원인은 단연 ‘높은 수익률’이다. 연초부터 7월 말까지 브라질 채권은 15%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브라질 채권 수익률은  12.8%. 여기에 환차익을 더하면 수익률은 더 올라간다.



    대개 신흥국 채권투자는 현지 통화로 나오는 채권 수익을 증권사가 달러로 환전해 고객에게 입금하는데, 달러 대비 신흥국 화폐가치가 올해 들어 꾸준히 올라 환이익도 높다. 물론 최근 헤알화 환율이 하락해 연초 대비 3~4%가량 환차손이 발생하긴 했지만 이를 감안해도 결코 낮은 수익률이 아니다. 그렇기에 투자자 사이에서 “저금리 시대에 이만한 수익률을 안겨주는 투자처도 흔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기에 절세 효과마저 쏠쏠하다. 2013년 브라질 정부는 토빈세(단기성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를 폐지하면서 이자소득, 매매차익, 환차익 등에 대해 한도 없이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세금에 민감한 고액 자산가가 브라질 국채를 선호하는 이유다. 이자는 6개월마다 받는데 이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재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브라질 채권투자 수요가 늘자 증권사들도 최소 투자금액을 수천만 원대에서 수십만 원대로 낮췄다. 현재 미래에셋대우의 브라질 채권 최소 투자금액은 달러화 기준 500달러(약 56만 원), 브라질 헤알화 기준 1100헤알(약 40만 원)이다. 신한금융투자는 1만 헤알(약 365만 원), 한국투자증권은 원화 기준으로 1000만 원 이상 투자가 가능하다.  현재 브라질 기준금리는 경제지표의 개선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물론 신규 투자자에게는 아쉬운 얘기일 수 있지만, 그만큼 브라질 경제가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는 뜻인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는 긍정적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7월 통화정책위원회(Copom)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10.25%에서 9.25%로 1%p(100bp) 인하한 데 이어 9월 6일(현지시각)에는 1%p를 또 인하해 8.25%로 낮췄다. 2013년 10월 9.0%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브라질 금리는 2012년 10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역대 최저치인 7.25%를 유지했으나 이후에는 인상을 거듭해 14.25%까지 올랐다.

    박영민 신한금융투자 FICC상품부장은 “브라질은 인플레이션이 매우 심각한 나라로, 물가 상승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하지만 최근 물가가 상당 부분 안정되면서 이에 대한 자신감으로 기준금리도 인하하고 있다. 연말 무렵에는 7.0~7.5%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최근 달러 약세도 브라질 채권투자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올라가면서 환차익 수익이 늘어난 것.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7월 초 헤알당 350원에서 9월 6일 기준 369원으로 약 3.7% 올랐다. 헤알화 가치는 연말까지 계속 올라갈 전망이다.

    브라질 경제가 안정세를 찾아가는 데는 정치적 원인이 크게 작용한다. 테메르 대통령은 3월 노동개혁법안을 처리한 데 이어 현재 연금개혁법도 적극 추진 중이다. 브라질은 ‘연금 천국’이라 부를 만큼 정부와 민간의 연금 지출액이 한 해 예산의 3분의 1에 달한다. 민간 부문에선 65세가 정년이지만 대다수 기업은 54세에 퇴직하더라도 100% 가까운 연금을 지급한다. 

    노동법 역시 74년 동안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아 기업들은 인사평가를 기반으로 한 성과연봉제 등을 시도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브라질은 세계 138개국 중 117번째로 노동효율성이 낮은 국가(세계경제포럼 조사)로 꼽힌다. 노조도 강성이라 노동 관련 소송이 진행되면 대부분 사측이 패소한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해 브라질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액(그린필드형 투자)은 2009년에 비해 60%나 감소한 267억 달러(약 30조1700억 원)에 그쳤다. 남미의 자동차 생산 강국 자리도 멕시코에 넘겨줬다.

    그렇기에 현재 브라질은 테메르 정부가 실시하는 노동개혁으로 다시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테메르 대통령의 노동개혁법안은 7월 12일 상원을 최종 통과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12월부터는 노동 관련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이 유료화되고, 노동기득권을 떠받치고 있던 노조 회비 의무납부제도 폐지된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생산성을 기반으로 임금인상 교섭을 하게 되며, 하루 8시간에 갇혀 있던 노동시간도 12시간으로 늘어나는 등 노동유연성이 대폭 커졌다.

    이러한 움직임에 국제통화기금(IMF)은 7월 초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브라질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에서 0.3%로 상향 조정했다. 또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2%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브라질 중앙은행도 올해 성장률을 0.5%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테메르 대통령 자신이다. 아직 부패 스캔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정치적 리스크가 다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IMF는 “테메르 대통령이 중도 하차하더라도 그의 거침없는 개혁 의지는 다음 정부가 이어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멕시코 채권 수익률 10.9% | 트럼프 공포에 저평가, 페소화 강세

    멕시코 채권은 ‘포스트 브라질’로 불리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들어 대형증권사를 중심으로 1000억 원가량 팔렸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에 따르면 연초부터 7월 말까지 멕시코 채권 수익률은 10.9% 수준이다. 여기에 채권 수익을 달러로 바꿔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멕시코 채권 최대 수익률은 25%까지 올라간다.

    멕시코 채권 수익률이 높은 이유는 페소화 가치가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보호무역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이기자 그 충격으로 달러당 22페소까지 급락하던 페소화 가치가 최근 17~18페소까지 높아졌다. ‘트럼프 공포감’에 과도하게 폭락했다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빠르게 회복된 것.

