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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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양정문 ‘매칭스쿨’ 대표

“빅데이터·오픈마켓으로 차별화 결혼업계의 ‘아마존’ 될 것”

“가입비 무료, BMI, 성격  ·  심리 등 DB 분석 통해 ‘과학 매칭’”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7-09-04 17: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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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기술(IT) 업체를 운영한 산업공학 박사가 최근 결혼정보회사를 설립해 눈길을 끈다. 가입비를 낸 회원들의 이상형을 바탕으로 커플매니저가 ‘감(感)’으로 만남을 주선하는 기존 결혼정보업체와 달리 BMI(신체질량지수) 분석 등 다양한 기법을 앞세운 ‘과학적 매칭’을 무기로 들고 나왔다. 가입비를 내지 않아도 누구든 시스템(플랫폼)에 접속해 이상형을 만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통해 ‘결혼정보업계의 아마존’을 꿈꾼다. 주인공은 양정문 ‘매칭스쿨’(www.mcschool.co.kr) 대표(사진). 

    “‘탈무드’를 보면 ‘조물주가 세상을 만든 이후 지금까지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한 랍비는 ‘매칭 메이킹(matching making)을 하고 있다’고 답합니다. 랍비는 계속해서 매칭 메이킹은 중요할 뿐 아니라 홍해를 가르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죠. 201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시장 설계’의 1인자 앨빈 로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자신의 책 ‘매칭’에 쓴 내용입니다. 저는 결혼 건수와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우리나라에서 사람들과 매칭 메이킹, 즉 성공적인 결혼은 ‘홍해를 가르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봐요. 그만큼 결혼정보업체의 전문성과 과학화가 요구됩니다.”

    17년간 IT 전문 업체를 운영한 분이 결혼정보업체를 설립했다니 좀 생뚱맞은 느낌입니다. 결혼정보업체에 관심 가진 이유는 뭔가요.
    “여러 이유가 있는데요. 먼저 우리나라의 출산율 저하는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기준 28만 명이 사망했고, 40만 명의 새 생명이 태어났습니다. 혼인은 전년보다 7.0% 준 28만 건, 합계출산율은 1960년 6.0명에서 지난해 1.17명으로 급감했죠. 합계출산율이 2명 정도는 돼야 현 인구를 유지하는데, 인구절벽이 시작된 겁니다. 수년 전부터 출산율 저하와 인구절벽에 관한 기사가 쏟아졌고, 정부도 십수조 원을 들여 출산장려책을 쏟아냈지만 효과는 거의 없었죠. 이런 현상의 원인을 한국의 달라진 결혼관과 결혼정보업체의 불신에서 찾았어요.”

    그렇군요.
    “우리나라 결혼정보업체는 대부분 영세하고, 소비자들의 불신과 진입장벽도 높아요. 결혼적령기인 사람을 만나보면 마땅히 이성을 만날 장소나 기회가 없고, 결혼정보업체는 비싼 가입비만 받은 채 ‘알바’를 고용해 만남을 주선한다고 얘기해요. 기존 업체에 대한 불신인 거죠. 그래서 과학적이면서도 신뢰를 주고, 진입장벽은 낮춘 ‘건강한 결혼정보업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오랫동안 IT업계에 있으면서 계량화, 과학화에 대한 노하우를 쌓은 것도 바탕이 됐죠.”

    ‘진입장벽’은 뭔가요.
    “어느 정도 알려진 결혼정보업체는 가입비로 60만~300만 원을 받아요. 결혼하고 싶어 이성을 소개받으려 해도 가입비가 비싸 포기하니 진입장벽이 높은 거죠. 믿을 수 있는 ‘인재풀’이 커지고 가입비가 없다면 많은 사람이 결혼에 도전할 거라고 생각해요. IT 플랫폼을 이용하면 비싼 돈 들이지 않아도 스스로 배우자를 찾을 수 있거든요. 그런 장(場)을 만든 거죠.”





