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청약365’ 앱 개발한 이월무 미드미D&C 대표

“139번 바뀐 청약제도 누가 잘 알겠어요?”

청약점수 잘못 계산해 탈락하는 사람 1%라도 줄이려고 앱 만들어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9-06-03 09:5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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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자신의 아파트 청약가점을 정확히 알고 있는가. 자신 있게 ‘네’라고 대답하는 사람 중에도 분명 틀리게 계산한 이가 나온다. 최근 1년 사이 분양한 아파트의 1순위 청약당첨자 가운데 부적격자 비율은 10~30%로 꾸준한 편이다. 이들은 대부분 청약접수 전 수차례 검산했지만 결국 부적격자로 판정돼 1년간 재접수가 불가능한 처지에 놓인다. 

    청약제도는 1978년 처음 만들어진 이래 지금까지 139번 변경됐다. 이쯤 되면 일반인은 계산이 틀리기 일쑤다. 대부분 분양 현장인 본보기집 상담원에게 물어보거나, 부동산공인중개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식으로 자신이 계산한 청약점수가 맞는지 확인하지만 이마저도 확실하지 않다. 

    분양 대행과 부동산개발 사업을 하는 회사 미드미D&C의 이월무 대표는 잘못된 청약점수로 청약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을 보고, 청약점수를 계산해주는 무료 애플리케이션(앱) ‘청약365’를 만들었다.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청약저축 가입 기간 3개 섹션에 따른 주요 질문 10여 가지에 답하면 점수가 자동으로 계산돼 나온다. 청약제도의 세부 내용과 주택청약 용어 설명, 청약을 희망하는 지역의 분양 정보 등도 알 수 있다. 5월 28일 이 대표를 만나 앱 개발 경위와 청약시장 분위기, 제도의 맹점 등에 대해 들었다. 

    언제 청약점수를 계산하는 앱을 만들 결심을 했나. 

    “1992년 대우건설 주택사업부에 입사해 9년 뒤 퇴사하고 회사를 차렸다. 그때만 해도 청약제도가 복잡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복잡해졌다. 분양 대행 사업을 하다 보니 본보기집 방문객에게 청약점수 상담을 해주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방문객 1명이 본보기집 입구에 들어서 내부 구조 등을 살펴보고 상담석에 앉기까지 최소 3시간이 걸린다. 그마저도 전체 방문객의 30%만 청약접수 상담을 받는다. 현장에서 많은 사람이 불편을 겪는 모습을 보고 청약 앱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잘못된 점수로 매번 부적격자 10% 이상 나와

    이월무 미드미D&C 대표는 18년간 분양 대행과 부동산개발 사업을 한 경험을 토대로 무료 청약 애플리케이션 ‘청약365’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왼쪽) 애플리케이션의 총 3개 섹션에서 관련 질문 10여 가지에 답을 입력해 넣으면 자신의 청약점수를 비교적 정확히 알 수 있다. [박해윤 기자, 앱 화면 캡처]

    이월무 미드미D&C 대표는 18년간 분양 대행과 부동산개발 사업을 한 경험을 토대로 무료 청약 애플리케이션 ‘청약365’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왼쪽) 애플리케이션의 총 3개 섹션에서 관련 질문 10여 가지에 답을 입력해 넣으면 자신의 청약점수를 비교적 정확히 알 수 있다. [박해윤 기자, 앱 화면 캡처]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타까운 사례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접하게 됐나. 

    “청약접수가 끝나면 건설사에서 우리 같은 대행사에 1순위 당첨자 리스트를 보낸다. 그 가운데 부적격 의심 사례를 추려내면 전체의 30%가량 된다. 대행사에서는 일일이 전화를 걸어 소명자료를 요구하고, 소명되지 않을 경우 당첨을 취소한다. 1점만 잘못 계산해도 당첨이 취소되는 데다, 1년간 청약접수를 할 수 없는 페널티가 부여된다. 부적격자는 통상 10%가량 나오고, 많을 때는 30%까지 당첨이 취소된다. 당첨됐다고 기뻐하다 향후 기회마저 박탈당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애초에 청약접수를 할 때 개인이 실수 없이 점수를 계산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도움을 줘야 하는데 그런 절차가 전혀 없다.” 

