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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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두 얼굴을 보다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5-08-17 15: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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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두 얼굴을 보다
    1944년 11월 25일 일본 도쿄에 사는 열아홉 살 오구마 겐지는 가족의 송별인사를 받으며 입영열차에 올랐다. 그가 일본에 돌아온 것은 그로부터 4년 뒤. 그는 입대하자마자 소련군 포로가 돼 시베리아 수용소에 갇혀 있다 48년 귀국했다. 지식인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니었지만 전후 그는 단 한 번도 군국주의자와 자민당에 투표하지 않았다.

    그가 전후보상재판에 관여하게 된 것은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만난 ‘일본군 조선인’ 오웅근 씨 때문이었다. 1988년 일본 정부가 전쟁 당시 소련 억류자를 대상으로 ‘평화기념사업’을 실시하자 겐지는 오씨를 떠올렸다. 전후 중국 국적을 취득한 오씨는 위로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조선인을 일본인이라고 징집해놓고 지금은 외국인이기 때문에 지급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겐지의 생각이었다. 그는 자신이 받은 위로금의 절반을 오씨에게 보냈고, 이후 두 사람은 손해배상과 공식 사죄를 요구하며 국가를 제소했다. 이길 거라 기대하지 않았지만 20분간 허용된 구두변론에서 겐지는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이런 국제적 전후보상에 시효 같은 건 없습니다. 계속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그만둬주십시오. 그리고 이런 부(負)의 유산을 다음 세대에 미루는 것을 멈춰야 합니다.”

    오구마 에이지 일본 게이오대 교수가 쓴 ‘일본 양심의 탄생’은 아버지 겐지의 일생을 통해 본 일본 민중의 역사다. 오구마 교수는 이 책에서 “전쟁 피해는 ‘국민이 다 같이 참고 견뎌야’만 하는 것으로 ‘보상’은 하지 않는다. 다만 요구가 거셀 경우에는 ‘위로’ ‘문안’ ‘의료 지원’만 한다”는 일본의 전쟁피해보상 원칙이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 일본 히로시마 상공에서 원자폭탄이 투하됐다. 순식간에 7만8000명이 사망했고 부상자 수는 그보다 훨씬 많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종군기자로 활약한 존 허시는 ‘뉴요커’로부터 ‘원폭 1년 후’ 특집기사를 의뢰받고 히로시마로 날아가 생존자 6명을 인터뷰했다. 이 이야기는 ‘히로시마’라는 책으로 출간됐다. 그로부터 40여 년 후 허시는 다시 책 속 주인공들을 찾아가 ‘원폭 투하 40년 후’를 추가해 증보판을 냈다. 이 책에서 저자와 생존자 모두 “왜 전쟁이 일어났는가” “왜 수많은 억울한 목숨이 사라져야 했는가”라고 직접 묻지 않는다. 사실 원자폭탄이 뒤바꿔놓은 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됐다. 허시는 원자폭탄 피해자를 지칭할 때 생존자 대신 피폭자라 부르며 어떤 책임도 지고 싶어 하지 않는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이는 70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패전이 아니라 종전이라고 우기는 일본의 모습과 겹친다.



    사진작가 권철은 10년간 야스쿠니 신사를 찍은 기록 ‘야스쿠니 군국주의의 망령’에 이렇게 썼다. “야스쿠니 신사에서 참전 군인들은 전쟁을 추억하고, 신세대들은 전쟁을 기념한다. 참전 군인들은 욱일기를 앞세우고, 참전 당시 입었던 군복을 다시 꺼내 입는다. 패전을 아쉬워하며, 자위권 강화를 외치며 군국주의의 부활을 꿈꾼다.”

    일본의 두 얼굴을 보다
    이중톈의 이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이중톈 지음/ 이지연 옮김/ 보아스/ 600쪽/ 2만1000원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 춘추전국시대는 약육강식의 대혼란이 거듭됐지만 그 덕에 제자백가가 등장했다. 즉 ‘천하가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를 놓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사유하며 논쟁한 결과가 백가쟁명인 것이다. 중국 역사학자이자 스타 작가인 저자가 공자로부터 시작해 유가와 묵가, 유가와 도가, 유가와 법가 사이에서 벌어졌던 논쟁을 총정리했다.