    무엇보다 멕시코의 안정적인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회복세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멕시코는 미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그 혜택을 가장 크게 누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의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브라질 채권의 대안으로 멕시코 채권을 꼽을 만큼 매력적이다. 또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도 올라가는 상황이라 가격 메리트가 크다”고 말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올해 금리인상이 마무리되면 2018년부터는 금리인하 기조가 시작될 것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과 2018년 멕시코 대선이 마무리되면 페소화도 점차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멕시코의 금리인상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고 봐도 무방하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8월 기준금리를 7%에서 동결했다. 2015년 12월 3%에서 시작된 금리인상은 올해 6월까지 총 10차례(4%p)에 걸쳐 올라 결국 7%가 됐다. 안정적인 국가신용등급도 장점으로 다가온다. 신흥국 채권은 대부분 ‘투기등급’으로 표시되는 반면, 멕시코는 ‘투자적격등급’ (BBB+)을 기록 중이다. 투기등급인 브라질은 BB, 러시아는 BB+다. 

    반대로 멕시코 채권에 대한 불안한 시각도 존재한다. 먼저 나프타 재협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가장 크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 결정이 미뤄지는 상태다. 

    정치적 리스크도 존재한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내년 대선이 변수로 꼽히는데, 니에토 대통령은 당선 후 금융 부문 개혁을 추진했지만 부패 및 미국과 갈등 등으로 최근 지지율이 30%대로 내려앉았다. 만약 내년 대선에서 중도좌파 성향의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지금까지 시장친화적이던 개혁이 후퇴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러시아 채권 수익률 6.5% | 유가 상승에 기대 걸어볼 만

    올해 들어 러시아 채권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JP모건의 평균 수익률은 6.5%로 국내 시중금리에 비하면 이 역시 매력적이다. 현재 증권사 대부분이 러시아 채권을 취급하고 있으며, 연초 이후 현재까지 약 130억 원어치가 팔렸다. 러시아는 정치적 혼란으로 불확실성이 높았지만 경제지표가 꾸준히 개선되면서 투자 심리도 회복되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1위 천연가스 매장량과 세계 12위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경제대국이다. 국가 경제에서 원유 비중이 높다 보니 유가에 따라 경제여건도 확연히 달라진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7.8%까지 떨어졌지만 2010년과 2011년에는 4%를 넘었다. 하지만 지난해 배럴당 100달러 선이던 유가가 30달러 근처까지 폭락하면서 지난해 러시아 GDP는 -0.5%로 역성장했다.

    한편 투자자들은 유가가 ‘바닥’을 친 뒤 서서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유가가 회복되면서 러시아 경제도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는 중이기 때문이다. 올해 예상 GDP 증가율은 1.1~1.3% 수준이다.

    현재 러시아 기준금리는 8%대로 연말까지 0.5%p가량 더 인하될 것으로 전망된다. 루블화로 발행된 러시아 채권은 브라질 헤알화만큼이나 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루블화 환율이 중요하다. 9월 7일 기준 루블당 19.71원(달러당 57.28루블)으로 연초에 비해 점진적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환차익과 세금을 따지면 러시아보다 브라질 국채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만 유가 상승에 기대를 거는 사람이라면 러시아 채권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현재 러시아 국채는 15.4% 이자소득이 부과된다. 여기에 매매 수수료와 이자소득세 등을 제외하면 러시아 채권 수익률은 2%p가량 낮아질 수 있다.

    한편 러시아는 최근 들어 농수산 강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추가 경제제재를 받고 있지만 이것이 되레 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서방의 대러 수출 금지로 먹을거리가 부족해지자 러시아 농수산 기업 투자가 부쩍 늘면서 농수산물 생산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체 주가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이다. 주식 전문가들은 러시아 상장 농업기업들이 선진국이나 신흥시장 동종 업체에 비해 35% 저평가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앞으로 해당 분야 주가가 더욱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도 채권 수익률 4.6% | 7%대 경제성장률, 전 세계 최고

    인도도 눈여겨봐야 할 신흥국 가운데 하나다. 올해 들어 루피화 가치가 7년 만에 반등하면서 환차익을 포함한 채권 수익률이 7월 말 기준 4.6%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인도 채권을 지난해 249억 원어치 판매한 데 이어 올해도 97억 원어치를 팔았다.

    2014년 5월 나렌드라 모디 총리 집권 이후 여러 업종에 외국인 직접투자를 개방하는 등 경제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국채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모디노믹스(모디 정부의 경제정책) 추진 이후 지난 3년 동안 인도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7%대를 기록하며 6% 후반대로 떨어진 중국을 제쳤다. 또한 기득권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고자 단행한 급진적인 화폐개혁도 획기적인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 인도는 성장 잠재력이 어느 국가보다 크다. 앞으로 3년 안에 인도 인구가 중국을 초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또한 경제연령도 25세(중국 37세, 한국 47세)로 낮아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인구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다. 2020년까지 7~8%대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흥국 투자에는 반드시 신중함이 요구된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환 변동 가능성, 국가부도 위험 요소가 언제나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영민 신한금융투자 부장은 “한꺼번에 많은 금액을 채권에 투자하기 불안하다면 여러 신흥국 채권을 묶어서 판매하는 적립식 펀드에 관심을 갖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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