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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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자 유인원’에서 ‘만물의 영장’까지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5-11-23 13: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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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살자 유인원’에서 ‘만물의 영장’까지
    1937년 12월 13일 일본제국 육군은 중국 난징으로 쳐들어갔다. 그리고 두 달에 걸쳐 살인, 강간, 고문의 만행을 시작했다. 사람들을 한곳에 몰아세우고 기관총으로 쏘아 죽였고, 2만 구에 달하는 시체더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그때까지 살아 있던 사람들도 화염 속에서 죽어갔다. 여자들은 우리 속으로 밀어 넣었다. 11세에서 80세 사이 여성 2만 명 이상이 강간을 당했고, 많은 수가 내장이 꺼내졌다. 남학생들은 여러 날 동안 손이 묶인 채 매달려 있다 총검술 훈련에 사용됐다. 일본군은 이러한 학살 장면을 직접 촬영해 남겼다. ‘현대에 들어 가장 야만적인 대규모 테러 행위’ 중 하나로 꼽히는 난징대학살은 그렇게 세상에 알려졌다.

    1929년 페이원중이라는 젊은 고생물학자가 저우커우뎬(周口店) 근방 동굴에서 인류 최초 조상의 두개골을 발견했다. 이 베이징원인은 아궁이를 만들었고, 불을 사용해 음식을 구웠다. 50만 년도 더 전에 살았던 이 생물은 진짜 인류였다. 그런데 이 동굴에서 발견된 두개골 40개는 머리뼈 바닥이 잘려 있고, 손을 집어넣어 뇌를 파낼 수 있도록 구멍이 나 있었다. 발굴 책임자인 프란츠 바이덴라이히는 이들이 한꺼번에 도살돼 동굴로 옮겨진 후 구워 먹혔다고 발표했다. 누가 그랬을까. 베이징원인들이 동족을 잡아먹은 것이다.

    ‘아웃사이더’ 작가 콜린 윌슨이 쓴 ‘인류의 범죄사’는 범죄 역사로 본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이다. 인간은 전쟁과 자연재해 속에서 자기보호와 생존을 위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성적 사고가 필요했고, 이는 좌뇌의 급격한 발달로 이어졌으며, 좌뇌 의식은 인간을 목적 달성에 집착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집착은 맹목과 편협함, 잔인함과 어리석음(범죄성)을 낳지만 동시에 과학과 철학과 예술(창의성)도 낳는다. 그래서 문명 역사는 창조의 이야기이자 범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것. 이것이 ‘도살자 유인원’이 ‘만물의 영장’이 된 이유다.

    ‘인간의 품격’(원제 ‘The Road to Character’)에서 저자 데이비드 브룩스는 “삶이란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투쟁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인간의 불완전성을 설명하는 ‘뒤틀린 목재’라는 개념에서 출발해 자기 자신과 대결 과정에서 내적으로 성장하고 세상에 도움을 주게 된 사람들을 찾아냈다. 평범한 상류층 소녀에서 뉴딜 정책의 막후 조력자가 된 프랜시스 퍼킨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인이 된 문제아 조지 캐틀렛 마셜 등 10명의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 있다.

    브룩스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이력서와 조문(弔文)으로 설명한다. 이력서에는 일자리를 구하고 외적 성공을 이루는 데 필요한 기술을 나열해야 하지만, 조문에는 고인이 용감하고 정직하며, 신의가 두터운 사람이었는지 어떤 인간관계를 이루고 살아간 사람이었는지를 담는다. 그러나 사람은 대부분 평생 이력서 쓰기에 매달리다 죽는다. 결국 ‘인간의 품격’은 능력주의가 만들어낸 이기적 인간상을 벗어내는 데서 시작된다.



    ‘도살자 유인원’에서 ‘만물의 영장’까지
    재능과 창의성이라는 유령을 찾아서

    강창래 지음/ 알마/ 248쪽/ 1만3800원

    주변에는 ‘한때 예술가’였던 사람은 많지만 ‘여전히 예술가’인 사람은 적다. 대부분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남들의 박수와 기대에 부응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재능이 발견되지 못하고 발명되는’ 현실을 절대가치와 교환가치의 개념으로 설명하고, 고정관념과 상식적 사고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며, 오히려 진부함이 창의성을 추구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도살자 유인원’에서 ‘만물의 영장’까지
    8월의 6일간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민경욱 옮김/ 블루엘리펀트/ 274쪽/ 1만3000원

    나이 마흔, 출판사 편집장, 싱글. 골드미스의 조건을 다 갖춘 듯한 주인공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혼자 산을 타는 것이다. 3년 전 금요일 저녁 퇴근길에 “내일, 산에 안 갈래요?”라는 동료의 갑작스러운 제안으로 시작한 등산은 짧으면 2박3일, 길면 5박6일 여행으로 이어졌다. 제목 ‘8월의 6일간’은 오리다테에서 출발해 호타카 온천까지 산행을 기록한 마지막 장의 제목이다.

