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3

2017.08.30

정치

문 대통령 지지율 복병은 교육정책

서민복지 확대는 양날의 칼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7-08-28 13:3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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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이 지났다. 북핵 위협 등 대외 악재가 상존하고 있지만 국내 정치적으로는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이란 초유의 사태를 딛고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그 방증이 문 대통령에 대한 높은 국정수행 지지율이다. 취임 직후 80%를 넘었던 지지율은 장관 등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70% 초반대까지 잠시 밀렸다 취임 100일을 즈음해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그래프1 참조).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이 분기 평균 80%를 넘어 고공행진을 기록한 것은 1993년 초 군내 사조직 하나회를 해체하고 금융실명제를 전격 실시하는 등 각종 개혁 조치를 전광석화처럼 이어나갔던 김영삼(YS) 전 대통령 시절을 제외하고는 문 대통령이 유일하다.



    잘못한 것 하나도 없음 33.5%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8월 17일 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5명을 대상으로 16일 하루 동안 무선 80%와 유선 20%의 임의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다. 응답률은 5.3%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리얼미터의 문 대통령 취임 100일 조사에서 특히 눈에 띈 점은 부정평가가 ‘하나도 없다’는 응답이 33.5%로 역대 가장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그래프2 참조). 우리 국민 3명 가운데 1명은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에서 ‘무결점-무오류’를 꼽을 정도로 대통령의 열렬 지지자인 셈이다.



    문 대통령을 긍정평가한 구체적 이유를 살펴보면 ‘서민과 약자 우선’이 23.0%로 가장 높았고 ‘탈권위/소통/공감행보’를 꼽은 응답자가 21.3%로 뒤를 이었다. ‘개혁소신/추진력’을 꼽은 응답이 18.5%였으며, ‘정의/형평 국정철학’을 꼽은 응답도 11.0%에 이르렀다. ‘평화/대화 외교안보’라는 응답은 4.9%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긍정평가에서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한 외교안보는 반대로 부정평가의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외교/안보능력 부족’ 때문에 문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률이 10.6%에 이른 것. ‘내 편과 네 편 가르기’가 11.8%였으며, ‘선심성 정책이 많다’는 19.2%로 가장 높았다.

    수치로만 따지면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엇비슷해 보이지만, 이는 통계가 주는 착시다. 전체적으로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가 70%대를 기록하고 부정평가가 20%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리얼미터 조사 결과를 제대로 해석하려면 현 시점에서는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보다 3, 4배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해당 지표를 해석해야 한다.



    서민 복지 확대의 두 얼굴

    여론조사 결과는 하루하루, 매순간 변화하는 유동적인 국민 여론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일정 기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의 추이를 살펴보면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평가는 앞으로 어떤 궤적을 그리게 될까. 이와 관련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부정평가에서 비중이 높았던 항목에 대한 여론의 추이다. 리얼미터의 문 대통령 취임 100일 여론조사에서는 ‘선심성 정책이 많다’는 의견이 19.2%로 가장 높았는데 취임 반년 뒤, 또는 1년 뒤 등 시간이 흐르면서 취임 100일 때 국민 일각의 우려가 해소됐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이 같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갤럽은 8월 16~17일 휴대전화 RDD 조사와 집전화를 보완해 전국 성인 1006명으로부터 유효 응답을 받았다. 응답률은 19%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한국갤럽은 대통령 직무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와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를 각각 한 가지씩 꼽아달라고 했는데,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이유가 비슷했다. 물론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부정평가 15%의 5배가 넘는 78%를 기록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긍정평가를 한 이유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것은 ‘서민 복지 확대’(19%)와 ‘국민과 소통을 잘하고 국민과 공감하려는 노력을 잘한다’(19%)였다. 부정평가의 주된 이유는 첫 번째가 과도한 복지(16%)였고, 두 번째가 보여주기 식 정치(11%)였다. 서민 복지 확대와 과도한 복지에 간극이 잠복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소통과 공감 노력에 국민의 긍정평가가 높지만 정책 성과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보여주기 식 정치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100일 동안 국민에게 약속한 정책은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신설,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이다. 노인들이 받는 기초연금을 2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올려 지급하고, 어린 자녀를 둔 부모에게 월 10만 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키로 했다. 문제는 막대한 재원으로 그 돈을 누가 댈 것이냐다. 문재인 정부가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데 그에 걸맞게 세금을 더 내겠다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과도한 복지를 걱정한 국민은 문재인 정부의 서민 복지 정책에 들어가는 막대한 재원을 걱정한 것일 수도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잘했다는 평가와 잘 못했다는 평가의 폭이 가장 큰 분야는 외교와 복지였다. 외교 분야의 경우 잘했다는 응답이 65%였고, 잘 못했다는 15%에 그쳤다(그래프3 참조). 복지 분야 역시 잘했다는 응답이 65%, 잘 못했다는 18%였다. 경제 분야에서는 잘했다(54%)는 평가가 잘 못했다(17%)는 평가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다만 대북 문제와 관련해서는 잘했다는 평가가 53%로 높았지만, 잘 못했다는 평가도 25%로 비교적 높게 나왔다. 인사 분야에서는 잘했다(50%)와 잘 못했다(28%)의 격차가 조금 줄어들었고, 교육 분야에서는 잘했다는 긍정평가가 35%로 가장 낮았다. 잘 못했다는 부정평가도 20%에 이르렀다. 교육 정책이 앞으로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지지율의 고공행진을 이어가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를 가를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예고하는 셈이다.

    1987년 개헌으로 5년 단임제가 정착된 이후 선출된 역대 대통령은 국정수행 지지율에서 일정한 궤적을 그려왔다. 취임 초에는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다 임기 중반을 지나면서 50% 이하로 내려와 임기 말에는 20%대, 심한 경우 한 자릿수로 지지율이 하락해 식물대통령으로 임기를 마치기도 했다.



    5년 임기 대통령의 숙명

    대통령 지지율이 초고후저(初高後低)를 보이는 현상은 국정운영의 동력과 직결된다. 임기 초반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주요 정책 과제가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함께 흐지부지되는 일이 적잖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개혁의 고삐를 임기 초반에 당기려는 이유도 여기 있다.

    지지율은 역설적이다.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을 때는 역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지지율을 만회할 기회가 많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지지율이 높을 때는 지지율을 더 끌어올리기가 어려운 반면, 하락하기는 쉽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한편으로는 강력한 국정 추진을 가능케 하는 뒷심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조금만 잘못해도 한순간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어 손가락에서 모래가 빠져나가듯 지지율이 하락할 위험성이 상존한다 할 수 있다. 5년 임기 대통령의 권력누수는 5년짜리 모래시계와 같다. 처음에는 모래가 조금씩 내려가 모래시계 속 모래가 그대로인 것 같지만, 어느 정도 모래가 떨어지면 나중에는 그 속도가 더욱 빠르게 느껴지는 것과 비슷하다는 점에서다.

    빠져나가는 모래를 멈추게 하는 방법은 국민의 신뢰를 잃지 않는 것뿐이다. 국민이 기대하는 바를 얼마나 충족해주느냐에 따라 권력이라는 모래는 더 빨리 빠져나갈 수도, 아니면 더 천천히 빠져나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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