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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부활전이 사라진 사회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6-07-25 16:4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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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득격차가 커지고 소득격차는 자산의 불평등으로 연결된다.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은 다시 수도권과 비수도권, 서울에서도 강남과 강북으로 나뉘는 주거공간의 분리와 자가소유, 전세, 월세 등 주거형태 불평등의 심화로 이어진다. 소득, 자산, 주거의 격차는 다시 교육 불평등에 영향을 주고 출신 대학은 또다시 소득격차로 연결된다. 이제 불평등의 여러 영역은 매듭이 없는 사슬처럼 완성체가 되어가는 것 같다.”(‘다중격차, 한국 사회 불평등 구조’ 1장 중에서)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로 시작하는 동요가 생각난다.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노래의 끝은 ‘높은 건 백두산’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불평등의 중첩을 의미하는 ‘다중격차’의 끝은 백두산이 아니다. 구조화한 다중격차는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시공간적으로 확장된다. 즉 세대 간 불평등의 대물림 현상이다. 가정의 소득과 자산→사교육→대학 진학→노동시장→소득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가운데 어느 하나에서 이탈되면 좀처럼 다시 끼어들기 어렵다. 패자부활전이 사라진 사회, 즉 ‘배제적 다중격차’ 사회는 소득, 자산, 주거, 교육, 문화, 건강 등 한 영역에서 낙오하면 다른 영역에서조차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한신대 공공정책연구소가 펴낸 ‘다중격차, 한국 사회 불평등 구조’와 ‘한국의 불평등 2016’은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심층적으로 해부한다. 한국의 불평등은 단순히 소득의 양극화 같은 빈부격차가 아니라 소득, 자산, 주거, 교육, 문화, 건강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다중격차’로 나타나고 있으며, 각 영역의 불평등이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며 격차를 더욱 공고히 하는 현상을 다룬다.

    ‘다중격차, 한국 사회 불평등 구조’는 다중격차라는 개념을 정의한 뒤 ‘소득-자산-소비의 결합지표’로 본 불평등, 노동운동과 임금 불평등, 청년세대의 빈곤 문제를 파고든다. 이어 성장 패러다임의 전환, 다중격차의 완화 또는 해소를 위한 조세재정정책과 복지정책 등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로 나타나는 ‘노동시장의 이중화’ 문제, 수출-부채 주도 성장의 한계를 지적하고 소득(임금) 주도 성장정책으로서 ‘연대소득정책-혁신산업정책-공유자산정책’을 새로운 성장패러다임으로 제안한 것 등이 눈에 띈다.

    ‘한국의 불평등 2016’은 소득, 자산, 교육 지역 등 4개 분야로 나눠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주요 공식통계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불평등 실태와 원인을 정리한 책이다. 흥미롭게도 한국 사회의 소득불평등도는 90년대 초반 이후 증가하다 2000년대 후반부터 심화 현상이 멈추거나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수치적 현상일 뿐이며 경제위기 이후 저소득가구의 구성원들이 노동시장에 적극 진입하면서 저임금 노동시장의 양산이 다시 임금불평등과 소득불평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심연
    배철현 지음/ 21세기북스 / 316쪽/ 1만7000원


    ‘나를 깨우는 짧고 깊은 생각’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28개의 아포리즘과 함께 자기 성찰 4단계를 제시한다. 저자는 자기 자신을 ‘고독’하게 만든 후 자신을 돌아보는 ‘관조’의 시간을 거치면, 자신의 약점과 열등감 등이 보이기 시작하는 ‘자각’의 단계로 들어가며, 마침내 인생에서 자신만의 임무를 발견하고 나다운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김민웅의 인문정신 1, 2
    김민웅 지음/ 한길사/ 1권 700쪽, 2권 392쪽/ 1권 2만2000원, 2권 1만9000원


