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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당신이 살(買) 집, 살(住) 집 01

단독주택 권하는 사회

재테크 수단에서 쉼터 개념으로 바뀌어…골목에 개성을 입히는 단독주택

단독주택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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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 숲속마을에 지은 주정균 씨의 집 내부. 다락방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 구조가 특이하다. 주씨는 서울 아파트 전세금으로 택지와 건축 비용을 모두 해결했다.

6년 전 김태영(66) 씨는 오랜 숙원이던 전원주택의 꿈을 이뤘다. 은퇴하자마자 평소 봐뒀던 인천 강화도에 마당이 있는 2층 전원주택을 지은 것. 김씨는 마니산이 보이는 곳에 집터를 마련해 거실과 마당에서 강화도의 멋진 풍광을 감상할 수 있게 하고, 2층 발코니를 넓게 만들어 지인들과 바비큐 잔치를 할 수 있게끔 설계했다. 그는 “서울 방배동 집과 강화도 집을 절반씩 오가며 산다. 전 직장 동료들이나 아내 친구들에게 사랑방이 될 수 있는 전원주택을 원했는데 꿈을 이뤄 만족한다”고 말했다.

아파트에 사는 것을 최고로 치던 시절은 이제 지나갔다. 똑같은 모양, 틀에 박힌 구조, 꽉 막힌 시야에 답답함을 느낀 이들을 중심으로 단독주택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대표 건축가 승효상은 ‘집은 사는(買) 곳이 아닌 사는(住) 곳’이라는 건축 철학을 밝힌 바 있다. 과거에는 통용되기 힘든 개념이었으나 이제는 수긍하는 이가 많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온나라부동산정보 통계에 나타난 최근 4년간 전국 건물유형별 토지거래 현황을 살펴보면 단독주택(아파트·다세대·연립 등 공동주택을 제외한 다가구·다중·주상용 등 용도복합 주택을 포함) 토지 거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단독주택은 2012년 8만4761필지에서 지난해에는 25.9% 증가한 10만6768필지가 거래됐고, 다가구주택은 2012년 2만76필지에서 지난해 52.3% 증가한 3만584필지가 거래됐다(표 참조).

단독주택의 표준가격도 오르는 양상이다. 1월 발표된 국토교통부 전국 표준단독주택 가격공시를 보면 서울과 경기, 인천은 지난해에 비해 각각 4.33%, 2.31%, 2.67% 올라 수도권 전체 3.48%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외 광역시는 4.25%, 시·군은 4.19% 오르는 등 전국적으로 3.81% 상승했다. 단독주택 가격은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인 2009년을 제외하고 올해까지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단독주택 권하는 사회
아파트 수익률 떨어지자 단독주택으로 눈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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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은 아파트 가치가 떨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컨설팅 전문업체 유엔알의 박상언 대표는 “1980년대부터 이어진 아파트 시세차익에 대한 노림은 2010년대 들어서면서 많이 줄었다. 이미 아파트가격이 오를 대로 올랐고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는 예전처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단독주택으로 눈을 돌리는 이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최근 5년 새 아파트가 재테크 수단으로서 가치가 예전 같지 않자 단독주택 선호도가 높아졌다. 자녀교육 문제에 얽매이지 않거나 도심권 생활을 고집하지 않는 이의 경우 외곽 지역 단독주택으로 옮겨가 자신만의 삶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또 노년층을 중심으로 아파트를 팔고 단독주택을 마련해 1~2층은 월세를 놓고 3층은 자신이 거주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젊은 세대 가운데 아파트를 과감히 포기한 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3년 전 결혼한 이미영(36) 씨는 신혼집을 알아보던 중 남편을 설득해 아파트 대신 서울 종로구 평창동 단독주택에 둥지를 틀었다. 낡은 집을 보수하느라 시간과 돈이 들긴 했지만 향후 자녀를 양육하고 노후를 보내는 것까지 생각한 결정이었다. 이씨는 “계절 변화를 마당에서 느끼고, 땅을 밟으며 사는 단독주택을 동경하던 차에 적당한 가격의 매물을 만날 수 있었다. 손이 많이 가고 교통이 불편하다는 단점도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우리만의 보금자리’라는 애착이 커진다”고 말했다.

