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6

2015.12.09

부자기업 vs 가난한 가계가 만든 불평등의 나라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5-12-07 15: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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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기업 vs 가난한 가계가 만든 불평등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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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쪽에선 분노를 다스리라 충고하고, 다른 한쪽에선 분노하라고 외친다. 프랑스 사회운동가스테판 에셀은 저서 ‘분노사회’에서 “무관심이야말로 최악의 태도”라며 자본의 폭력에 저항할 것을 호소해 프랑스 사회에 ‘분노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러나 목표와 목적이 불분명한 분노는 불특정다수를 향해 폭발하는 분노조절장애나 다름없다.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불평등을 누가 만들었는가, 누가 고칠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진 뒤 분노의 화살을 ‘임금과 고용의 불평등’에 정조준했다. 먼저 장 교수는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불평등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했으나, 한계도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즉 한국은 자본주의 발전 경로와 역사, 자본 축적의 수준이 오랜 자본주의 역사를 지닌 선진국과 너무 다르기 때문에 피케티의 분석과 대안이 한국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것. 결국 ‘왜 분노해야 하는가’는 선진국이 아닌 ‘한국’의 불평등에 대한 의문과 답을 구한 책이다.
    장 교수는 경제적 불평등을 ‘가진 것’의 차이와 ‘버는 것’의 차이로 구분했다. ‘가진 것’의 차이는 재산 불평등이고, ‘버는 것’의 차이는 소득 불평등이다. 문제는 최근 금수저, 흙수저 논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일반인의 관심이 재산 불평등, 즉 빈부격차에 맞춰져 있다는 데 있다. 자본이 자본을 만든다는 속성을 지닌 자본주의사회에서 재산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을 악화하는 주요 원인인 것은 분명하나, 한국의 상황이 꼭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게 장 교수의 설명이다. 오히려 한국에서 대다수 국민의 삶의 질은 ‘가진 것’보다 ‘버는 것’에 의해 결정된다. 장 교수는 임금격차가 확대되는 절대 원인을 고용 불평등과 기업 간 불균형에서 찾는다. 다시 말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된 고용 불평등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간 불균형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불평등의 원인이 빈부격차에 맞춰져 있을 때는 이를 완화하는 방법으로 ‘재분배’정책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정부가 복지정책을 통해 분배를 ‘다시’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 잘못된 ‘원천적 분배’를 바로잡는 일이다. 한국의 기업 생태계는 일자리의 4%밖에 만들지 않는 재벌 100대 기업이 이익의 60%를 차지하는 ‘극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쉽게 말해 가계에 노동소득으로 분배돼야 할 몫을 재벌 대기업이 분배하지 않고, 중소기업에 돌아가야 할 이익을 재벌 대기업이 차지하는 고용구조와 기업구조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복지 예산을 늘리는 재분배 확대만으로는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마지막으로 장 교수는 청년세대에게 충고한다. 기성세대가 강요하는 방식이 아닌 자기 세대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라고.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한국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고. 또한 지금 청년세대가 겪는 아픔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을 가져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함께 분노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부자기업 vs 가난한 가계가 만든 불평등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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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보는 역사의 현장
    최맹호 지음/ 나남/ 396쪽/ 1만7000원

    늦었지만 써야만 했다. 역사의 격변 현장을 취재한 기자라면 당연히 그랬다. 동유럽에서 민주화 요구 시위가 불붙기 시작했던 1989년,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민주화혁명이 일어났으며, 루마니아에선 독재자 차우셰스쿠가 처형됐다. 1980년대 말 ‘동아일보’ 동유럽 순회특파원이 된 저자가 빈 특파원 3년, 이어 베를린과 모스크바로 이동하며 유럽에서 보낸 현장 보고서다.

    이미지와 권력
    권행가 지음/ 돌베개/ 336쪽/ 2만3000원

    조선시대 어진(御眞)이라 부르던 왕의 초상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아 왕의 얼굴을 아는 이가 드물었다. 고종은 이러한 금기를 깨고 사진촬영에 적극 응했으나 사진에 위엄과 권위를 싣는 데 실패했다. 반면 일본은 왜소한 메이지 천황의 얼굴과 서양인의 몸을 합성한 초상사진을 한정 배포함으로써 권위와 신성성의 표상으로 삼았다. 19세기 말 고종의 초상을 둘러싼 이미지의 정치학을 다룬 이색 연구서.