    결혼정보업체에 불신이 쌓이는 이유

    결혼정보업체는 왜 고액의 가입비를 받나요.
    “회사가 광고나 영업을 통해 얻은 고객 정보를 이른바 커플매니저가 갖고 있어요. 대략 7년 이상 경력을 가진 커플매니저는 고객 정보가 많아 ‘스카우트’ 대상이 됩니다. 회사가 얻은 정보지만 고객도 특정 커플매니저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처럼 데이터를 ‘개인화’하다 보니 커플매니저의 이동에 따라 고객들도 다른 회사로 옮겨갈 확률이 높죠. 이런 커플매니저를 스카우트하고 막대한 광고비와 임차료 등 경비를 충당해야 하니 고액의 가입비를 받는 거예요. 저희가 조사해보니 작은 업체는 월 10~15명, 큰 회사는 30~35명이 새로 회원가입을 하고 있어요.”

    예상보다 신규 가입자 수가 적군요.
    “그러니 소개해줄 ‘인재풀’이 적고, 자신들이 보유한 가입자 정보를 나눠 갖거나 정보 교환을 하면서 만남을 진행하니 대부분 주먹구구식이에요. ‘어느 부잣집 자제가 특정 스타일의 여성을 원하는데 회원 가운데 있느냐’고 묻는 식이죠. 가입비를 받을 때 ‘매월 몇 회 이상 만남을 주선한다’고 계약하니까 어쩔 수 없이 ‘알바’를 고용한 ‘사기 만남’을 주선하는 거예요.”

    그래서 불신이 쌓이는군요.
    “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오퍼레이션 리서치’(operation research·운영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오퍼레이션 리서치?
    “원래 ‘작전연구’라는 군대 용어에서 유래됐는데요, 경영학 쪽에서 많이 사용하는 계량화 관리 기법이죠. 앞서 말한 앨빈 로스 등 미국 석학들이 모여 ‘최적화된 신장(腎臟) 교환 방법’을 논의한 적이 있어요. 미국 전역에서 효과적으로 신장이식 수술을 하고자 신장 공여자와 수요자를 가장 빨리 최적화해 매칭(연결)하는 방법을 연구한 거죠.”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요.
    “신장 공여자와 수여자의 모든 정보를 한데 모은 겁니다. 그래서 현재 미국은 신장에 관한 정보를 한곳에 취합하고, 매칭(이식수술)하는 의사가 연락하는 시스템을 갖췄어요. 저는 결혼 문제도 같다고 봐요. 돈으로 사고팔지 못하는 것도 공통점이지만, 결혼 관련 정보를 한데 모은 ‘빅데이터 뱅크’가 있으면 매칭(결혼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각종 비용은 줄어드는 거죠. 결혼정보업은 수요가 줄어드는 레드오션이 맞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기회의 장이기도 해요. ‘깨끗한 정보’를 한데 모으는 게 중요하죠.”  

    왜 기회인 거죠?
    “평균적으로 결혼정보회사 이용률은 1.4%가량입니다. 초·재혼을 하려는 인구 1000명 중 14명 정도가 이용하죠. 상당히 적은 편이에요. 반면 외국은 채팅 앱(애플리케이션)이나 데이트 앱,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만나 사귀다 결혼하는 경우가 많아요. 흥미로운 점은 서구에서 데이트·채팅 앱이 활성화된 이유는 회원들의 인적사항을 속이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서구에서는 거짓말하다 들통 나면 ‘인생 끝난다’고 생각하거든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회원 가입 시 직업을 의사, 변호사라고 기재했다 들통 나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불신을 제거하고 진입장벽을 낮추면 저는 결혼정보회사 이용률이 30% 이상은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마존이나 G마켓 같은 결혼정보업계의 오픈마켓을 만든 거죠. 회원과 본사, 각 지역 센터가 함께 만들어가는 거죠.”



