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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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옹에서 이스탄불까지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7-02-17 16: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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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걷는다 끝.
    베르나르 올리비에베네딕트 플라테 지음/ 이재형 옮김/ 효형출판/ 312쪽/ 1만3000원


    세계 최초의 실크로드 도보여행자 베르나르 올리비에. 1999년 도보여행을 시작할 때 예순두  살이었다. 그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중국 시안까지 1만2000km를 홀로 걸었다. 그는 어느덧 일흔을 훌쩍 넘긴 노인이 됐다. 이제 안락한 소파에 파묻혀 창밖의 나무를 바라보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낼 뿐이다. 어느 날 사랑하는 여인이 그에게 불쑥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왜 산티아고 순례길에 갈 때는 프랑스에서 출발했으면서, 실크로드를 걷기로 결심했을 때는 프랑스에서 출발하지 않은 거예요?” “게다가 더 신나는 게 뭔지 아세요? 내가 당신이랑 함께 떠난다는 거예요.”

    프랑스에서 출발해 실크로드 주요 거점이자 종착지인 이스탄불까지 가려면 분쟁지역을 통과해야 한다. 걱정이 앞섰다. 10년 전이라면 모를까, 크고 작은 병에 시달리는 몸으로는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걷기에 대한 욕망이 그를 다시 사로잡았다. 결국 연인과 함께 길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두 사람에게 이 여행은 신혼여행이나 다름없다. 길을 나서기 전 결혼과 같은 법적 권리와 의무를 갖는 ‘시민연대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2013년 8월 21일 아침, 두 사람은 리옹 외곽의 ‘알프스의 문’에서 출발했다. 두 남녀는 등에는 배낭을 메고, 손에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부터 중국까지 동행했던 율리시스라는 이름의 작은 짐수레를 쥐고 나섰다.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은 리옹에서 이스탄불까지 약 2900km, 최소한 4개월이 걸린다. 이탈리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등 발칸반도, 그리스를 거쳐 터키 이스탄불에서 끝난다.



    지난 6년 동안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던 두 사람은 함께 걸은 지 한 달 만에 처음으로 감정이 폭발해 언성을 높이며 충돌한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에서 24시간 붙어 있다 보니 생긴 균열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오해와 분노를 풀었다. 둘 사이 사랑은 이전보다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은 장소는 최악의 잔혹행위와 ‘인종 청소’가 벌어진 발칸반도 국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이곳은 어디를 가나 죽음의 신이 도사리고 있었다. 길을 잃어 우연히 들어선 숲속에서는 지뢰를 밟을까 봐 공포에 떨어야 했다. 또 어느 마을에서는 총탄투성이 집 근처에 위령탑이 서 있었다.

    수많은 피를 흘린 도시 사라예보는 아직도 아픈 상처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세르비아 정예 저격수가 수많은 시민을 살상했던 넓은 ‘스나이퍼 길’을 걸었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공포가 밀려왔다.

    두 사람은 2013년 8~9월 프랑스 리옹에서 이탈리아 베로나까지 900km를, 2014년 7~8월 베로나에서 터키 이스탄불까지 2000km를 걸었다. 첫 번째 여정은 올리비에가, 두 번째 여정부터는 플라테도 함께 글을 썼다. 올리비에의 실크로드 도보여행이 마침내 완결됐다.




    조곤조곤 엄마의 인문학 수업
    김지나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328쪽/ 1만5000원


    많은 사람이 인문서 읽기에 어려움을 느낀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인문학 도서에 쓰인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 때문이다. 자본주의를 제대로 알고 싶어 책을 펼쳤지만 패놉티콘, 부조리, 포드주의 등 생소한 용어가 너무 많아 한 쪽 넘기기도 녹록지 않다. 인문 관련 키워드를 통해 자본주의 시대와 그 후의 시대 흐름을 읽는 방법을 일러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기
    김지연 지음/ 페이퍼로드/ 288쪽/ 1만5800원


    스마트폰을 내내 쥐고 살면서도 최근 IT(정보기술) 변화를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한 안내서. 4차 산업혁명의 파도가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사람과 모든 사물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는 IT의 경계를 넘어 사물의 지능화로 가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사물이 척척 알아서 해주는 세상이 펼쳐진다. 사물인터넷이 만드는 세상은 상상 그 이상의 현실이 되고 있다.





    야매공화국 10년사(事)
    정훈이 지음/ 생각의길/ 320쪽/ 1만5000원


    4대강 사업, 천안함 침몰 사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 지난 10년간 세상에는 풍자할 거리가 넘쳐났지만, 표현의 자유는 크게 위축됐다. 권력을 향한 풍자는 작가들에게 금지어나 마찬가지였다.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은 어려움에 처했고 때로는 자기검열을 해야만 했다. 영화와 영화 패러디를 통해 권력을 풍자한다.





    벌레의 마음
    김천아 외 4인 지음/ 바다출판사/ 368쪽/ 1만5000원


    예쁜꼬마선충은 토양에서 서식하며 투명한 몸을 가진 1mm 크기의 아주 작은 벌레다. 대중에게 생소한 이 벌레는 생물학계의 스타이자 지구상에서 인간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다세포 생명체다. 어느 한 곳 인간과 닮은 데 없는 이 벌레는 놀랍게도 유전자의 절반 이상이 인간 유전자와 유사하다. 예쁜꼬마선충의 모습을 통해 생명의 보편성을 다룬다.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정호승 지음/ 창비/ 170쪽/ 8000원

    ‘아물지 않으면 흉터가 아니다/ 아물었기 때문에 흉터다/ 이제는 흉터가 남아 있다고 울지 말고/ 흉터가 아물었다고 봄길을 걸어라/ 오늘은 햇살이 따스하다/ 풀잎들이 나를 보고 손을 흔든다/ 흉터는 풀잎 위에 앉은 이슬의 눈동자’(‘흉터’ 중에서). 40여 년 동안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시인은 슬픔과 고통과 절망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길어 올린다.





    선비는 시대가 부른다
    남주홍 지음/ 북오션/ 376쪽/ 1만7000원

    대한민국은 지금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패권적 갈등과 변혁의 소용돌이 안에 있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무장으로 우리 안보가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해 있다. 안보통일전략가인 저자는 “대북 안보통일 철학과 냉엄한 국제정치 역학관계를 간파하는 전략현실주의 혜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왜 국가안보가 중요한지 경험을 통해 이야기한다.





    사기열전 1, 2, 3
    사마천 지음/ 장세후 옮김/ 연암서가/ 1권 864쪽, 2권 936쪽, 3권 896쪽/ 각 권 3만5000원


    ‘사기(史記)’는 제왕의 전기와 연대기인 본기(本紀), 제후국과 제후의 역사 및 인물 전기인 세가(世家) 등 모두 130편, 25만여 자로 구성된 기전체 역사서다. ‘사기’는 이후 역사뿐 아니라 후대의 문장과 소설 등 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원문과 병렬된 글을 읽다 보면 사마천이 궁형의 치욕을 감당하면서 한 글자씩 고뇌하며 쓴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굿스피드의 조건
    강우란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336쪽/ 1만5000원


    빠른 기업이 되라고 하지만, 정작 무엇이 빠른 기업이 돼야 한다는 말일까. 저자는 지금까지 강조해온 스피드와 지금부터 우리에게 필요한 스피드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피드에도 종류가 있으며, 빠르다고 다 같은 빠르기가 아님을 역설한다.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빨리 보고 빨리 실행하고 빨리 재도전하는 ‘실험’ 스피드가 중요하다고 밝힌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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