    다시 강철로 살아
    김영환 지음/ 시대정신/ 392쪽/ 1만5000원

    2012년 중국 내에서 반(反)북한정권 활동을 하다 중국 당국에 의해 구금돼 고문을 당하고 추방됐던 저자가 1999년부터 14년간 펼쳐온 북한민주화운동에 대해 공개했다. 한때 ‘강철서신’이라는 지하 팸플릿을 발행하며 ‘주사파의 대부’로 불리던 저자는 91년 두 차례 김일성을 만난 뒤 ‘민족민주혁명당’을 결성했으나 이후 북한 현실에 실망해 북한민주화운동을 시작했다.

    블루오션 전략
    김위찬·르네 마보안 지음/ 김현정·이수경 옮김/ 교보문고/ 372쪽/ 1만8500원

    2005년 출간 이래 44개 언어로 번역돼 350만 권이 팔린 베스트셀러 ‘블루오션’의 확장판. 특히 이 책에서는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에 초점을 맞췄다. ‘조직의 모든 활동을 어떻게 블루오션 전략에 맞춰 긴밀하게 조화시키는가.’ ‘우리의 블루오션이 레드오션으로 변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블루오션 전략을 추구하는 도중에 레드오션이 함정에서 빠지는 것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



    성장에 익숙한 삶과 결별하라
    우경임·이경주 지음/ 아날로그/ 216쪽/ 1만2500원

    1996년 대학에 입학해 경제성장의 막차를 타는 행운을 누렸던 X세대는 이제 번듯한 직장에서 ‘과장님’들이 됐다. 하지만 삶은 왜 점점 더 불안해질까. 부부 기자인 두 저자가 저성장 시대, 성공 지향의 삶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사는 법을 제시했다. ‘멍 때리기’부터 내일을 위해 오늘의 나를 희생하지 않기, 자가용 없이 살기, 사교육과 거리 두기, 불편을 불평하지 않기, 소식하기 등 소소한 실천법이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증폭의 시대
    마리나 고비스 지음/ 안진환·박슬라 옮김/ 민음사/ 342쪽/ 1만9000원

    옛 소련 출신의 미래학자인 저자는 소셜스트럭팅 시대에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거 공동체 안에서 이뤄지던 품앗이는 임금 대신 노동력을 교환하는 것으로, 친분과 인맥이 이 관계를 결정한다. 저자는 미래사회가 테크놀로지를 바탕으로 한 ‘증폭된 개인의 시대’가 되고, 이러한 비공식 ‘도움의 경제’가 다시 부상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20세기 중국 지식의 탄생
    조경란 지음/ 책세상/ 392쪽/ 1만8000원

    ‘현대 중국 지식인 지도 : 신좌파·자유주의·신유가’라는 책에서 중국 지식계의 동향을 분석했던 저자는 이 책에서는 ‘전통, 근대, 혁명’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중국 현대사상의 계보를 정리했다. 캉유웨이, 옌푸, 량치차오, 쑨원, 루쉰, 후스, 천두슈, 리다자오, 마오쩌둥, 량수밍, 저우언라이, 덩샤오핑 등 중국 대표 지식인의 사상적 라이벌 관계도를 그린 것도 흥미롭다.

    페코로스, 어머니의 보물상자
    오카노 유이치 지음·그림/ 양윤옥 옮김/ 라이팅하우스/ 200쪽/ 1만2500원

    케이블TV방송 O tvN ‘비밀독서단’의 ‘부모님께 죄송한 사람들’ 편에 선정돼 화제를 모았던 만화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의 속편. 치매에 걸린 80대 노모를 돌보는 6 0대 아들 이야기를 그린 이 만화는, 죽음을 각자 보물상자 속 추억을 하나씩 꺼내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저세상에 가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던 중 어머니 미쓰에 씨가 91세로 세상을 떠나, 페로코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 됐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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