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3

2017.08.30

法통팔달

정부위원회 통해 지원 시스템 구축해야

공익제보

  •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 lawshin@naver.com

    입력2017-08-28 11: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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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해호 씨 사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악마의 이빨 새를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일찌감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태민-순실 일가의 부적절한 관계를 알린 사람이 있었다.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당원이던 김해호 씨는 2007년 6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최태민-순실의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 그는 허위사실공표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됐고 법원도 유죄 판결을 내렸다. 나중에 풀려난 뒤 그는 이런 비상식적 일이 가능한 한국 사회가 무섭다며 해외로 떠났다.



    2 인천관광공사 사건

    인천관광공사 한 직원이 사장의 비리 내용을 인천시의회에 제보했다. 제보 내용 가운데 일부는 감사원 감사에서 사실로 확인됐다. 그런데 뜻밖에도 노동조합이 제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사측에 제보자를 색출하라고 요구했다. 심지어 제보자를 기생충에 비유하면서 그를 찾아내 활동을 못 하게 해야 한다는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3 로스쿨 입학청탁 사건

    어느 방송국이 지난해 8월 초 모 로스쿨 교수가 동료 교수들에게 잘 아는 변호사 아들의 입학청탁을 했다면서 이를 목격한 사람의 생생한 증언을 내보냈다. 이를 수사한 경찰은 로스쿨 교수들을 대상으로 ‘입학청탁을 보거나 들은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예’ ‘아니요’로 답하는 설문조사를 했다. 일부 양심적인 교수는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대부분은  ‘아니요’라고 답했고 경찰은 이를 토대로 입학청탁은 없었다고 결론 냈다. 방송국 기자가 입학청탁에 관한 명백한 증언이 있는데 왜 그런 식으로 처리했느냐고 경찰 측에 묻자 수사담당자는 횡설수설했다. 이런 비상식적인 수사로 입학청탁 사실을 제보했던 교수의 삶은 무참히 망가졌다.



    조직의 비리를 들추며 시정을 구하는 내부고발 행위, 이것을 요즘에는 공익제보라고 격을 높여 부른다. 그러나 겉만 그럴 뿐이다. 그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배척은 통렬하다. 자기가 먹던 샘물에 침을 뱉은 몹쓸 인간으로 매도한다. 경찰, 검찰, 법원도 내부고발 행위가 우리 사회를 정화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구실을 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제62조 이하에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다수 규정을 두고 있지만 규정일 뿐이다. 내부고발을 억압하는 시스템하에서는 적폐에 따른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끼리끼리, 좋은 게 좋다는 악습 속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사회 신참자인 청년층이다.

    내부고발자의 공익제보가 어떻게 하면 인습의 두꺼운 벽을 뚫고 나올 수 있을까. 공익제보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장려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먼저 정부위원회 성격의 공익제보지원위원회를 설치해 제반 지원책을 강구하고 실행해야 한다.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무사안일주의를 막으려면 공익제보자가 원할 경우 대질심문, 거짓말탐지기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공익제보가 활발하게 이뤄질 때 적폐의 벽은 의외로 쉽게 허물어진다. 그 자리에는 참신하고 건설적이며 상식을 존중하는 기풍이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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