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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한형기 신반포1차(아크로리버파크) 조합장

재건축 아파트 조합들은 왜 그를 찾을까

“18년간 표류하던 신반포1차 성사시킨 경험 높게 평가”

재건축 아파트 조합들은 왜 그를 찾을까

한형기 서울 신반포1차 조합장은 2011년 우여곡절 끝에 조합장에 선출된 이후 굵직한 이슈가 터질 때마다 선봉에 서서 해결하고 재건축 기간도 단축해 이름을 알렸다. [조영철 기자]

한형기 서울 신반포1차 조합장은 2011년 우여곡절 끝에 조합장에 선출된 이후 굵직한 이슈가 터질 때마다 선봉에 서서 해결하고 재건축 기간도 단축해 이름을 알렸다. [조영철 기자]

정부가 9·13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지 두 달 만에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지난 2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견인했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호가가 수억 원씩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완료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를 피한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1·2·4주구)’는 전용면적 84.6㎡의 호가가 9월 한때 38억 원까지 치솟았지만 11월 들어 33억 원에 급매물이 나오기도 했다.


40여 차례 주요 재건축 단지 강연자로 초대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물러나고 박원순 시장이 집권한 후 기존 재건축 설계안을 변경하라는 지시가 내려지자 조합들은 크게 반발했다. 2012년 3월 22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신반포1차 재건축 심의 촉진대회’ 모습. [뉴스1]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물러나고 박원순 시장이 집권한 후 기존 재건축 설계안을 변경하라는 지시가 내려지자 조합들은 크게 반발했다. 2012년 3월 22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신반포1차 재건축 심의 촉진대회’ 모습. [뉴스1]

이런 가운데 재건축을 이제 막 시작하거나, 한창 진행 중인 단지의 조합들은 갈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지난해 관리처분인가를 신청조차 못 한 단지들은 가구당 최대 8억 원에 이르는 재초환을 부담해야 하는 데다, 정부가 안전진단을 강화해 건축된 지 40년을 넘지 않으면 재건축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각 조합은 이미 재건축이 결정된 단지의 조합장을 찾아가 자문을 구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1994년부터 18년간 표류하던 재건축 사업을 성사시킨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차(아크로리버파크)’의 한형기 조합장(60)이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한 조합장은 삼성물산, 대우건설에서 21년간 근무하고 건설사업관리회사 부사장으로 지내다 은퇴 후 신반포1차 조합장으로 일했다. 삼성물산에 근무할 당시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3차 현장소장으로 일하는 등 건설 관련 경력이 상당해 조합장 일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는 내년 신반포1차 조합 해산을 앞두고 업무를 마무리 짓고 있다. 

한 조합장은 40여 차례 재건축 총회 특별 강연자로 초대돼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한편, 각 단지가 고민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조언하고 있다. 조합들은 그에게서 어떤 답을 찾길 원하는 것인지 들어봤다. 

11월 24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 조합을 상대로 강연에 나섰다. 무엇 때문에 강의했나.
 
“19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지어진 아파트다. 30년가량 됐기 때문에 ‘정부가 안전진단을 강화하고 나선 마당에 재건축을 진행하는 것은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는 주민이 많은 실정이다. 그런데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일단 시작해보자는 쪽이다. 소유주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지금부터 재건축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대한민국 재건축 아파트가 신축으로 바뀌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20년이다. 지금 시작해도 2040년에 이르러야 완성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해당 아파트는 피시공법으로 지어졌다. 일반 아파트는 철근콘크리트를 세워 한 층씩 지으면서 올라간다. 그런데 피시공법 아파트는 주요 벽을 공장에서 찍어내 조립식으로 맞추는 형태다. 일체형으로 지은 집과 볼트로 조립한 집은 안전성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올림픽 일정에 쫓겨 아파트를 짓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이미 노무현 정부 때도 안전진단을 50%로 강화한 바 있는데 13년 된 피시공법 아파트가 안전진단을 통과하기도 했다. 그런 점을 지적하며 조언했다.” 

재건축 조합마다 사정이 다를 텐데 그때마다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나. 

