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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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위선과 마주치는 심각하게 재밌는 만화

송곳 1, 2, 3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5-05-26 14: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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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안의 위선과 마주치는 심각하게 재밌는 만화

    최규석 지음/ 창비/ 1권 248쪽, 2권 224쪽, 3권 204쪽/ 각 권 1만1000원

    노동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인기 웹툰 ‘송곳’ 1차분 3권이 출간됐다. 주인공 이수인은 대형마트 ‘푸르미’의 야채청과 담당 과장이다. 한때 ‘지켜야 할 규율과 해야 할 일이 명확해서’ 직업군인이 됐지만 군대 안 부조리와 부패를 견디지 못해 도망치듯 전역했다. 그는 정의감 때문에 더는 괴로워할 필요 없는 직장을 찾았다. 외국계 대형마트 엘리트 사원. 고졸 판매사원도 매니저가 될 수 있다는 곳, 모두가 공평하게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는 곳에서 그는 눈을 감고 조용히 세상과 거리를 좁혀나가려고 했다.

    어느 날 점장으로부터 지시가 내려왔다. 판매사원을 전원 해고하라. 아니 괴롭혀서 스스로 나가게 하라. 그 자리는 비정규직으로 채워 비용을 줄이겠다는 속셈이었다. 부당한 지시를 받은 날 과장들이 술집에 모여 한마디씩 한다. “인원 감축할 거면 해고를 시키지 왜 사람을 괴롭히래?” “절차 지켜 해고하는 게 쉬운 줄 알아? 이게 빠르고 싸게 먹혀.” 윗사람 험담을 하며 지시대로 할 거냐 말 거냐 갑론을박할 때 고참 과장이 나선다. “칼질하기 전에 손 씻는다고 피 안 묻나? 지금 화내는 거 다 우리 맘 편하자고 하는 짓이잖아. 안 할 거면 몰라도 어차피 다들 할 거 아냐.”

    이것이 ‘습지 생태보고서’에서부터 줄곧 보여준 만화가 최규석의 스타일이다. 날카로운 현실 인식과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 ‘습지 생태보고서’의 주인공은 자신과 같은 아르바이트생인 아가씨가 하소연하며 눈물을 흘릴 때 아무런 위로도 해주지 못한 것을 자책하며 이렇게 독백한다. ‘친해질까 봐. 그 슬픔이 나에게 조금이라도 전해질까 봐 무서웠어.’

    그러나 ‘송곳’의 주인공 수인은 피하지 않는다.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전부 내보내라”는 부장 앞에서 “못 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온다. 이제부터 그는 판매사원들을 설득해 노동조합에 가입케 하고 부당노동행위에 맞서 끝 모를 투쟁의 길에 선다. 그런 수인 앞에 구고신이 나타난다. ‘떼인 임금 받아드림’이라고 쓴 명함을 갖고 다니는 부진노동상담소 소장이자 냉철한 조직가인 그는 사람들에게 “남의 일 해주고 돈 받으면 임금이고, 일하는 사람한테는 일하는 사람의 권리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수인이 과연 누구를 위한 싸움인가를 고민할 때 “선한 약자를 약한 강자로부터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것”임을 일깨워주고, 책임감에 시달리는 수인의 어깨를 다독이며 “너무 위대해지지 마라”고 말할 만큼 노련하다.

    ‘송곳’에는 영웅 캐릭터가 없다. 평소 규칙을 따르고 자신의 자리가 없어질까 걱정하는 소심한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회사 측의 협박과 회유에 이탈자가 생기고 모두가 그를 ‘배신자’라 비난할 때 수인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성공하면 모두가 성공할 것이고, 실패하면 아마도 우리만 실패할 겁니다. 그러니까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짐만 지세요.” 인간다운 대접을 받기 위해 싸우는 평범한 사람들의 분노는 4권으로 이어진다.



    내 안의 위선과 마주치는 심각하게 재밌는 만화
    울리히 벡의 오늘도 괜찮으십니까

    울리히 벡 지음/ 전이주 옮김/ 도도/ 264쪽/ 1만4800원


    세상은 ‘협력하지 않으면 실패하고 함께 성공하지 않으면 홀로 실패한다’는 세계주의와, 민주주의를 해체하고 신민족주의를 지향하는 상호 모순된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저자는 묻는다. 세계화의 목적지는 어디인가. 우리는 잘 살고 있는가. 이를 위해 하나의 관점이자 정치적 현실이며 규범적 개념으로서 ‘세계내부정치’를 제안했다. 올해 초 세상을 떠난 저자가 2009~2010년 유럽 주요 신문에 발표한 칼럼을 모았다.