    ‘오픈마켓’의 장점

    그럼 만남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전국 지역 센터와 센터에서 일하는 매칭플래너(커플매니저)는 매칭스쿨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면서 본사 파트너로 각자 활동해요. 회원이나 매칭플래너가 ‘매칭스쿨’ 앱이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요구사항을 보내면, 웹서버는 데이터베이스(DB)에 접근해 회원 요구에 맞는 조회 결과를 보내줍니다. 이때 매칭플래너의 ‘촉’은 물론이고 회원의 인적사항, 이상형, 성격, BMI 분석 등을 통해 최적의 만남을 주선하죠. 프로그램이 회원의 맞선 상대들을 골라내면 매칭플래너가 검토한 뒤 소개하는 식입니다. 가입비 없이 회원이 앱을 통해 만남을 요청하고, 만남이 이뤄지면 그때 결제(10만~30만 원)하도록 해 누구든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죠.”

    데이터 분석을 통해 결혼 성사율을 높일 수 있겠군요.
    “맞아요. 영업비밀이라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BMI는 비만도를 나타내는데,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눠 계산하죠. 예를 들어 체중 50kg에 신장 165cm인 사람은 BMI가 18.36입니다. 일반적으로 25 이상은 비만, 18.5 미만은 저체중이라고 해요. BMI가 크다는 건 뚱뚱할 개연성이 높다는 거고, 이런 외모적 특성을 상대방의 소득이나 교육 정도에 따라 매칭해요. 실제 외국 논문을 보면 여자가 남자를 선택할 때 BMI가 1.3 증가해도 평균 시급이 1% 높으면 용인한다고 해요. 한 달을 30일로 단순 계산하면, 시급이 1만 원인 사람은 월 240만 원을 받는데 이보다 24만 원(1%) 이상 받는다면 용납할 수 있다는 거죠.”

    흥미롭네요. 남자가 여자를 선택할 때는요?
    “그땐 교육 정도를 봅니다. 예를 들어 여성의 BMI가 2 올라가면 대학 1년을 더 다닌 경우 용인합니다. BMI가 여성 평균보다 8이 커 통통한 외모더라도 4년제 대학을 졸업했다면 용인할 수 있다는 거죠. 여자는 남자의 연봉, 남자는 여자의 교육 정도를 우선 고려하는 겁니다. 이 밖에도 남자는 시각 정보, 여자는 후각 정보를 중요시하는데, 이와 관련한 분석 데이터도 매칭에 활용해요. 그러니 (결혼) 성사율이 높죠.”

    만남은 어떤 과정을 밟습니까.
    “본사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회원 정보와 만남 주선은 각 지역 센터가 해요. 예를 들어 서울 중구 거주자가 회원으로 가입해 문의가 오면 중구 센터장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에요. 일반 결혼정보회사와 달리 본사가 프로모션은 하지만 정보가 들어오면 지역 센터에 나누는 ‘분산형’인 거죠. 본사는 플랫폼을 만들고 참여시키는 구실을 하고요. 아마존이나 G마켓이 우수 업체나 센터를 입주시키는 걸 생각하면 돼요.”

    가입비를 안 받으면 매칭플래너 관리와 센터 운영이 어렵지 않나요.
    “과거에는 ‘마담 뚜’들이 결혼 성사 커플에게 한복집이나 폐백집을 소개하고 이들의 매출액에 따라 리베이트를 받았지만, 우리는 리베이트 개념이 아니라 광고비를 받아요. 앱을 보면 현 위치 근처에 있는 상견례 식당, 혼수용 주방용품점, 꽃집, 여행사, 침구업체 등이 다 나오죠?”(그는 휴대전화로 매칭스쿨 앱 화면을 보여줬다.)

    네. 그러네요.  
    “예복, 웨딩, 화장품, 부동산, 이삿짐센터 업체 등 전국 상가 정보 290만 개 가운데 결혼 관련 업종을 가공해 DB화한 뒤 위치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IT 회사의 노하우이기도 하죠.(웃음) 회원들에게 부담을 주는 게 아니라, 결혼 관련 업체들이 매칭스쿨 앱이나 홈페이지에 광고를 하고 그 수익으로 운영해요. 결혼할 때 혼수나 예식장은 대부분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결정하거든요. 전국 각 지역의 다양한 결혼 관련 정보를 제공해 고객과 연결해주는 끈을 만들고, 고객의 비용 문턱을 낮춘 거죠.”