“축적된 노하우를 토대로 각 단지에 따라 대다수 조합이 만족하면서 속도도 낼 수 있는 방향을 알려주고자 한다. 기억에 남는 사례는 서초구 방배동 ‘방배경남’ 조합에서 3년 전 GS·롯데·포스코 등 3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했는데, 지난해 시공사를 바꿀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자문을 구해온 일이다. 이미 조합원 90%가 찬성해 선정된 시공사를 바꾸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설명회를 5차례 열어 시공사를 변경했을 경우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 알려줬다. 결국 방배경남 조합은 지난해 기존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시공사를 현대건설로 바꿨다. 또 다른 사례는 강남구 대치동 ‘선경아파트’인데, 이곳은 재건축 사업 초기 단계로 주차난이 심각했다. 조합에서는 ‘장기수선충당금이 있으니 4억 원을 들여 주차장 확장 공사를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일부 조합원이 ‘어차피 재건축하면 다시 공사해야 하니 주차장 공사는 필요 없다’고 반대했다. 거기에서도 설명회를 열어 ‘대한민국 재건축 평균이 20년인데 앞으로 얼마나 걸릴 줄 알고 4억 원 아껴 20년을 힘들게 살려고 하느냐’고 조언했다. 그곳은 10월부터 주차장 공사에 들어갔다.” 

지금 재건축을 추진하는 수많은 조합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하자면. 

“일단 지난해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해 재초환을 피한 단지는 뒤도 돌아보지 말고 빨리 추진하라고 권하고 싶다. 재초환을 피한 것만으로도 큰 이익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해 정부가 시뮬레이션을 돌려 임의로 계산한 자료를 발표했는데, 적게는 1억 원에서 많게는 8억 원이 나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금액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재건축의 경우 단지를 헐고 새 아파트가 들어서는 시점의 감정가를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기준점 가격이 높아지면 중간에 들어간 개발비와 자연상승분을 제외하더라도 차익이 상당한 것으로 나온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가 2023년 준공된다고 가정할 때 대충 계산해봐도 가구당 5억 원 이상 세금을 내야 할 것이다. 아마 진행 속도가 느린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3주구)’는 8억 원보다 더 나올지도 모른다. 따라서 기존 재건축 단지는 일단 순서대로 절차를 밟아나가되, 이주 직전 단계에서 부동산 경기 침체 시 재초환 시행이 완화될 분위기라면 지켜볼 것을 권하고 싶다. 물론 안 될 수도 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기였던 박근혜 정부 때 시행 연기된 적이 있어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등 떠밀려 시작한 조합장, 해결사처럼 나서서 처리

타워팰리스3차 현장소장으로 일했다고 하는데, 정작 본인은 왜 낡은 재건축을 선택했나. 

“타워팰리스 준공 후 미분양이 나왔을 때 분양받으려 했는데, 회사에서 꺼려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동산 투자를 이리저리 한 덕분에 자금은 조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일개 부장이 300㎡짜리를 분양받으면 감사가 진행될 수도 있다고 해 관뒀다. 40대 후반에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던 중 ‘기러기 생활’을 오래한 내가 안쓰러웠는지 아내가 아이들이 있는 영국으로 오라고 했다. 그래서 몇 년 동안 한국에 거주할 일이 없으니 재건축 아파트를 사야겠다 싶었다. 여러 단지 가운데 투자 대비 수익성이 가장 높을 것 같은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가 신반포1차라는 결론을 내렸고 2006년 매입했다.” 

조합장은 스스로 나서서 맡게 됐나. 

“아니다. 2006년 영국으로 건너갔는데 2년 뒤 조합원인 친구가 문제를 같이 해결하자며 연락을 해왔다. 당시에도 2006년 9월 25일부터 재초환이 시행될 예정이었다. 관리처분인가 신청만 하면 피할 수 있어 마감 닷새를 앞두고 조합에서 신청을 했다. 그런데 조합에 의혹을 품은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초구청으로 찾아가 항의했고, 결국 반려됐다. 문제가 있어도 보통 ‘보류’를 시키지 반려하지 않는데 구청장도 화가 나 반려한 것 같았다. 조합은 관리처분반려취소 소송을 신청했지만 1,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친구가 함께 해결해보자고 해 2008년 6월부터 조합 일에 뛰어들었다. 

그때부터 물불 가리지 않고 뛰었다. 조합원 탄원서를 받아 대법원에 내는 한편, 비상대책위원회의 마음을 돌리고자 협상을 진행했다. 조합장과 임직원을 해고하라고 해 그렇게 하게끔 조합원들을 설득했고 요구사항을 들어줬다. 조합원 가운데 판검사가 상당수였는데, 나에게 ‘대법원에서 뒤집힐 확률은 2%이다. 당신 그러다 원성만 산다’고 조언할 정도였다. 결국 대법원에서 파기환송시켜 반려가 취소됐다. 그 후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조합장을 선출하고 2년여 시간이 지났는데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결국 2011년 다시 조합장을 선출해야 했고, 아무도 나서지 않아 3차례 총회를 연기한 끝에 등 떠밀려 조합장 일을 시작하게 됐다.” 

