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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엄성용 한국드론기업연합회 부회장

“드론 산업, ‘환멸의 계곡’에서 추락할 수도”

레저용 말고 산업용 육성 위해 정부가 ‘비즈니스 모델’부터 만들어야

“드론 산업, ‘환멸의 계곡’에서 추락할 수도”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하늘에서 열리는 드론 축구 경기, 미래 전장(戰場)에 등장할 드론봇 등 드론을 주제로 한 볼거리가 전국에서 펼쳐진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는 혁신성장 추진 일환으로 10월 1일부터 12일까지 전국 각지에서 ‘코리아 드론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성장동력의 핵심이 될 드론 산업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한 것.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 성과를 알린다는 의미도 있다. 

그러나 정작 드론 관련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드론 산업의 혁신성장에 대한 정부와 공공기관의 인식 전환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크다. 엄성용 한국드론 기업연합회 부회장은 “이제는 단순히 드론을 개발하는 차원을 넘어 정부·공공기관과 기업이 드론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드론기업연합회는 국내 드론 제조·서비스 기업의 목소리를 한데 모으고 드론 산업 활성화를 위해 4월 출범한 기업인들의 자치연합회. 엄 부회장은 송재근 회장(유콘시스템 대표)과 연합회 창립 준비와 운영을 도맡아 드론 관련 기업인들의 애환과 요구를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만큼 국내 드론 산업 현실과 정부 정책의 괴리를 꿰뚫어보고 있다.
 
엄 부회장은 17년간 지능형교통시스템(ITS) 관련 사업을 하다가 3년 전 시스템 드론 솔루션 개발 회사인 블루젠드론을 창업하고 드론용 자동비행제어장치(FCC)와 주문형 드론 개발 및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9월 17일 오후 경기 성남시 블루젠드론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우리 관심은 ‘코워크(Co-work)”

정부와 공공기관이 다양한 드론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소방용, 군수용 등 공공부문에서 드론을 구입하면서 산업 활성화를 꾀하고 있는데. 

“정부나 공공기관이 각각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드론을 제작해달라고 발주하면서 드론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측면도 있다. 여러 공공기관이 요구하는 다양한 드론을 만들고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드론 산업 전반의 발전을 일으키는 ‘패키지 형태’로 만들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우리 관심은 발주처와의 ‘코워크(Co-work·협업)’를 통해 기존 고유 업무에 드론을 접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데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뭔가. 


“예를 들어 한국도로공사에서 드론을 활용해 추석 연휴 교통 체증을 효과적으로 해소하려고 한다면 교통 감시 드론부터 LTE망, 정보 수집서버 센터시스템, 운전자 고지(告知) 시스템 등 다양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드론 운영 소프트웨어, 영상 선택을 위한 지도 소프트웨어,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소프트웨어, LTE 무선망 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회사들과 드론 제작 회사, 발주처(도로공사)가 설계 단계부터 함께 개발에 나서야 한다. 특히 드론은 운용되는 환경과 임무에 적합한 재원으로 설계되고 개발되는 맞춤형이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드론이 접목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완성될 수 있다.” 

공공기관이 단순히 교통 감시용 드론 개발을 발주하는 게 아니라 드론 개발 생태계를 유도해야 한다는 의미 같다. 

“그렇다. 공공기관은 단순히 드론 개발을 요구할 게 아니라 전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이끄는 역할을 하고, 이 과정에서 혹여 요구하는 성능에 미치지 못해도 다시 기회를 줘 기술 개발을 꾸준히 유도해야 한다. 레저용 드론을 넘어 상업용 드론 시대로 가려면 ‘시스템 드론’으로 가야 하고, 기업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함께 나가야 한다. 시스템 드론은 ‘센터시스템-네트워크-드론’ 체계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드론을 의미한다. ”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10월 드론을 중소기업 간 경쟁 제품으로 추가 지정해 공공기관이 드론을 구매할 경우 중소기업을 통한 구매를 의무화했다. 

