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5

2016.07.06

한창호의 시네+아트

디스코 세대의 청춘예찬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에브리바디 원츠 썸!!’

  • 영화평론가 hans427@daum.net

    입력2016-07-04 16: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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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성장기 영화’에 남다른 감각을 갖고 있다. 12년 동안 한 소년의 성장과정을 기록한 ‘보이후드’(2014)는 그 정점일 테다. 링클레이터는 신인 때부터 ‘멍하고 혼돈스러운’(1993) 같은 작품으로 사춘기의 ‘혼돈’ 가득한 고민을 재치 있게 그린 바 있다. 1970년대 중반이 배경인 이 작품은 새 학기를 앞둔 중학생과 고교생의 하루를 담았다. 신작 ‘에브리바디 원츠 썸!!’은 그때의 중고교생이 대학에 진학했으면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지 상상한 코미디 영화다. 이번엔 대학 개강을 앞둔 신입생의 사흘을 다룬다. 말하자면 ‘에브리바디 원츠 썸!!’은 ‘멍하고 혼돈스러운’의 후속작이나 다름없다. ‘비포 선라이즈’(1995) 이후 ‘비포 시리즈’ 3부작이 완성된 것처럼 또 다른 3부작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에브리바디 원츠 썸!!’의 주인공은 대학 야구부 신입생 제이크(블레이크 제너 분)다. 영화는 제이크가 차를 몰고 야구부 숙소를 찾아가며, 캠퍼스 주변 여학생들을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링클레이터 영화답게 도입부부터 더 낵의 ‘마이 셰로나(My Sharona)’가 흐르며 여자친구를 사귀고픈 제이크의 마음을 대신 표현하고 있다. 제이크는 이제 대학생이 됐다는 흥분에, 마치 신세계에 도착한 외지인처럼 호기심을 드러낸다. 그런 흥분을 자극하는 게 당시 유행음악이다.

    팝음악에 대한 링클레이터의 감수성은, 그것만으로도 팬덤이 생길 정도로 매력적이다. ‘멍하고 혼돈스러운’은 1970년대 영화답게 하드록을 배경음악으로 썼다. ‘에브리바디 원츠 썸!!’이 강조하는 음악은 80년대를 휩쓴 디스코다. 슈거힐 갱의 ‘Rapper’s Delight’, 쿨 앤드 더 갱의 ‘Ladies Night’, 블론디의 ‘Heart of Glass’ 등 디스코 명곡들이 연속해 나온다. 80년대 미국 대학가에는 베트남전쟁 등으로 치열하던 70년대의 ‘사회적 삶’이 사라진 대신 ‘개인의 삶’을 강조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는데, 그런 변화가 이 영화의 배경이다.  

    주인공 제이크의 외모에서도 당시 시대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몸에 달라붙는 티셔츠와 청바지, 그리고 아디다스 운동화 차림은 선배들의 히피 스타일에 비하면 대단히 순진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는 정치에는 거의 무지한 신입생으로 그려진다. 제이크의 시선에서 대학 문화가 묘사되기에, 보기에 따라서는 불편할 수 있는 장면도 꽤 있다. 이를테면 페미니즘 관점에서 보면 이 영화는 백인 청년의 순진한 백일몽에 가깝다. 그런데 ‘에브리바디 원츠 썸!!’은 그것마저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청춘의 절정으로 묘사한다. 자신이 인생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잘 모르는 ‘순수한’ 시대에 대한 강한 향수인 것이다. ‘에브리바디 원츠 썸!!’은 청춘예찬의 고전인 ‘초원의 빛’(엘리아 카잔 감독·1961)의 80년대 버전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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