    그럼 센터는 가맹비를 받나요.
    “각 시·군·구마다 인구 10만 명당 일정 정도의 시스템 사용료를 받아요. 인구 100만 명이 넘는 경기 수원시와 경남 창원시는 몇 개 지역을 나눠 센터를 운영하고요. 인구가 많으면 그만큼 인적 정보가 많고, 결혼 성사율이나 결혼 관련 업체 광고 수주율도 높아요. 가맹비가 부담된다면 기존 결혼 정보 관련 데이터만 공유해도 됩니다. 현재 전국 14개 센터를 운영 중인데 본사와 센터, 매칭플래너가 수익을 나눠 갖는 구조예요.”



    “결혼은 집을 갖는 것보다 13배 기쁜 일”

    기존 결혼정보업체도 가입비를 안 받으면 참여할 수 있나요.  
    “사실상 불가능해요. 이미 가입한 회원들의 가입비를 다 돌려줘야 하니까요. 일부 회사가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회원 수와 실제 미팅 주선 횟수, 가입비 송금 내용 등 구체적인 자료를 요청하면 연락이 끊기는 경우가 많아요. 회원 수를 부풀려 얘기하거든요. 우리는 가입비가 없으니 의무적으로 횟수를 채울 필요가 없고, 누구나 와서 만날 수 있어요.”

    ‘잘나가는’ 매칭플래너를 스카우트하나요.
    “기존에 하던 분들이 참여하는 경우도 있고, 우리가 매칭플래너를 양성하기도 해요.”

    직접 매칭플래너 교육을 하나요.
    “네. 만남 주선뿐 아니라, 결혼 과정을 돕는 웨딩플래너 교육과 자녀 출산 및 육아를 돕는 베이비플래너 교육도 함께해요. 만남 주선부터 결혼, 자녀 출산까지 매칭플래너가 계속해서 도와주는 거죠. 매주 토요일 오후 120분짜리 강의 4개가 있고, 정규과정과 특별과정을 수료해야 합니다. 보통 여성 10~20명이 강의를 듣는데, 박사급 강사 2명과 목사님의 생명윤리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강사가 교육을 진행해요. 이런 일을 안 해본 여성도 많이 참여해 ‘투잡’을 뛰기도 하죠. 조만간 여성가족부,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둘(2)이 하나(1) 된 날(매월 21일)을 ‘프러포즈 데이’로 정해 공개 만남 행사를 가질 예정입니다.”

    결혼이 성사되면 종종 사례금을 놓고 다툼이 있는데요.
    “맞아요. 결혼 성사 사례금은 수천, 수억 원이 되는 경우도 있어 그로 인한 다툼이 잦아요. 그래서 우리는 센터와 본사가 일정 사례금을 보증보험으로 처리해요. 보증보험료는 센터와 본사가 나눠 내고, 고객은 자신이 지급할 사례금 액수를 확인한 뒤 서명만 하면 됩니다. 만약 고객이 약속을 하고 사례금을 내지 않아도 보증보험회사가 지급하죠. 그러니 분쟁이 없어요.”

    결혼을 성사시키는 데 푹 빠졌군요.
    “2013년 5월 30일자 영국 ‘텔레그라프’에 영국국립통계청(ONS)의 연구 보고서가 실렸어요. 영국민 16만5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결혼은 6자리 급여(10만~99만9999파운드)와 종교보다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소득보다 20배, 집을 소유하는 것보다 13배 낫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왔어요. 우리도 IT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국민이 행복해지는 결혼을 장려하고, 정부나 우리 같은 업체가 결혼에 걸림돌이 되는 것을 제거해야죠. 일자리도 창출하고 지역경제도 살리고. 그래서 이 일이 즐거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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