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3

2017.08.30

베이스볼 비키니

LA 다저스, 올해는 ‘다 이겼스’

최고 승률 질주…시즌 내 최다승 기록 도전

  •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입력2017-08-28 16: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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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메이저리그 팬들이 어떤 팀을 가장 좋아하는지는 의견이 엇갈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LA 다저스가 애증(愛憎)을 합쳐 가장 큰 관심을 받는 팀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겁니다. ‘코리안특급’ 박찬호(44)가 처음 이 팀 유니폼을 입은 1994년부터 인연이 이어졌으니까요.

    박찬호에 이어 ‘더 몬스터’ 류현진(30)까지 내로라하는 한국인 투수가 다저스에서 뛰다 보니 한국 팬들은 이 팀 타선에 야박한 평가를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한국인 투수가 던질 때 방망이가 조금만 터지지 않아도 ‘LA 다 졌스’라고 놀려온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올해 LA 다저스는 ‘다 이겼스’에 가까운 팀입니다. 다저스는 8월 22일 현재 88승 35패(승률 0.715)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최고 승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저스가 승률 5할에서 +50 이상을 기록한 건 뉴욕 브루클린을 연고지로 하던 1953년 이후 64년 만에 처음입니다. 이 정도 되니 궁금합니다. 과연 올해 다저스는 ‘LA 다 이겼스’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점입가경(漸入佳境)

    올해 다저스의 승률은 하락 없는 성장세입니다. 6월 15일 다저스는 41승 26패로 승률 0.612를 기록했습니다. 현재 다저스 다음으로 승률이 높은 팀이 0.613(76승 48패)인 휴스턴 애스트로스(아메리칸리그)이니까,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놀라운 성적이었습니다.



    여기서 멈췄으면 다저스가 ‘주간동아’ 지면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리지는 못했을 겁니다. 다저스는 그 후 56경기에서 47승 9패(승률 0.839)를 했습니다. 다저스는 6월 10일부터 8월 7일까지 치른 50경기에서 43승 7패(승률 0.860)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승률 0.860은 1912년 뉴욕(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후 105년 만에 나온 50경기 최고 승률과 타이 기록입니다.

    게다가 다저스는 7월 말 이후 트레이드 시장에서 다루빗슈 유(31·투수), 커티스 그랜더슨(36·외야수) 같은 ‘올스타급 선수’를 영입하면서 전력을 더욱 끌어올렸습니다. ‘그나마 약점’으로 평가되던 왼손 불펜도 토니 싱그라니(28), 토니 왓슨(32)을 영입해 보강했습니다. 이제는 적어도 페넌트레이스(정규리그)에서는 적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다저스는 어느 정도 위치에 있을까요. 올해 다저스가 역사상 최강 팀인지 아닌지 아직 결론을 내기는 이릅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올해 다저스는 1890년 내셔널리그에 첫발을 내딛은 뒤 127년 역사상 최강 팀이라는 점입니다.

    메이저리그 각 구단은 1년에 몇 경기를 치를까요. 정답은 162경기입니다. 지금처럼 각 팀이 한 시즌에 162경기를 치르게 된 건 1962년부터. 그럼 62년 이후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한 건 몇 년, 어떤 팀이었을까요.

    일단 다저스가 속한 내셔널리그만 살펴보면 정답은 1975년 신시내티 레즈입니다. ‘빅 레드 머신(the Big Red Machine)’으로 불린 막강 타선을 구축했던 신시내티는 당시 108승 54패(승률 0.667)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다저스가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낄 수 있습니다.

    내셔널리그만 따로 구분한 건 아메리칸리그에는 더 높은 승률을 기록한 팀이 있다는 뜻일 터. 양대 리그를 통틀어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한 건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였습니다.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블루웨이브(현 버팔로스)에서 스즈키 이치로(44)를 ‘리드오프’(1번 타자)로 영입한 이해 시애틀은 116승 46패(승률 0.716)로 시즌을 마쳤습니다. 다저스가 현재 승률 0.715니까 정말 머리카락 하나 차이입니다.

    122번째 경기까지 성적만 놓고 보면 올해 다저스가 2011년 시애틀(0.713)보다 더 좋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자면 다저스는 현재까지 88승을 올리고 있는데 16년 전 시애틀은 87승으로 1승이 적었습니다. 이 정도면 확실히 단일 시즌 최다승도 노려봄 직합니다.

    다저스는 8월 22일 현재 40경기를 남겨놓고 있습니다. 다저스가 최다승 기록을 새로 쓰려면 이 40경기에서 최소 29경기를 이겨야 합니다. 그러려면 승률 0.725가 필요합니다. 어마어마해 보이지만 이 팀은 최근 두 달 동안 41승 9패(승률 0.820)를 기록했습니다. 최근 두 달 동안 페이스보다 승률이 1할 가까이 떨어져도 신기록을 쓸 수 있습니다.

    현재 승률(0.715)을 기준으로 다저스가 남은 40경기에서 최소 29승을 기록할 확률, 그러니까 29승 이상을 기록할 확률을 단순 계산하면 52.4%가 나옵니다. 거칠게 해석하면 다저스가 최다승 기록 경신에 성공할 확률도 절반, 실패할 확률도 절반인 셈입니다.



    전인미답(前人未踏)

    이 확률은 고교 수학시간에 배우는 ‘이항분포(binomial distribution)’로 단순 계산한 겁니다. 물론 실제로 야구팀 성적을 예측할 때는 좀 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합니다.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 계열사인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com)가 고안한 성적 예측 모델에 따르면 올해 다저스 최종 승수는 (다저스 팬들에게는 애석하게도) 113승(49패)입니다. 이 성적은 맞대결을 남겨놓고 있는 팀의 전력, 예상 선발투수 매치업 등을 고려해 계산한 결과입니다.

    그렇다고 다저스 팬 여러분,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사이트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 시카고 컵스가 96승(66패)을 기록한다고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이보다 7승 많은 103승(58패)을 거뒀으니까요. 113승에서 4승 정도는 얼마든지 추가할 수 있는 범위입니다. 

    박찬호가 뛰던 시절부터 다저스는 어쩐지 모래알 같은 느낌이 드는 팀이었습니다. LA라는 ‘빅 마켓’을 연고지로 삼고 있으면서도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정상을 차지한 건 지금으로부터 거의 30년 전인 1988년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은 것도 이해가 마지막이었고요.

    이 분위기를 바꾼 인물이 바로 앤드루 프리드먼(41) 단장입니다. 프리드먼 단장은 탬파베이 레이스 단장(2005~2014) 시절 연봉 총액 4000만 달러(약 453억 원)로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같은 강팀과 맞짱을 뜰 수 있는 전력을 구축하며 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니 빅 마켓팀 다저스에서는 못하기가 더 어려웠을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프리드먼 단장이 돈만 잘 써서 이런 팀을 만든 건 아닙니다. 족 피더슨(25)·코디 벨린저(22·이상 외야수), 코리 시거(23·유격수), 훌리오 유리아스(21·투수) 같은 젊은 선수를 트레이드 시장에서 지켜 주축 선수로 키워낸 것 역시 프리드먼 단장의 공입니다. 올해 다저스가 ‘왕조’로 가는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를 듣는 것도 이런 선수들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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