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1

2016.06.08

인터뷰

“‘파주특구법’에 미래세대 위한 통일 한국의 비전 담았다”

20대 국회 제1호 법안 제출한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

  • 파주=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6-06-03 17: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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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경제파주특별자치시의 설치 및 파주평화경제특별구역의 조성·운영과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이 긴 이름을 가진 법안이 20대 국회 의안번호 제1호 법안이다. 축약한 법안명은 ‘파주특구법’. 대표 발의자는 20대 총선 경기 파주을에서 당선한 박정 의원(사진)이다. 원외 신분임에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국제위원장을 맡아 활동한 그는 일찌감치 “한반도가 죽기 살기로 싸우는 사생결단(死生決斷)의 전쟁터가 아니라 우리(한반도)와 관계된 4대 국가(북한, 중국, 일본, 미국)를 모두 살리는 사생 결단(四生 決斷)의 평화와 번영의 진원지가 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파주특구법은 그의 사생(四生) 결단론을 현실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입법인 셈.

    6월 1일 오전 경기 파주시 문산읍 사목리에 소재한 ‘반구정’에서 박 의원을 만났다. 반구정은 조선 전기 명재상으로 이름난 황희 정승이 관직에서 물러난 뒤 갈매기를 벗 삼아 여생을 보낸 평화스러운 곳. 그러나 지금은 임진강변을 따라 철조망이 길게 설치돼 있어 남북분단의 현실을 일깨우고 있다.

    ▼ 원내 진출 제1호 법안으로 파주특구법을 발의했는데….

    “침체 늪에 빠진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최악의 대치 상황으로 악화일로를 걷는 남북관계에 변화를 가져오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 방안으로 북한 땅에 조성된 개성공단에 대칭할 만한 국제평화공단을 파주에 조성할 필요가 있다.”

    ▼ 국제평화공단이란?

    “남북경제협력형 공단인 개성공단은 남북관계에 따라 부침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 기업들이 입주한 국제평화공단을 파주에 조성하면 남북 간 정치적 상황 변화에 영향을 덜 받는 중립지대화를 이룰 수 있다.”

    ▼ 박근혜 정부는 북한 핵실험 이후 개성공단을 폐쇄(우리는 가동중단을, 북한은 폐쇄를 결정)하면서까지 북한 비핵화를 압박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파주를 특구로 지정하고 공단을 조성하자는 얘기가 자칫 공허하게 들릴 수 있다.



    “그렇다고 분단과 대치 상황을 언제까지고 방치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지금 처한 상황이 암울하다고 모두가 손 놓고 있으면, 갑자기 상황이 바뀌었을 때 우리가 주도적으로 남북관계를 이끌 수 없다. 지금 당장 파주를 특구로 지정하고, 국제공단을 조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 통일시대에 관한 논의를 활발히 할 필요가 있다. 자꾸 잊혀가는 남북통일 과제를 국민 모두가 다시 한 번 인식하자는 뜻을 담아 (파주특구법을) 발의했다.”

    개성공단이 북한 땅에 우리 자본과 기술를 투입한 경우라면 박 의원이 제시한 국제평화공단은 우리 땅에 우리 자본과 기술은 물론, 중국과 일본 등 해외 자본까지 유치한다는 차이가 있다. 공통점은 북한 노동력을 활용하자는 것. 박 의원은 “중국과 일본 등 해외 자본이 투입되고 북한 노동자들이 출퇴근하는 공단이 파주 장단반도(장단면 거곡리)에 만들어지면 남북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생산활동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공단이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공단 운영의 안정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 국제공단을 조성하자면서 특구 지정은 물론, 특별자치시 설치까지 법안에 포함한 이유는 뭔가.

    “산업단지를 조성했다고 모든 것이 원활하게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개성공단은 저비용 노동을 사용하는 제조 생산기지 외 아무런 기능도 못 했다. 파주특구가 자생력을 갖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려면 물자 보급과 물류 이동을 위한 배후지뿐 아니라 교통과 문화, 관광 인프라 등 복합적인 요소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자면 특별자치시를 설치,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특구가 달걀노른자라면 특별자치시는 달걀흰자라 할 수 있다. 흰자 없이 노른자만으로 닭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 파주특구법안이 법으로서 효력을 가지려면 해당 상임위원회는 물론, 본회의까지 통과해야 한다.

    “파주특구는 지역 문제가 아니라 남북통일에 대비하려는 국가적 이익이 걸린 문제다. 우리 당 당론으로 채택,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또한 관계부처와 합동토론회를 열어 광범위하게 의견도 수렴하고, 여러 의원과 소통하면서 파주특구법안의 당위성을 설득해나갈 예정이다. 파주특구 조성이 현실화할 수 있도록 ‘정성’을 쏟겠다.”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는 지구 종말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후세를 위해 사과나무를 심겠다며 희망을 얘기했다. 박 의원이 발의한 파주특구법은 스피노자의 사과나무를 연상케 한다. 지금은 비록 북핵 문제로 남북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경색돼 있지만, 언젠가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해빙무드에 들어섰을 때를 대비해 남북 미래세대가 함께 먹고살 터전을 마련해두자는 법안 발의 취지가 그렇다. 20대 국회 제1호 법안으로 발의된 파주특구법이 20대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해 ‘법’으로서 생명력을 가질지 주목된다. 

    박정 의원 2전3기 국회 입성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
    박정어학원 원장으로 더 친숙한 박정 의원은 세 번째 도전 만에 국회에 입성했다. 첫 번째 도전은 2004년 17대 총선으로, 당시 39.5% 득표율로 낙선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야권연대의 피해자였다.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를 준비했지만 당 지도부가 통합진보당에게 일방적으로 후보를 양보하는 바람에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총선 며칠 전 극적으로 범야권 후보단일화를 이뤘지만 4980표 차로 낙선했다. 당시 범야권 후보단일화로 탈락한 후보에게 간 무효표는 6579표에 달했다.



    19대 총선 패배 이후 그는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지도자 요기 베라의 명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을 곱씹으며 경기 파주시에 4년간 머물면서 와신상담한 끝에 20대 총선에서 당당히 당선의 영광을 거머쥐었다. 20대 총선에서 박 의원은 47.1% 득표율로 새누리당 사무총장 출신 황진하 의원을 꺾고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많은 사람이 그를 성공한 어학원 원장으로 기억하지만, 정작 그가 걸어온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중학교(문산동중)는 야간학교에, 고교(동인천고)는 체육특기생(탁구선수)으로 진학할 수 있었다. 서울대 입학 후에는 ‘세계적인 유전공학도’를 꿈꿨지만, 서울대 대학원 이학석사(미생물학 전공)를 마친 뒤 유학비 마련을 위해 유학준비생을 대상으로 영어학원을 차린 것이 계기가 돼 어학교육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사업은 점점 규모가 커져 전국에 지사를 세울 정도로 발전했고, 박정어학원을 거쳐 해외 명문대에 유학을 간 인재가 10만 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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