    ‘도살자 유인원’에서 ‘만물의 영장’까지
    심장이 뛴다는 말

    정의석 지음/ 스윙밴드/ 264쪽/ 1만3000원

    사람들은 ‘심장이 터질 것 같다’는 말을 쉽게 하지만 흉부외과 의사는 절대 하지 않는다. 심장이 터지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기 때문이다. 심장이 멈추면 우리 삶도 멈춘다. ‘사람의 가슴을 여는’ 일이 직업인 마흔네 살의 남자가 종합병원 중환자실과 수술장에서 보낸 10년 치 일기를 엮었다. 매년 전공의 지원자가 줄어 ‘멸종위기종’이 된 흉부외과 의사의 삶을 진솔하게 그렸다.

    ‘도살자 유인원’에서 ‘만물의 영장’까지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열린책들/ 680쪽/ 1만4800원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을 앞두고 프랑스군 정찰병이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프랑스군은 독일군 진지를 급습한다. 전투 중 총격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 알베르가 포탄 구덩이에 파묻히자 그를 구하려던 에두아르는 포탄 파편에 맞아 얼굴 반쪽을 잃는다. 전쟁이 끝난 뒤 전사자는 추모하면서 생존자는 골치 아픈 존재로 여기는 국가의 위선과 마주친 두 젊은이의 유쾌한 사기극. 프랑스 ‘공쿠르상’ 수상작이다.

    ‘도살자 유인원’에서 ‘만물의 영장’까지
    내가 일하는 이유

    도다 도모히로 지음/ 서라미 옮김/ 와이즈베리/ 252쪽/ 1만2800원

    취직하기도 힘들지만 막상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수많은 갈등에 직면한다. “회사를 그만둘까, 계속 다녀야 할까” “돈 받고 하는 일은 원래 재미가 없는 걸까” “더 비전 있는 직업으로 바꿔야 할까” 그렇게 고민하다 얼떨결에 서른, 두리번거리다 마흔. 마흔다섯 살에 커리어 컨설턴트 자격증을 딴 저자가 ‘일이란 나의 능력과 흥미, 가치관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말의 실천적 방법을 제시했다.

    ‘도살자 유인원’에서 ‘만물의 영장’까지
    판타스틱 과학 책장

    이정모·이명현·이한음·조진호 지음/ 북바이북/ 348쪽/ 1만6000원

    교과서 외엔 과학책을 한 권도 안 읽은 사람을 위한 과학 교양서. 다윈 ‘종의 기원’을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과학책’이라고 한 데서 위로를 받고, ‘멀티 유니버스’의 두께(575쪽) 앞에서 좌절했다, 진지함을 걷어낸 ‘이중나선’에선 자신감 회복, 과학자가 아닌 사람이 쓴 과학책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선 술술 읽는 재미가 붙기 시작한다. 과학 저술가로 유명한 4명이 함께 쓴 서평집이다.

    ‘도살자 유인원’에서 ‘만물의 영장’까지
    협동조합으로 집짓기

    홍새라 지음/ 휴/ 316쪽/ 1만8000원

    강원 횡성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도시에 정착해서도 ‘마당과 텃밭이 있고 식구들이 각기 독립적으로 울고 웃을 수 있는 공간이 숨어 있는 집’을 원했다. 그 소망은 서울 은평구 북한산 자락에 여덟 가구가 함께 집을 지으면서 현실이 됐다. 대한민국 최초 협동조합주택 ‘구름정원사람들 주택’을 짓기까지 1년여 과정과 입주 후 공동체를 꾸려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도살자 유인원’에서 ‘만물의 영장’까지
    간디의 진리

    에릭 H. 에릭슨 지음/ 송제훈 옮김/ 연암서가/ 616쪽/ 2만5000원

    역사학과 정신분석을 접목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간디의 ‘중년’에 초점을 맞춰 간디라는 역사적 존재와 그가 진리라고 부른 것의 의미를 찾아간다. 1부는 1962년 저자의 첫 인도 여행의 기억, 2부는 생애 초기 간디가 만난 사람들, 3부는 간디가 시민 불복종운동의 지도자로 떠오른 배경, 4부는 간디가 마하트마로 떠받들어진 이후 사건들의 인과관계를 설명한다. 역사심리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책.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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