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3

2017.08.30

골프홀릭

헌신적 ‘골프대디’ 아들을 美 프로 유망주로 키워

US아마추어골프챔피언십 준우승 더그 김

  • 이사부 골프 칼럼니스트 saboolee@gmail.com

    입력2017-08-28 16:12:19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또 한 명의 코리안 ‘골프대디’가 미국을 감동케 했다. 8월 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서쪽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119회 US아마추어골프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더그 김(Doug Ghim  · 21)의 아버지 제프 김(58) 이야기다.

    그는 이번 대회 예선부터 결승까지 아들의 캐디를 맡았다. 제프는 더그의 유일한 스승이자 캐디였다. 지금까지 더그는 아버지 외 다른 사람에게 캐디백을 맡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많은 골프대디의 사연이 감동적인 이유는 그들의 안타까운 과거와 집안 형편 때문이다. 제프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자란 제프는 30세 이전에는 골프를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골프를 시작하자마자 엄청난 재능을 발휘했다. 6개월도 안 돼 싱글 핸디캐퍼가 됐고, 프로골퍼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그 꿈은 무너졌다. 어느 날 아침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움직일 수 없었다. 결국 척추 수술을 받았고 프로 진출을 포기한 채 티칭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야구를 하던 더그에게 골프를 가르쳤다. 6세이던 더그는 3개월 만에 첫 골프 토너먼트에 나가 우승했다. 그 토너먼트는 10~12세가 출전하는 대회였다. 일단 가능성은 확인했지만 그도 순조롭게 골프를 할 수 없었다. 바로 돈 때문이었다.

    더그의 가족은 시카고에서 40분가량 떨어진 일리노이 주 알링턴하이츠에 살았는데 동네 주니어 토너먼트에 출전할 수 있는 멤버십조차 살 돈이 없어 집에서 훈련했다. 뒷마당에 테니스 네트로 망을 만들고 1m 정도 뒤에서 그냥 공만 쳤다.

    몇 년이 지난 후 인근 골프장에서 소식을 듣고는 더그에게 오후 늦게 티오프 하는 트와일라이트 할인 혜택을 줬다. 더그는 학교에서 마지막 수업시간이 시작되기 전 골프복으로 갈아입은 뒤 수업이 끝나자마자 학교 밖으로 달려나갔다. 제프는 차문을 열어둔 채 아들을 기다렸고 아들이 타면 곧바로 골프장으로 질주했다. 어두워지기 전에 18홀을 다 돌기 위해서였다. 16번 홀까지 다 마친 뒤 여유가 있으면 17번 홀 그린에서 치핑 연습을 했고, 18번 홀 그린 주변의 연못에서 공을 주웠다.



    더그의 사정을 알게 된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가 그의 가족에게 재정 보조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더그는 많은 대회에 출전해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2013년 US주니어챔피언십에서는 준결승까지 진출했고, 2014년 US아마추어 퍼블릭링크스대회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4년 고교 랭킹 5위까지 오른 그는 텍사스대에 진학했다.

    그의 대학 동료들은 트랙맨(거리 측정기) 등 최첨단 기기를 이용해 훈련해온 선수였다. 그들과 경쟁하면서 더그의 기량은 더욱 발전했다. 그도 어떻게 훈련하는 것이 자신에게 맞는지 이제야 알게 됐다고 말했을 정도.

    더그는 지난해 시즌 ‘빅12’(미국의 지역별 대학리그)에서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현재는 아마추어 세계랭킹 7위다. 이번 US아마추어골프챔피언십 준우승으로 내년 4월 마스터스 토너먼트와 6월 US오픈챔피언십 출전 자격을 얻었다. 내년 여름 무렵 프로로 전향할 예정인 더그는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마스터스 개최지)에서도 아버지가 제 백을 맡을 겁니다.”





    골프홀릭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