    어떤 부분에서 실수하는지 부적격자 유형이 궁금하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예를 들어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세대주만 청약접수를 할 수 있는데 지구 지정은 계속 바뀐다. 지난해 말에도 수도권 일부 지역은 추가되고 지방 일부 지역은 제외됐다. 최근 분양한 경기도 한 단지에서는 청약단지의 지구가 조정대상지역에 편입된 줄 모르고 세대원이 청약했다 부적격으로 당첨 취소되기도 했다. 또 부양가족 점수를 잘못 계산하는 사람도 많다. 부모 부양은 3년 이상 등재돼야 하는데, ‘무슨 소리냐. 10년 넘게 모셨다’고 주장만 할 뿐 서류로 증명하지 못해 항의만 한다. 부모가 현재 무주택이어도 입주권을 갖고 있으면 부양가족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당첨이 취소된 사례도 있다. 무주택 기간을 잘못 계산하는 경우도 많은데, 미혼은 30세부터 합산해야 하지만 20세를 기준으로 하는 사람이 상당수다.” 

    아이디어 하나로 앱을 개발했는데, 힘들지 않았나. 

    “알고리즘을 모르니까 앱 개발 전문업체에 외주를 맡겼다. 기술자들에게 청약제도를 일일이 알려주면서 만들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앱 개발에 6개월, 시작부터 총 1년가량 걸렸고 비용도 꽤 들었다. 그동안 청약정보집을 만들어 본보기집 방문객과 건설사 등에 배포했는데 그것만으로도 부적격자가 조금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청약정보집도 어렵다고 하는 사람이 많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앱 하나에 압축하는 것이 힘들었다.” 

    이 대표는 현재 청약365 앱을 무료로 일반에 배포하고 있다. 애초에 수익사업을 목표로 만든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앱 평가를 보면 ‘어렵게만 느껴지던 청약을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점 계산도 하고 단지 정보도 볼 수 있어 좋다’ 등 호평이 대부분이다. 청약점수 계산에 어려움을 겪는 이가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청약제도 역사가 20년이 넘는데 끊임없이 바뀌고 있다. 현 청약제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천하에 금령이 많을수록 백성은 가난해진다. 청약제도를 시대에 맞게 바꾸려다 보니 날이 갈수록 복잡해졌다. 제도를 쉽게 고칠 수 없게 하면 되는데 국토교통부령이기 때문에 수시로 바꿀 수 있는 것도 문제다. 또한 3개 정부 부처가 청약제도를 관리하다 보니 부처 간 칸막이에 막혀 복잡한 면도 있다. 청약통장은 금융결제원에서, 주택 소유 여부는 국토교통부에서, 주민등록상 거주 요건은 행정안전부에서 관리한다. 하나로 통합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라도 청약제도 관련 규제를 간단하고 편하게 풀어주고, 누구나 쉽게 자신의 청약자격 요건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통합해 관리해야 한다.”

    제도 계속 바뀐 탓에 실수 많아, 단순하게 고쳐야

    그동안 건설사들도 당첨자 확인에 애를 먹었을 텐데 반응은 어떤가. 

    “건설사들도 그동안 어려움이 많았다. 1순위 청약마감이 돼도 확인하는 데만 1개월 넘게 걸리고, 예비당첨자에게 일일이 전화 걸어 계약 여부를 물어야 하니 보통 일이 아니다. 현재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에서 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괜히 앱을 배포했다 나중에 법적 책임을 지게 될까 봐 우려한다. 그래서 참고용으로 무료로 가져다 써도 된다고 했다.” 

    현재 청약제도도 여러 문제점이 있는데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보는가. 

    “청약제도라는 게 무주택자, 청년, 신혼부부를 위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규제가 많아 맨 마지막에는 돈 있는 사람만 혜택을 보고 있다. 오죽하면 현금 부자가 주워 먹는다고 해서 ‘줍줍족’이라는 말까지 나왔겠나. 일괄적으로 분양가 9억 원 이상 대출 규제를 시행해 조금만 도움을 주면 계약할 수 있는 사람들까지 못 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규제를 완화하고 제도를 단순화해 길을 열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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