    일본의 두 얼굴을 보다
    과학은 반역이다

    프리먼 다이슨 지음/ 김학영 옮김/ 반니/ 436쪽/ 1만9000원


    ‘슈뢰딩거-다이슨 방정식’으로 물리학계에 큰 족적을 남긴 거장이 쓴 과학 에세이. 1부 ‘과학의 현안들’에서 저자는 지역의 우세한 문화가 강요하는 제약들에 맞서는 것이 곧 ‘반역’이며 과학의 소임이라고 주장한다. 그 밖에 과학기술로 야기된 윤리적 문제와 불평등, 전쟁에 대한 책임, 생태계 문제 등 정치적 현안을 다루고, 갈릴레이부터 아인슈타인까지 ‘반역’의 기치를 들었던 과학자들의 업적을 재조명했다.

    일본의 두 얼굴을 보다
    편견이란 무엇인가

    애덤 샌델 지음/ 이재석 옮김/ 와이즈베리/ 436쪽/ 1만6000원


    ‘정의란 무엇인가’를 쓴 마이클 샌델 교수의 아들로 미국 하버드대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저자가 ‘편견’에 대해 갖고 있는 우리의 ‘편견’을 지적한 책. 즉 편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편견이며, ‘비관여적 판단’과 ‘정황적 판단’이라는 두 개념을 통해 편견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정당한 편견’도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두 얼굴을 보다
    길 : 조정래 사진 여행

    조정래 지음/ 해냄/ 396쪽/ 1만5000원


    대하소설 3편, 장편소설 8편, 소설집 5편, 산문집 3편. 대하소설 ‘아리랑’(1995년 완간)을 취재할 때 이미 그는 지구 세 바퀴 이상 걸었다. ‘황홀한 글감옥’이 글로 보는 자서전이라면 ‘길’은 사진으로 보는 자서전이다. 1999년 ‘조정래, 그의 문학 속으로’라는 제목으로 펴냈던 책을 컬러사진으로 교체하고 그로부터 16년의 시간을 보탰다. ‘아리랑’(전 12권) 청소년판 출간, ‘허수아비춤’(2010년 발표) 재출간도 이어졌다.

    일본의 두 얼굴을 보다
    누가 더 끝까지 해내는가

    세라 루이스 지음/ 박지훈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60쪽/ 1만4000원


    ‘북극을 정복하려면 먼저 북극에 항복하라’는 말이 있다.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내맡기라는 뜻이다. 인간 행동의 밑바탕에서 작동하는 혁신적 변화의 원동력을 분석한 이 책은 한계인식, 자신과의 경쟁, 영리한 항복, 심미적 동력, 실패 연구, 공식 파괴, 학습의 즐거움, 그릿(목표를 이루는 의지력) 등 완벽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8가지 공통점을 뽑아냈다. 원제는 ‘The Rise’.

    일본의 두 얼굴을 보다
    위대한 전쟁 위대한 전술

    양욱 지음/ 플래닛미디어/ 352쪽/ 2만2000원


    인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며, 가장 오래된 직업은 군인이라는 말처럼 전쟁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군사문제 연구가인 저자가 고대 마라톤 전투부터 근대 워털루 전투까지 세계사를 바꾼 명전투 19개 장면을 고르고, 그 속에 숨겨진 전략과 전술을 소개했다. 적이 싸움을 걸어왔을 때 완벽히 승리할 전략과 전술을 갖지 못한 나라는 위태롭다는 교훈을 남긴다.

    일본의 두 얼굴을 보다
    맞서는 엄지

    나이즐 스파이비 지음/ 김영준 옮김/ 학고재/ 376쪽/ 2만5000원


    인간은 어떻게 예술을 만들고 예술은 어떻게 우리 사회를 만들었을까. 2005년 영국 BBC 다큐멘터리 시리즈의 바탕이 된 이 책은 수천 년간 5개 대륙에서 예술이 남긴 시각 이미지를 추적해 인류사를 재조명하는 시도를 담았다. 다른 네 손가락과 ‘맞서는’ 위치에 있는 엄지의 정교한 움직임이 인간의 예술활동을 가능하게 했다고 보고, 이미지를 재현하고 과장하는 능력을 신경심리학과 진화생리학의 원리로 설명했다.

    일본의 두 얼굴을 보다
    여자체험

    김광호 지음/ 도서출판 아담/ 368쪽/ 1만3500원


    스물여덟 살 남자가 어느 날 여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여장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남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자와 막상 여자가 돼 부딪히는 현실은 왜 이리 다른가. 남자로 돌아올 때마다 느끼는 해방감은 또 무엇인가. 그러나 변신에 지칠 무렵 여자들 사이에 형성된 미묘한 유대와 우정을 발견한다. 시나리오와 만화스토리 작가로 경력을 쌓은 소설가가 쓴 한 편의 영화 같은 소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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