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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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만보

여행에 관한 거의 모든 것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6-01-06 10: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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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말에 동의한다면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로 시작하기 바란다. “이제 이 사회를 지탱하는 것은 여행이 되어가고 있다. 여행이 없다면 과연 자본주의는 얼마나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저 수많은 도시들, 약속의 땅들, 아름다움과 행복이 가득한 천구들로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없다면, 우리는 그렇게 충실히 돈을 버는 일에 몰두할 수 있을까? 언젠가 사랑을 얻으리라는 보장을 믿고 일하던 청년들은 이제 여행을 믿게 되었다. 세상 끝까지의 여행, 고급 호텔에서의 와인 한 잔, 크루즈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밤은 우리 욕망의 ‘최종 목적지’에서 손짓하고 있다.”
    여행이 욕망의 최종 목적지가 된 오늘날 ‘분노사회’의 저자 정지우가 여행 그 자체를 인문학적으로 분석한 책을 펴냈다.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는 왜 여행을 떠나고 싶을까란 물음에서 출발해 ‘여행의 끝’에 찾아오는 해방감까지 여행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 배낭여행 1세대로 꼽히며 지금까지 22권의 책을 펴낸 30년 차 여행작가 이지상의 ‘여행작가 수업’은 여행과 글을 통해 만나는 자유에 대한 이야기다. 여행작가 지망생뿐 아니라 자기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어 하는 인터넷 블로거, 신문과 잡지에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 독립출판을 꿈꾸는 사람, 다양한 대중서를 쓰고자 하는 사람이 모두 이 책의 잠재적 독자들이다. ‘여행 후 잔상이 남아 있을 때 빨리 써야 감흥이 잘 우러난다’ ‘여행지에서 매일 2~3시간씩 일기를 써라’ ‘아무리 장비가 발달해도 최고의 기록 수단은 수첩과 노트다’ ‘에세이, 배낭여행기는 취재보다 여행이 먼저다’ ‘기록을 하되 기록에 지배되지 않는 자유로운 여행도 필요하다’ 등등 현실적인 조언이 가득하다. 여행지에서의 글쓰기와 그것을 책으로 엮어내기까지의 전 과정을 다루는 한편, ‘여행작가’라는 직업에 환상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따끔한 충고도 한다. “인문학적 힐링에도, 경제적 힐링에도 속지 말아야 한다.”
    천종호의 ‘그곳이 사라지고, 그곳이 살아나고’는 인문지리로 읽는 우리 주변의 공간들에 대한 책이다. 1960년대 후반 서울에서 태어난 저자가 중고교에 다니던 80년대에는 ‘중진국’ 대열에 올랐으며, 사회인으로 활동을 시작한 90년대에는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가 열렸다. ‘그곳이 사라지고, 그곳이 살아나고’는 이 같은 역동적인 사회 변화 속에서 우리가 발을 내딛고 사는 장소와 지역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다룬다.
    예를 들어 갯벌, 탄광, 간이역이 사라지는 장소라면 식도락의 시대에 맛집 밀집 지역과 평범한 장소에서 단숨에 매력적인 장소로 떠오른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는 살아나는 장소다. 이 책에서 여행자가 배울 것은 지역지리학 전공자의 시선이다. 저자는 한 지역이 변모하게 된 원인과 과정, 현재의 모습을 전통사회, 산업화사회, 정보화사회라는 맥락에서 관찰하고 기록한다. 이것이 진정한 답사가 아닐까.



    마윈
    류스잉·펑정 지음/ 양성희 옮김/ 열린책들/ 616쪽/ 2만5000원

    ‘마윈’ 전기 초판이 출간된 2007년 ‘알리바바’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되며 마윈이라는 이름을 세계 자본시장에 알렸다. 그로부터 7년 뒤인 2014년 9월 알리바바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시가 총액 2314억 달러(약 240조 원)를 기록하며 정보기술(IT) 기업으로는 구글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규모의 회사가 됐다. ‘기인 마인’으로 시작해 ‘인간 마윈’으로 끝나는 이 책은 21세기 부의 지도를 바꾼 마윈의 모든 것을 소개한다.