    내 안의 위선과 마주치는 심각하게 재밌는 만화
    예외 : 경계와 일탈에 관한 아홉 개의 사유

    김상중 외 지음/ 문학과지성사/ 324쪽/ 1만5000원


    동일본 대지진과 세월호 사고가 ‘예외적인 일’이었다면 ‘예외’란 무엇인가. 통합진보당 해산, 지역주의, 돌연변이, 양성구유(兩性具有), 인플루엔자 등의 주제에 대해 저자 9명이 ‘예외’라는 키워드로 우리 사회를 돌아본다. ‘과학의 눈으로 본 예외’는 새로운 가능성이며, ‘역사와 일상 속에서 만난 예외’는 악(惡), ‘정치와 사회 국면의 예외’는 권력의 문제라는 시각을 제시한다.

    내 안의 위선과 마주치는 심각하게 재밌는 만화
    왜 낡은 보수가 승리하는가

    김상진·엄경영 지음/ 라의눈/ 340쪽/ 1만5000원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 2017년 대통령선거(대선)를 앞두고 누구든 ‘승리’를 원한다. 보수의 영구집권이냐 진보의 기사회생이냐 갈림길에서 두 저자는 “이대로라면 보수가 또 이긴다”고 단언한다. 선거는 프레임 전쟁이며, 늘 보수의 프레임이 이기는 데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보수와 진보의 실체를 파헤치고, 2017년 대선을 예측한 책.

    내 안의 위선과 마주치는 심각하게 재밌는 만화
    이따위 불평등

    이원재 외 지음/ 북바이북/ 256쪽/ 1만5000원


    전 세계를 불평등 늪으로 몰아넣은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는 ‘경제학’의 소산이며, 그것을 가능케 했던 수많은 정치체제나 사회 시스템도 다양한 인접 학문의 소산이다. 저자 26명이 초양극화시대에 ‘불평등’ 문제를 다각도로 접근했다. 방법은 25권의 책이다. 불평등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거나 문제 원인을 파고든 25권의 책을 한꺼번에 읽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내 안의 위선과 마주치는 심각하게 재밌는 만화
    성범죄사건 경찰조사에서 합의, 재판까지 사건별 시간별 대응 전략

    박원경 지음/ 지식공간/ 212쪽/ 1만4000원


    당신이 사는 동네에 ‘나는 성범죄자’라는 우편물이 뿌려진다고 상상해보라. 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똑같은 상황에서 A는 재판도 받지 않고 전과기록도 없이 마무리됐지만, B는 실형 1년을 선고받고 20년간 신상정보등록, 3년간 신상공개처분을 받았다. 초기 대응 전략이 달랐기 때문이다. 받지 않아도 될 혐의는 받지 말고, 받지 않아도 될 처벌은 받지 말자는 게 이 책의 취지다.

    내 안의 위선과 마주치는 심각하게 재밌는 만화
    고려사의 재발견

    박종기 지음/ 휴머니스트/ 432쪽/ 2만3000원


    고려왕조는 문화와 사상 면에서 다양성과 통일성이, 정치와 사회 면에서 개방성과 역동성이 공존한 다원사회였다. 저자는 새로운 역사 발전 단계로 진입하는 세계사 전환기에 고려왕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말한다. 인물과 사건 중심으로 고려 내면을 살펴보고, 왕실의 근친혼과 ‘훈요십조’ 논쟁 등 잘못 알려진 역사 상식을 바로잡았다.

    내 안의 위선과 마주치는 심각하게 재밌는 만화
    역사가가 보는 현대 세계

    이리에 아키라 지음/ 이종국 옮김/ 연암서가/ 260쪽/ 1만5000원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역사학회 회장을 역임한 저자는 ‘현대’를 국가 단위 역사가 아닌 ‘세계의 역사’이자 ‘인류의 역사’라고 말한다. 책은 특히 냉전의 종결이 ‘현대’를 가져왔다고 보는 이른바 ‘냉전사관’을 비판하고, 비국가적 존재의 대두, 이로 인해 전통적인 국제관계가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된 현실, 보편적 ‘인간’의 발견, ‘환지구적 결합’이란 불가역의 흐름으로 귀결한다.

    내 안의 위선과 마주치는 심각하게 재밌는 만화
    오사카의 여인 : 한일역사기행

    곽경 지음/ 어문학사/ 396쪽/ 1만5000원


    일본 히라가타시의 왕인 박사 묘를 찾아가던 중 만난 여인 이쓰코와의 대화를 기행문 형식으로 기록했지만, 철저한 고증과 답사를 통해 한일 간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한 책이다. 건축가 겸 한일역사연구소 소장인 저자는 임진왜란 때 조선을 침공한 주력 집단이 260년 뒤 메이지유신의 주력이 됐고 다시 조선을 침공했다는 독자적인 역사관을 정립한 뒤 한일 간 ‘피의 역사’를 추적했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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