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1

2015.06.08

이기는 곳에 전략이 있다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5-06-08 1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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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는 곳에 전략이 있다

    반경(反經) <br>조유 지음/ 문이원 옮김/ 동아일보사/ 536쪽/ 2만 원 <br>전략의 신 <br>송병락 지음/ 쌤앤파커스/ 308쪽/ 1만8000원

    이기고 싶은가. 두 권의 책이 있다. 하나는 ‘처세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동양 고전이고, 다른 하나는 ‘당신이 쓸 수 있는 세상의 모든 전략’을 정리한 책이다. 하나가 교과서라면 다른 하나는 참고서다.

    교과서부터 보자. 책략을 날줄로 삼고 역사를 씨줄로 삼았다는 ‘반경(反經)’은 중국 당나라 시대 학자인 조유가 쓴 처세서다. 조유는 ‘반경’ 서문에서 “인정이 후할 때는 왕도(王道)로 다스리고, 인심이 각박할 때는 패도(覇道)로 다스리는 것”이라며 “유가(儒家) 선비들이 들은 것에만 매달려 왕도와 패도가 다르다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까닭에 나는 그 책략의 장단점을 들어 시대의 변화에 따라 경세제인(經世濟人) 하는 방법을 썼다”고 했다. 맹자가 왕도를 이상정치로 보고 패도를 부정한 것에 대한 정면 비판인 셈이다. 조유는 오히려 “패자는 인(仁)을 드높이고 의(義)를 이끄는 일에서는 삼대의 제왕만 못하지만 엎어지는 상황을 붙들고 기우는 시대를 안정시켰으므로 그 다스림은 결국 같다”는 말로 패도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기려면 왕도와 패도가 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경’ 1장 ‘대체(大體) : 큰 틀을 마련하다’가 다음과 같은 노자의 말로 시작하는 것에서도 이러한 조유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정도(正道)로 나라를 다스리고 기계(奇計)로 군대를 움직이며 무사(無事)로 천하를 취한다.”

    송병락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쓴 ‘전략의 신’은 동서양 전략의 백미로 꼽히는 ‘손자병법’과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토대로 현존하는 전략 대가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전략에서 정수만 뽑아 8가지 방법론으로 집대성한 책이다. 흥미로운 점은 여기에서도 정(正)의 전략과 기(奇)의 전략이 제일 먼저 나온다는 것이다.

    남도 알고 나도 아는 방법으로 싸우는 것이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정(正)이다. 정은 지지 않기 위한 전략이다. 그러나 이기려면 상대가 예상치 못한 기상천외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기의 전략이다. 정으로 맞서고 기로써 승리를 결정짓는 ‘기정(寄正)’ 전략은 약자의 선택지다. 마오쩌둥이 이끄는 홍군이 장제스의 국민당군에 10분의 1도 안 되는 병력으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기정 전략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적이 진공하면 우리는 물러나고, 적이 정지하면 교란하고, 적이 피곤하면 공격하고, 적이 물러나면 추격한다’는 마오쩌둥의 ‘16자 전법’으로 공산당은 중국 대륙을 차지했고, 장제스는 대만으로 쫓겨갔다.

    ‘전략의 신’은 1부에서 정×기, 전승×총력, 융합×독창, 양×음, 베스트×유니크, 상생×상극, 허(虛)×실(實), 형(形)×세(勢) 등 8가지 전략의 개념을 설명하고, 2부에서는 저자가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경영대 교수로부터 자문받아 10여 년간 개발해온 실전 전략을 총정리했다. 송병락 교수는 서문에서 “전략을 모르고 승자가 되는 것은 방향을 잃고 표류하던 배가 우연히 항구에 안착하는 것처럼 흔한 일이 아니다”라고 썼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전략을 책상 앞에서만 배우고 정작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이기는 곳에 전략이 있다
    또 다른 중화, 대만

    지은주 지음/ 김영사/ 384쪽/ 1만6000원


    민주화 이후 대만 정당체제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나. ‘하나의 중국’을 고수해온 중국의 급부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만 정당은 소득불평등, 실업률 등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하는가. 대만의 정치, 외교, 사회, 문화를 통합적으로 분석했다. 특히 민주화 과정부터 경제 발전, 국가의 지도력까지 한국과 쌍둥이처럼 비슷한 길을 걸어온 대만의 어제와 오늘을 통해 한국의 내일을 전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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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민갑부