“대기업이 드론 산업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까. 정부에 거꾸로 묻고 싶다. 지금은 피자 배달용 드론, 부동산 3D 촬영 드론, 교통정보 수집 드론, 인공 수분(水粉) 드론 등 영역별 쓰임새에 맞는 소량 다품종 드론 시대로 발전해가고 있고, 200~300종류의 상업용 드론 시대도 곧 도래할 거다. 이처럼 수많은 모델을 삼성이나 현대 같은 대기업이 모두 만들 수 없다. 어차피 소규모 연구 인력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해당 분야 연구 개발을 거듭해나가야 한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숙련된 IT 인력이 많다. 그래서 드론 산업도 바이오·항공·IT 같은 하나의 산업 영역으로 인정하고, 각종 과제 지원금을 책정하고 일정 쿼터를 정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데 지원하자는 거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지금은 드론 산업을 키운다고 해서 ‘특별 기획 프로젝트’ 형태로 지원한다. 예를 들어 항공우주연구원이나 전자통신연구원(ETRI) 같은 국책연구기관을 앞세워 연구비를 쪼개 지원한다. 일종의 단발성 프로젝트 지원 형식인데, 드론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지원이 드론 산업에 시급히 필요한 핵심 기술 개발보다는 전시성 과제로 보인다. 실제 드론 기업들은 해당 과제에 단순 참여 형식으로 지원받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청에서 연구 과제를 받으려고 해도 드론만의 독립된 분야는 없고, 로봇이나 ICT, 항공기계 분야 개발 과제에 끼워 제안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러니 드론 기업이 정부 지원금을 받을 기회는 매우 적고,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기도 어렵다. 차라리 드론 산업 지원을 위한 예산이 있다면 독립된 드론 기업 지원사업을 신설하고, 드론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연구비를 몰아주면 된다. 그 돈으로 연구원을 고용해 2, 3년 지속적으로 연구하도록 지원하는 게 낫다. 개발 결과물이 효용성이 떨어지거나 비즈니스 모델로 적합하지 않더라도 기술 노하우는 축적된다. 예비타당성조사(대형 공공투자사업의 경우 사전에 타당성을 면밀하게 검토해 사업 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처럼 드론 비즈니스 모델의 타당성을 면밀하게 조사해보고 괜찮다 싶으면 ‘통으로’ 지원해 사업에 착수하는 거다.”


“드론용 모터 무게까지 특정해서야…”

현재의 지원 방식으론 드론 비즈니스 모델화가 어렵다는 얘긴가. 

“현재 정부의 드론 발주 ‘스펙(기술사양서)’을 보면 실태를 알 수 있다(그는 한 부처의 입찰 스펙을 보여줬다. 스펙에는 모터, 전장, 무게, 재질 등 드론에 사용되는 모든 재료의 요구 조건을 특정했다). 드론 프레임은 카본 소재 파이프 mm를 쓰라고 하고, 심지어 모터는 ×××g짜리를 쓰라고 한다. 배터리, 조종기, 카메라 등 모든 요소를 특정해놓았다. 이러한 스펙에 맞게 제작하면 ‘배가 산으로 간다’. 원하는 부품을 구입해 조립하면 되지만 기업의 창의성과 기술 축적은 요원해진다.” 

발주처가 판단하기에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거 아닌가. 

“그러면 이해가 가지만, 실제로는 발주처가 여러 업체의 견적을 받아본 뒤 전문가 검증 없이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사양을 선별해 스펙으로 요구한 거다. 드론 전문가들은 한 번만 훑어봐도 알 수 있다.” 

그럼 발주처인 공공기관은 드론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어떻게 유도해야 하나. 

“발주처가 어떤 임무를 하는 드론 제작을 발주한다면 드론의 기본적인 역할과 요구 조건만 제시하고, 기업들은 거기에 맞는 드론을 제작하면 된다. 드론 프로펠러를 4개를 쓰건 8개를 쓰건, 그건 기업이 판단하면 된다. 임무를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독창적으로 판단하도록 맡기는 거다. 발주처에 드론 전문가가 없다면 전문가를 섭외하거나 업체나 협의회를 통해 ‘이러이러한 드론이 필요하다’고 알려서 함께 연구하도록 마당을 만들면 된다. 발주처는 필요한 ‘요구 스펙’을 제대로 정리하고, 전문 검증기관은 이를 바탕으로 발주처의 요구 조건이 합당한지 따져본 뒤 공고를 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업체들은 전문 검증기관을 통해 발주처의 요구 조건을 잘 갖췄는지 검수도 받고….” 

드론 기업들은 공공기관이 최저가 입찰 방식을 하다 보니 비교적 가격이 싼 중국산 드론을 구매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드론 산업 진흥과도 배치된다고 주장하는데. 

“대부분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발주하다 보니 가격이 싼 중국산 드론을 반조립 상태로 들여와 국내업체 상표로 갈아타고 많이 쓰였다. 이는 주변 시스템과의 연계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 촬영 기능을 강조한 발주처 요구 사양에서 비롯됐다. 최근에는 발주처 요구 사항도 점차 바뀌고 있긴 하지만 이 문제는 시스템 드론으로 갈 거냐, 퍼스널 드론으로 갈 거냐 하는 문제다.” 

시스템? 퍼스널? 