은퇴세대의 경우 애물단지로 전락한 아파트를 팔고 단독주택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 조경숙 한국토지주택공사 판매보상기획처 차장은 “노년층이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위례신도시의 점포 겸용 단독주택 용지 분양 당시 청약경쟁률이 최고 2700 대 1을 기록했는데, 임대수익을 노린 노년층이 주도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주거전용 단독주택 용지도 과거에는 인기가 비교적 낮았으나 최근 전세가가 급등하다 보니 임대 목적으로 분양을 받는 노년층이 늘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계속된 우리나라 사람들의 지독한 아파트 사랑은 산업화 영향이 컸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급격한 산업화 바람은 아파트 부흥을 이끌었고 이후 전국에 아파트가 우후죽순 지어졌다. 당시 신식 화장실과 보일러 시스템을 갖춘 아파트는 부유층의 상징이었고,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아파트 인기는 2000년대까지 이어져 집값 상승을 주도했다. 사람들 머릿속에는 ‘아파트는 사면 오른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았고 대다수가 투자자의 눈으로 아파트를 선택했다.

그러나 최근 10년 사이 산업화 바람이 꺾이고 정체기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경향은 달라졌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 아파트가격의 상승 속도가 매우 빨랐고, 이는 수요자에게 확실한 동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 같은 관념이 2000년대 말부터 깨지기 시작하면서 집을 보는 시각도 투자재에서 사용재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아파트가격이 떨어지는 광경을 목도한 이들 사이에 ‘더는 값이 오르지 않을 수 있다’는 변수가 자리 잡으면서 많은 이가 사용자로서 집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단독주택 권하는 사회

단독주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서울 근교 택지개발지구 내 단독주택 밀집지역이 각광받고 있다. 사진은 경기 파주 교하신도시 내 단독주택.

‘내 집, 내 마을’로 개념 확장

대학생, 직장인 등 젊은 세대가 엄두를 낼 수 없을 정도로 아파트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점도 단독주택 수요가 늘어난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 교수는 “젊은 세대는 집값 대비 가처분소득이 매우 낮다. 월급을 모아 서울 시내 아파트를 사는 데 과거에는 10년 걸렸다면 지금은 20년 넘게 걸린다. 이들이 아파트를 포기하고 단독주택으로 눈을 돌리면서 단독주택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도심에서 살고자 하는 젊은 세대가 낡은 단독주택을 개조해 주거공간 겸 일터로 사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젊은이의 거리로 꼽히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 홍익대 인근 주택가에는 저마다의 개성으로 꾸민 주거공간이 많다. 그 덕에 주택가 근처 작은 카페, 음식점들까지 자생적으로 생겨났고 동네 분위기도 달라졌다.

이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과도 맞닿아 있다. 과거 뉴타운으로 선정됐던 곳들이 이제 도시재생사업으로 새롭게 바뀌고 있다.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의 김장성 주거재생과 주무관은 “기존 단독주택들을 철거하고 아파트를 짓는 것이 뉴타운사업의 골자였지만 그 과정에서 동네를 떠나야 하는 주민들이 생겨 문제가 많았다. 이제는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 위주로 소외계층이라도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재생사업을 벌이고, 손상된 커뮤니티도 활성화해 다 함께 살 수 있는 마을로 변화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재생사업 이후 사람들이 집을 대하는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김장성 주무관은 “과거 뉴타운 지역 주민들은 집이 낡으면 헐고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는 생각을 주로 했기 때문에 동네를 가꿔나가는 개념이 부족했다. 재생사업 이후 주민들 가운데 자발적으로 마을을 가꾸겠다는 이가 많아졌고 ‘내 집, 내 마을’이라는 인식도 자리 잡았다. 과거와 달리 사람냄새 풍기는 동네로 변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 일반인에게 단독주택은 여전히 희망사항일 뿐이다. 도심에서 ‘마당이 있는 전원주택’을 지으려면 택지 비용이 만만치 않고, 교외로 나가려면 출퇴근과 자녀교육 등 제약이 많다. 이러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단독주택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태섭 연구실장은 “택지개발지구나 신도시의 단독주택을 제외하고 도심 속 단독주택은 아파트와 비교했을 때 딱히 좋은 주거공간이 아니다. 특히 서울 시내 단독주택은 조밀하게 지어진 데다 주차 문제 등 단점이 많아서 현실적으로 이상적인 집을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상언 대표도 “최근 4~5년 사이 단독주택 붐이 일기는 했지만 대부분 서울 외곽으로 나가야 가능한 집들이다. 도심에서 단독주택은 노년층이 임대를 생각하고 구매하는 투자용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집값을 안정화하고 도시 모습을 다양화하려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현석 교수는 “단독주택 선호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 각자의 개성을 반영한 단독주택과 골목빌딩 등이 생기면 도시의 다양성 측면에서 이득이기 때문이다. 작은 변화가 큰 흐름이 되기 위해서는 단독주택 공급을 지원하는 체제와 금융지원 등 제도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5.09.21 1006호 (p46~48)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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