    채널A 독한인생 서민갑부 제작팀 지음/ 동아일보사/ 288쪽/ 1만4800원


    연매출 25억 원의 돼지갈빗집, 28억 빚쟁이에서 90억 자산가가 된 농사꾼, 월매출 7000만 원 만둣집 사장님. 맨몸으로 일군 서민들의 성공기에는 감동과 교훈이 있다. 종합편성채널 채널A ‘독한인생 서민갑부’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손꼽히는 자수성가형 서민갑부들의 돈 버는 비법을 취재했다. 이와 함께 돼지갈비 양념 레시피와 강원 용대리 황태 갑부의 단기 목표 설정법 등 ‘갑부의 비밀 사전’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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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렁크

    김려령 지음/ 창비/ 216쪽/ 1만2000원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의 작가가 이번엔 계약결혼과 성소수자 문제를 들고 나왔다. 서른 살, 다섯 개의 결혼반지. “이번 결혼에도 사랑은 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주인공의 직업은 기간제 배우자. 고액 연회비와 혼인성사자금을 지불하는 회원에게 계약 기간에만 배우자가 돼주는 직업이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미련 없이 트렁크를 꾸리는 주인공. ‘출장 결혼’이란 낯선 방식을 통해 폭력과 부조리로 가득한 삶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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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400쪽/ 1만6500원


    미국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100인’에 이름을 올린 저자가 이렇게 묻는다. 우리가 언젠가는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면 대체 무엇을 위해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의학적 싸움을 벌여야 하는가. 책은 ‘혼자 설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치료만이 전부가 아니다’ ‘두렵지만 꼭 나눠야 하는 이야기들’ 등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아마존 선정 2014년 최고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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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디어가 자본을 이긴다

    귄터 팔틴 지음/ 김택환 옮김/ 한겨레출판/ 284쪽/ 1만4000원


    저자는 독일 베를린 자유대 경영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히말라야 산맥에서 생산되는 다르질링 차를 수입해 싼값에 공급하는 ‘테캠페인’을 창업해 성공한 뒤 독일 창업 대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돈 쓰지 마라, 손발도 쓰지 마라, 당신이 쓸 것은 오지 머리뿐”이라고 외치며 이케아, 더바디샵, 미그로스 스카이프, 알디 등 심플한 콘셉트 하나로 성공한 유럽식 창업 모델 사례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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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저쪽

    정찬 지음/ 창비/ 268쪽/ 1만2000원


    수배와 도피, 수감생활로 1980년대를 보낸 윤성민은 어느 날 첫사랑 강희우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는다. 27년 만의 재회에서 성민은 희우가 도피 중인 자신의 은신처를 알아내려는 사람들에 의해 성폭력을 당하고 임신까지 한 채 프랑스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알게 된다. “1970년대를 시작으로 80년대를 굽이치면서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여기까지”라는 작가의 말대로 한국 사회의 역사적 풍경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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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결코 세상에 순종할 수 없다

    이외수 지음/ 해냄/ 332쪽/ 1만3800원


    “소설이 칼이라면 저는 행려병자 같은 칼잡이입니다. 칼 하나를 의지하고 정처 없이 떠돕니다.” 1980년 2월 창작집 ‘겨울나기’를 펴낸 뒤 쓴 글이다. 이 책은 작가가 젊은 시절 찢어버린 원고지 더미에서 찾아낸 미발표 시와 그림, 짧은 글을 모아 펴낸 ‘말더듬이의 겨울수첩’ 중 청년들과 공유하고 싶은 글 몇 편을 추리고 새로 쓴 산문들과 함께 엮은 산문집이다. 작가가 그린 그림 131점도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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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국기행

    정찬주 지음/ 유동영 사진/ 작가정신/ 352쪽/ 1만8000원


    첫눈이 오면 공휴일이 되는 나라 부탄, 히말라야 기운을 받은 땅 네팔, 신라 여섯 씨족장과 석탈해가 떠난 남인도, 불심의 나라 스리랑카, 의상대사와 혜초가 순례한 중국 오대산. 장편소설 ‘천강에 비친 달’ ‘인연 1, 2’ 등 불교와 밀접한 글쓰기를 해온 작가가 ‘불국’ 다섯 곳을 다녀온 경험과 기록을 담았다. 저자는 불교 유적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곳곳에서 우리 역사, 우리말과의 접점을 찾아냈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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