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2

2015.06.15

“한식 푸드트럭으로 미국인 입맛 사로잡았죠”

글로벌 셰프 조재기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입력2015-06-15 09:5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한식 푸드트럭으로 미국인 입맛 사로잡았죠”
    “한식 세계화에 꼭 멋진 레스토랑이 필요한가요? 길거리에서 팔면 더 많은 고객을 접할 수 있어요. 음식에 대한 솔직한 의견도 들을 수 있고요. ‘김치 케사디야’ 같은 한국-멕시코 퓨전요리는 푸드트럭에서 탄생한 인기 메뉴죠.”

    조재기(31·영어명 제이 조) 씨는 미국, 캐나다에서 한식을 알린 셰프다. 그는 14세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가 자취생활을 하며 한식 요리에 재미를 붙였다. 19세 때 한 커뮤니티칼리지(2년제 대학) 경영학과에 입학했지만 2004년 ‘르 코르동 블루’에 들어가 프랑스 요리를 전공했다. 그의 꿈은 외국인들에게 한식을 선보이는 것이었지만 일반 레스토랑에서는 한식을 요리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푸드트럭을 선택했다. ‘제이 조 코마 푸드트럭(Jay Cho’s Coma Food Truck)’은 이렇게 탄생했다.

    “푸드트럭은 트럭 위 포장마차라고 할 수 있어요. 늘 이벤트를 하는 것처럼 손님들의 주목을 끌 수 있고, 제가 해보고 싶은 메뉴를 자유롭게 선보일 수 있다는 게 매력이죠. 김치가 들어간 부리토와 제육볶음이 최고 인기 메뉴였어요. 의외로 맵고 자극적인 맛이 ‘잘 팔린다’는 것을 알았죠.”

    그의 푸드트럭은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 등으로 전파되면서 입소문이 났고 국내 케이블채널 올리브TV에서도 방송됐다.

    레스토랑 ‘아도마니’ 한식과 맥주의 결합 연구



    조씨는 한식 홍보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어느 레스토랑이든 주방에는 일식 재료가 꼭 있었다. 미국인 동료들은 “일식 재료나 한식 재료나, 그게 그거 아냐?” 하고 물었다. 그럴 때마다 조씨는 한식과 일식 재료의 차이를 설명했지만 말로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재미교포 요리사 로이 최(Roy Choi)를 모델로 한 영화 ‘아메리칸 셰프’(원제 Chef)를 보면서 무릎을 쳤다. ‘고추장을 서양의 스테이크 소스처럼 변형했네. 재료는 한식이되 맛과 스타일은 글로벌하면 되겠구나.’

    조씨는 2014년 1월 미국 뉴욕시에서 열린 요리경연대회에서 한식 재료를 활용한 음식으로 우승했다. 구운 돼지고기 목살 안에 호두, 아몬드, 건포도를 채운 후 부추를 얹고 된장을 기본으로 한 감자 퓌레를 선보였다.

    “미국 심사위원들이 ‘추수감사절에 먹는 칠면조 고기가 생각난다’고 하더군요. 칠면조구이 안에도 견과류와 빵 등을 넣거든요. 서양식 디자인으로 친근하게 다가가면서도 한국의 맛을 알릴 수 있어 뿌듯했죠.”

    같은 해 12월에는 고속도로·공항 레스토랑 운영 회사 ‘HMS호스트’가 ‘건강’을 주제로 주최한 요리대회에서 한식 재료를 활용해 우승했다. 그는 독일식 커틀릿 요리인 치킨 슈니첼을 기존 밀가루 대신 찹쌀가루와 옥수수가루를 사용해 튀겨 냈다.

    최근 미국 명문 요리학교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를 졸업하고 서울 한남동에 레스토랑 ‘아도마니(A Domani)’를 차린 그는 요즘 한식과 맥주의 결합에 관심이 많다.

    “벨기에 듀벨(Duvel) 맥주와 한국 제육볶음은 잘 어울리는 짝이에요. 맥주의 단맛과 탄산이 제육볶음의 매운맛을 잡아주거든요. 창의적인 조합과 스타일로 한식의 매력을 널리 알릴 겁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