조합장으로 일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때는 언제인가.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파격적인 제안을 해 기부체납 25%를 하는 조건으로 설계안을 다 만들어놨는데 하루아침에 시장이 바뀌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기존 62층은 안 된다며 35층 이하로 할 것을 주문했다. 한강변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때 서울시청 앞에서 시위하고 삭발까지 했다. 죽기 살기로 싸워 결국 우리 단지만 심의를 받았고 다행히 38층으로 허가가 났다. 미계약이 발생했을 때도 무척 힘들었다. 언론에는 완판이라고 나왔는데 분양가가 너무 높다 보니 당첨된 사람들이 막상 계약을 하지 않았다. 당시 양도세를 면제해줄 정도로 부동산 경기가 나쁘기도 했다. 결국 55%가 계약을 하지 않았다. 그다음 날부터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최상층에서 ‘앞으로 여기서 보이는 한강 전망을 내 집에서 누리며 살게 될 것’이라며 프리미엄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다행히 석 달 만에 전부 팔렸다.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재건축 끝났다고? 글쎄…”

2016년 신반포1차를 재건축해 완공된 ‘아크로리버파크’는 입주 2년 만에 호가가 3.3㎡당 1억 원까지 치솟으며 논란의 대상이 됐다. [동아DB]

2016년 신반포1차를 재건축해 완공된 ‘아크로리버파크’는 입주 2년 만에 호가가 3.3㎡당 1억 원까지 치솟으며 논란의 대상이 됐다. [동아DB]

정부가 9·13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후 서울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재건축의 타격이 크다. 이제는 재건축에 미래가 없는 것 아닌가. 

“다른 재건축은 어떨지 몰라도 최소한 강남 3구의 주요 단지, 한강변 주요 단지는 절대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 손이 바뀌는 것을 보면 서울이 아닌 지방 재력가들이 와서 계약하는 실정이다. 재건축 수요는 하루아침에 없어지지 않는다. 현재 부동자금이 1000조 원 이상인데 어디로든 흘러가게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 주식, 채권, 예금 등 금융 투자처의 수익률이 형편없다. 지금 수요자들이 시장을 관망하고 있지만 재건축이 진행되지 않고 새 아파트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언젠가는 또 오를 수밖에 없다. 변수는 금리인상 속도다.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이 많은데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금리인상 속도를 높일 상황은 아니다.” 

재건축은 추진만 하면 가격이 들썩인다. 그럼에도 정부가 재건축 허가를 내줘야 한다고 생각하나. 

“서울에는 새 아파트를 지을 땅이 더는 없다. 재건축을 추진하지 않으면 신축 아파트가 반사이익을 누리게 될 것이다. 재건축 추진을 무조건 막는다고 근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적절히 속도를 조절해 신축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집값을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크로리버파크 호가가 3.3㎡당 1억 원을 넘겨 화제가 됐다. 하지만 실거래는 없었고, 지금은 호가가 빠지는 실정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재건축 전부터 공공연하게 한강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운데 3.3㎡당 1억 원짜리가 나올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반포 주공1단지나 신반포3차, 혹은 압구정 현대 등에서 나올 것이라고 봤다. 그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왔다. 이를 계기로 감히 예상컨대, 앞으로 우리나라 아파트는 양극화가 더 심화될 것이다. 한강변 신축 아파트는 한강 전망, 층수, 타입 등에 따라 부르는 게 값이 될 수 있다. 자산가는 아파트값과 상관없이 갖고 싶은 부동산을 과감하게 매입한다. 해외 사례를 봐도 영국, 홍콩, 싱가포르 등 주요 도시의 고급 아파트 혹은 주택은 3.3㎡당 몇억 원씩 한다. 앞으로 서울에도 그런 시대가 올 것으로 본다.” 

지난 8년간 조합장으로 일하며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다. 큰 문제없이 재건축 사업을 이끌어온 소회를 말해달라. 


“너무 고생스러워 지금 누가 조합장을 하라고 하면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지금도 조합장에 대해 환상을 가진 사람이 상당히 많다. 10여 년 전만 해도 조합장을 하면 시공사로부터 몇억씩 받는다는 소문이 있었다. 실제로 60, 70대 어르신들이 그런 돈을 모르고 받았다 5년씩 실형을 살기도 했다. 절대 그렇게 사업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경영을 전문으로 하는 최고경영자(CEO)가 재건축 사업을 맡아서 하는 ‘CEO 조합장 제도’가 정착됐으면 좋겠다. 현재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조합장이 6개월 공석이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정부가 이런 것을 완화해 젊고 유능한 경영인이 재건축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제도화했으면 한다.”




주간동아 2018.12.07 1167호 (p32~35)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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