“레저용 드론은 개인이 사서 날리면 된다. 그러나 시스템 드론은 통신과 정보센터, 드론이 상호 연결된다. 발주처 관계자가 ‘350만 원짜리 중국산 풀옵션 드론도 잘 날더라’고 하면 할 말이 없어진다. ‘애들 장난감 잘 만드니 그 기술로 사람 타는 것도 만들어주세요’ 하는 격이다. 실제 드론의 임무 달성과 정보 축적을 위해선 시스템의 체계를 갖춰야 하고, 이러한 네트워크를 연결하려면 3500만 원짜리 드론이 필요하다. 그래야 주변 연계 서비스 시스템과 연동해 촬영한 영상 자료를 축적하면서 지도를 만드는 등의 다른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갯벌 연구를 위해 갯벌 채취용 드론을 만들려면 갯벌을 파내고 모래나 점토를 들어 올려 귀환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해풍에도 최단 2km를 잘 날아야 하고, 갯벌 상공 1.5m 내외에서 한참을 호버링(hovering·일정 고도를 유지한 채 움직이지 않는 상태)해야 하고, 최소한 2~3kg 되는 업무 장비나 컨트롤 장비를 탑재해야 한다. 그리고 상업용 무선망(LTE)을 통해 원격 통제가 가능해야 하고, 임무를 수행할 때마다 관련 정보를 축적해야 한다. 레저용 드론에, 중국산 드론에 이런 장비를 탑재해 시스템을 얹을 수 있을까. 이런 시스템과 장비를 갖추려면 처음 드론을 설계할 때부터 수요자(발주처)와 함께 개발해야 한다. 그래도 요즘은 인식이 조금 바뀌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드론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하는 데 정답은 없는 거 같다. 

“솔직히 우리도 무엇이 진실한 드론 비즈니스 모델인지 아직 잘 모르지만, 조만간 세상 사람들이 깜짝 놀랄만한 키워드가 될 거다. 피자를 드론으로 실어 보낸 뒤 안전하게 내려놓고, 주문자가 찾아가는지 확인한 뒤 회사로 복귀하는 피자 배달용 드론도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걸 커버하는 시스템 체계와 비즈니스 모델 개발은 이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거다.”


“무엇이 진실한 모델인가”

엄성용 부회장이 개발 중인 드론과 테스트 기기. [지호영 기자]

엄성용 부회장이 개발 중인 드론과 테스트 기기. [지호영 기자]

엄 부회장은 테이블 위에 놓인 TV에 자신의 노트북 컴퓨터를 연결했다. 화면에는 ‘가트너의 하이프 사이클(Garter Hype Cycle)’이 나타났다. 하이프 사이클은 기술의 성숙도를 표현하는 시각적 도구로 주로 사업의 시장 성숙도를 나타낸다. △잠재적 기술이 관심을 받는 ‘기술 촉발(Technology Trigger)’ 단계 △초기 일부 기업이 실제 사업에 착수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관망하는, ‘부풀려진 기대의 정점(Peak of Inflated Expectations)’ 단계 △제품화를 시도한 기업이 포기하거나 일부 성공한 경우 투자가 지속되는 ‘환멸(Through of Disillusionment)’ 단계 △2, 3세대 제품이 출시되고 많은 기업이 사업에 투자하기 시작하는 ‘계몽(Slope of Enlightenment)’ 단계 △기술이 시장 주류로 자리 잡고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는 ‘생산성 안정(Plateau of Productivity)’ 단계로 나뉜다. 2차함수 그래프처럼 위로 불쑥 솟았다가 바닥을 찍고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모양이다(위 가운데 사진 참고). 이어지는 그의 설명은 이렇다. 

“하이프 그래프를 보면 신기술이 세상에 접목돼가는 과정을 알 수 있는데, 보다시피 드론은 정점 단계를 지나 차츰 내려오면서 3단계(환멸 단계)로 진입하는 상황이다. 산업 거품이 제거되는 시기다. 피크 영역에서 내려가는 이 시점에서는 고급 기술력을 바탕으로 2세대 기술을 준비하고, 원천·응용기술을 확보해야 ‘환멸의 계곡’을 탈출할 수 있다. 보통 대기업은 이 과정을 지나 안정화 단계로 돌입해야 사업에 뛰어든다. 현재 인공지능(AI)은 최정점에, 증강현실(VR)은 환멸 단계를 지나 생산성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드론 업계도 미래를 준비하는 자만이 환멸의 계곡을 지날 수 있다. 그래서 비즈니스 모델을 강조하는 거다. 비즈니스 모델과 드론이 연결돼야 ‘윈윈’할 수 있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주간동아 2018.09.28 1157호 (p30~33)

  •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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