    깨져라 미학 유쾌하라 예술
    이상현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320쪽/ 2만 원

    미학이란 분야가 어렵게만 느껴지는 이유는 유럽인의 정서와 논리로 쓰였기 때문이다. 한옥 연구가인 저자가 ‘우리 감성으로 읽는 서양 예술’ 강의를 책으로 엮었다. 총 8장으로 이뤄진 이 책은 고전미학을 바탕으로 현대예술을 읽어내는 한편, 건축을 중심으로 미학이 서양 건축에 어떻게 적용됐는지 살펴보고, 우리 전통건축과 서양 건축의 공간 개념을 비교하면서 문화적 차이를 설명했다.





    율곡의 공부
    송석구·김장경 지음/ 아템포/ 276쪽/ 1만4800원

    율곡 이이는 진사시 초시에서 전시까지 무려 아홉 번에 걸쳐 장원급제를 해, 29세 때 마지막 장원을 한 후 말을 타고 거리로 나서자 사람들이 그를 가리켜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이라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국내 대표적인 율곡 전문가인 송석구 동국대 명예교수가 제자와 함께 쓴 이 책에는 입지(立志) 공부법, 지어지선(止於至善) 공부법 등 ‘공부의 신’ 율곡을 만든 9가지 공부법이 소개돼 있다.



    중동 테러리즘
    홍준범 지음/ 청아출판사/ 352쪽/ 1만5000원

    외교관으로 30년 이상 중동에서 경험을 쌓은 저자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후 계속된 아랍과 이스라엘의 분쟁부터 이슬람국가(IS)의 출현까지 이 지역의 정치 변동사를 정리했다. 특히 이슬람 극단주의를 신봉하는 테러리스트와 이슬람 근본주의를 구분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중동 테러리즘을 종교 테러, 국가 테러, 반체제 테러, 국제 테러의 범주로 구분한 뒤 발생 원인과 확산 과정을 서술했다.



    100달러로 세상에 뛰어들어라
    크리스 길아보 지음/ 강혜구·김희정 옮김/ 더퀘스트/ 408쪽/ 1만4000원

    ‘금수저 없는 당신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드는 법’이란 부제가 눈길을 끈다. 이 책이 제안하는 방법은 3가지로 요약된다. ‘자기가 잘하는 일’을 찾아서 그걸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니즈)과 접목’하고 ‘그 대가로 합당한 금액을 받아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 세계 175개국에서 100달러 이하 소자본으로 창업해 연간 5만 달러 이상을 버는 개인 사업자들의 성공 비결을 모았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왜 문제인가
    김한종 지음/ 책과함께/ 264쪽/ 1만 원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인 저자가 교과서 국정화의 쟁점을 분석한 책. ‘자랑스러운’ 역사는 어떤 역사인가, 역사 교과서가 주체사상을 비판 없이 서술하고 있는가, 역사 교과서는 6·25전쟁을 남북한 공동 책임으로 돌리고 있는가, 올바른 역사 교육을 위한 교과서 발행제도는 무엇인가 등 쟁점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역사 해석을 획일화하는 역사 국정교과서에 반대했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얼마입니까
    애슐리 미어스 지음/ 하윤나 옮김/ 처음북스/ 392쪽/ 1만6000원

    전직 모델이자 현재 미국 보스턴대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가 기만과 계략으로 만들어진 모델이란 직업에 대한 환상 깨뜨리기 작업에 들어갔다. 화려한 의상을 걸친 모델들이 일당 10만 원에 ‘옷걸이’ 취급을 받는 최악의 노동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 눈부신 런웨이와 세련된 화보에 속지 않는 법은 간단하다. “쇼의 핵심 비밀은 무대 뒤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것.



    아담의 문명을 찾아서
    맹성렬 지음/ 김영사/ 312쪽/ 1만3000원

    히브리 창세신화의 아담, 바빌로니아 신화의 오안네스, 고대 이집트 신화의 오시리스. 이들의 공통점은 세계 최초로 농업혁명을 일으킨 주인공이라는 것. 초고대문명의 실체를 추적해온 저자는 아담이 수메르 신화에 등장하는 아다파이며 이는 오안네스나 오시리스와 동일인물이라고 주장한다. 또 에덴은 오늘날 동남아시아 지역인 순다랜드로, 이들이 2만 년 전 인류 최초로 농경을 시도했다고 추정한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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