    인문학, 사회과학, 신학 등 전방위적 지식인으로 활동해온 저자가 20세기 지성사를 돌아보며 인류 미래를 탐색하는 작업을 두 권의 책으로 펴냈다.   1권 ‘시대와 지성을 탐험하다’에서는 모험적 탐색자(pathfinder)라 부르는 인물과 그들의 저술을 통해 새로운 문명의 길을 모색한다. 2권 ‘인간을 위한 정치’에서는 세월호 침몰 사고,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등 시사적 현안을 중심으로 정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로마사론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이종인 옮김/ 연암서가/ 728쪽/ 3만 원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리비우스의 ‘로마사’를 면밀히 분석해 고대 로마 공화국이 만들어진 과정과 16세기 피렌체 공화국의 부패, 쇠락을 비교해 쓴 책.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군주제를 지지하고, ‘로마사론’에서는 공화정을 지지해 서로 모순된 것처럼 보이나, 실제 그가 이상적으로 꿈꾼 것은 ‘시민 중심의 정치체계’이며 그것이 바로 공화정임을 알 수 있다.




    미들맨의 시대
    마리나 크라코프스키 지음/ 이진원 옮김/ 더난출판/ 352쪽/ 1만6000원


    인터넷 기업들의 성공전략을 ‘연결’과 ‘미들맨(중개자)’이라는 키워드로 분석한 책.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교량자’, 전문성으로 거래물품의 가치를 확인해주는 ‘인증자’, 성실하고 정직한 거래가 이뤄지게 해주는 ‘집행자’, 위험한 거래로부터 고객을 지켜주는 ‘위험 감수자’, 정보의 홍수에서 올바른 길로 이끄는 ‘안내자’, 나쁜 평판으로부터 지켜주는 ‘보호자’ 등 6가지 모습의 미들맨이 등장한다.




    내 약 사용설명서
    이지현 지음/ 세상풍경/ 304쪽/ 1만5000원

    당신은 평소 먹는 약의 성분을 정확히 알고 있는가. 혹시 복약지도를 하는 약사를 ‘약 팔려는 장사꾼’으로 의심하고 있지는 않은가. ‘약사를 교육하는 약사’로 유명한 저자가 가정상비약, 어린이약, 감기약, 위장약, 진통제, 다빈도 질환 치료제, 영양제, 외용제 등 종류별로 안전한 약 사용법을 정리했다. 요리법만큼이나 중요한 우리 집 복약 레시피.





    알프스 자동차 여행 66
    양영훈 지음/ 예담/ 552쪽/ 1만6500원


    이번 여행의 테마는 알프스, 자동차, 캠핑, 트레킹이다.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을 역임한 저자가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독일, 리히텐슈타인 등 알프스 일대 7개국 66개 도시와 마을로 안내한다. 곳당 6~8쪽의 짧은 분량이지만 여행 계획 짜기부터 예약, 캠핑 장비, 트레킹 코스와 방법 등 여행 팁을 꼼꼼하게 실었다.





    천천히 서둘러라
    가게야마 도모아키 지음/ 유미진 옮김/ 흐름출판/ 224쪽/ 1만3000원


    일본 도쿄 변두리 한적한 마을 니시코쿠분지에 일본 전국 카페 중 고객만족도 1위에 오른 ‘쿠루미도(호두) 커피’가 있다. 경영컨설턴트와 벤처캐피털리스트였던 저자가 자본주의가 간과한 가치를 찾아 카페를 시작한 까닭은 무엇이며, 쿠루미도 커피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카페 테이블 위에 놓인 무제한 시식 호두와 ‘가게를 방문한 손님에게 힐링과 활력을’이란 경영이념에 답이 있다.




    보통 씨의 일생
    마이클 블래스트랜드·데이비드 스피겔할터 지음/ 신소영 옮김/ 영림카디널/ 496쪽/ 1만8000원


    100만 명 중 1명이 사망할 확률을 가리키는 ‘마이크로몰트(MM)’. 자전거를 타고 45km를 가거나 자동차를 운전해 533km를 가면 1MM에 해당한다. ‘마이크로라이프’는 담배, 식사, 음주 같은 만성위험에 노출되는 정도를 수치화한 것이다. 허리둘레가 1인치 늘어나고 담배 2개비를 피우면 1마이크로라이프를 소비하는 셈이다. 결론은 이런 확률이나 수치를 의식하지 말고 즐기며 살라는 것. 세상은 의외로 안전하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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