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3

2017.08.30

인터뷰

“현대차 연료전지 기술은 세계 1위, 연료전지 부품 99% 국산화 성공”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개발실장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7-08-28 10: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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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저 2만 리’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쓴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은 1874년 발표한 ‘신비의 섬’에서 만물박사 사이러스 스미스의 입을 빌려 ‘미래에는 물이 석탄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날이 머지않았다. ‘수소연료전기자동차’(FCEV·수소전기차)가 스미스의 예언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판도가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배터리, 연료전지 사업으로 급전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시범사업에 참여하면서 수소전기차를 처음으로 선보인 이래 기술 혁신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진행해오고 있다. 그 결과 내년 초 ‘차세대 수소전기차 양산’이라는 커다란 목표를 이뤘다.

    2003년 현대차 입사와 동시에 연료전지 개발에 매달려온 김세훈(51·사진) 연료전지개발실장은 8월 23일 기자와 만나 “수소에너지 사회는 곧 다가올 미래”라고 확언했다. 수소 사회를 이끄는 대표적인 원동력은 바로 글로벌 환경 규제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파리협약)에서는 전 세계 196개국이 참여해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낮추는 것을 목표로 국가별 환경 규제를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연비규제법(CAFE)을 강력하게 시행해왔다. 2020년까지 연비를 23%까지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매년 정해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현지 자동차 업체는 0.1mpg(miles per gallon) 미달분마다 총 판매 대수를 기준으로 대당 14달러 벌금을 내야 한다. 유럽 역시 강력한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실시 중이다.





    수소충전소, 하루 250kg 저장 가능한 공간 필요  

    “2015년 기준 유럽은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로 130g/km당 95유로(약 12만6400원)의 벌금을 책정하고 있고 2020년에는 그 기준을 95g/km로 낮추려 합니다. 만약 이러한 규제를 맞추지 못하면 전 세계 모든 자동차 업체는 엄청난 벌금을 물게 됩니다. 따라서 몇조 원에 달하는 벌금을 내지 않으려면 해당 국가에서 요구하는 연비를 맞춰야 합니다. 자동차회사 처지에서는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강력한 규제지만 세계시장의 흐름을 따라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단연 독보적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고성능의 연료전지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자동차회사는 현대차와 도요타, 혼다 정도인데, 이 가운데 현대차와 도요타가 1위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김 실장은 “현대차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기전기차 등 모든 친환경차를 독자적 기술로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시장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자부했다. 

    현재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국산화 비율은 99%에 육박한다. 김 실장은 “수입하는 건 전해질막 정도다. 그 대신 촉매 등은 다 국산화했다. 사실 연료전지 부품은 자동차회사보다 화학 쪽에서 접근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했다 해도 국가적 차원의 지원 없이는 수소전기차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수소충전소 건설 및 수소전기차 정부 보조금 정책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올해 정부에서 수소충전소를 13개가량 짓겠다고 하는데, 충전소가 상업적으로 운영되려면 하루에 최소 250kg 정도는 감당할 수 있는 저장 공간이 필요하다. 앞으로 정부 부처가 이런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환경부는 신차 판매 중 수소전기차 비율을 10% 높이고 수소충전기도 2030년까지 520기 설치를 목표로 하는 계획안을 발표한 바 있다. 또 올해 2월 국토교통부는 2025년까지 수소, 가스, 전기 융·복합휴게소를 200개가량 건설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하지만 해외 주요 국가들과 비교하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일본처럼 수소 수입 방법 모색해야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수소전기차 인프라 구축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어요. 독일도 수소충전 비용의 48%를 정부가 부담하겠다고 해서 6개 회사가 모여 특수목적법인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에는 에너지, 자동차 업체 등 여러 대기업이 들어와 있어요. 우리나라는 현재 정부 보조금을 지방자치단체에만 주도록 돼 있는데, 민간업체에도 지급해 해외처럼 다양한 기업이 참여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김 실장은 수소를 확보하는 방법에서는 “일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은 전 세계 각 지역에서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만든 액화수소나 암모니아 형태로 수입하고 있다. 수소 수출국으로는 호주와 노르웨이가 대표적이다.

    “호주 필바라(Pilbara)는 한국 면적의 5.5배에 달하는데, 만약 이 지역 전체에 태양광 시스템을 설치한다면 원자력발전소 2만5000기에 해당하는 전력이 생산됩니다. 현재 실증사업 중으로, 태양광을 통해 얻은 전기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고 이를 또 이동하기 편한 암모니아 형태로 변환하면 전 세계에 수출할 수 있습니다.

    또 독일은 지하 전체가 소금덩어리이기 때문에 땅에 파이프를 꽂아 물을 부은 뒤 소금물을 뽑아내 냉매·부동액으로 만들어 수출하고, 그렇게 해서 생긴 지하동굴에 엄청난 양의 수소를 보관합니다. 수소에너지 사회에 대비하려면 우리도 일본처럼 수소를 액화수소나 암모니아 형태로 수입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재생에너지를 반드시 국내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여길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수입해오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야만 파리협약에서 약속한 대로 2030년 BAU(온실가스 배출전망치) 대비 37%를 감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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