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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은산분리 완화 다음엔 규제혁신에 주력”

외국인 차지 120만 개 일자리 중 40만 개 국내 노동자에게로 돌려야

“은산분리 완화 다음엔 규제혁신에 주력”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는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을 관할한다. 정무위에 ‘일거리’가 적은 적이 있었겠느냐마는, 20대 국회 하반기 정무위에는 경제 관련 입법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정무위에는 현재 700여 건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그중에는 행정규제 방식을 전환하고, 금융 분야 규제를 철회하는 등 굵직한 법안이 상당수다. 

민병두(60·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장은 8월 22일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제이노믹스의 핵심 두 축인 혁신성장과 공정경제가 정무위에 달렸다”며 “은산분리 완화 법안 다음에는 행정규제를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는 행정규제기본법 개정 등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3선(17·19·20대)인 민 위원장은 2012년부터 내리 정무위에 몸담아왔다. 현재 정무위 내에서 가장 고참이다. 

요즘 정무위가 하는 일에 국민적 관심이 높다. 

“정무위에는 늘 일이 많았다. 2012년 경제민주화가 큰 이슈였을 때 일감 몰아주기 규제, 하도급업체에 대한 기술 편취·부당 단가 인하 등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가맹점의 단체교섭권 보장 및 심야 강제영업 금지 등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대거 통과시켰다. 정무위는 혁신과 공정을 다루는 상임위원회이기에 사회적 요구가 굉장히 많은 편이다. 그런데 최근 정무위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제이노믹스의 3개 축(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가운데 혁신성장과 공정경제가 정무위에 달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득주도성장은 비교적 빠르게 진행돼왔는데, 혁신성장과 공정경제는 숙제가 밀려 있다. 평소 공정이 혁신이고, 혁신이 공정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최근 국회의 뜨거운 감자는 ‘은산분리 완화’다.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현행 4%(의결권 없는 지분은 10%)로 제한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기업의 지분율을 늘려주고자 한다. 민 위원장도 이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는 “과거에는 뱅크(bank)에서 뱅킹(banking)을 했지만, 모바일 기술 발달로 내 손안에 은행이 들어온 지금은 뱅크 말고 뱅킹이 중요한 시대”라며 은산분리 완화 찬성 이유를 설명했다.


정무위 터줏대감

정부가 ‘규제개혁 1호’로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한다. 

“핀테크(금융+기술)가 미래 금융산업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게끔 해줘야 한다는 점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ICT 전문기업들에게 열어줄 필요가 있다. 일각에선 은산분리 원칙이 훼손될까 걱정하는데, 현 은행법보다 더 강력한 수준으로 대주주 대출을 원천 금지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산업자본의 사금고가 될 우려는 없다고 본다. 이미 국민은 지난 1년간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인출 수수료가 없다든지, 해외송금 수수료가 3분의 1 수준이라든지, 대출이 24시간 가능하다든지 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편의를 누려왔다. 그래서 대통령이 결단했고, 여당에서도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의견을 모으는 것이다.” 

은산분리 완화가 곧 핀테크 혁명은 아니잖나. 


“크라우드펀딩, 모바일 송금, P2P(개인 간 거래) 투자, 로보어드바이저 등을 핀테크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이 하는 것이 핀테크가 아니라고 할 순 없다. 혁신은 어디서 생길지 모른다. 또 혁신 경로는 나라마다 다르다. 중국은 ATM이 35만 명당 1대꼴일 정도로 은행이 부족하고 계좌가 없는 사람도 많다. 이런 배경에서 모바일 결제시스템이 특히 발전했다. 우리나라의 핀테크 발전 경로가 무엇인지 아직은 모른다. 그런데 ICT 전문기업들이 핀테크에 의지를 갖고 있다. 이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 시장에 좋은 시그널을 주리라 생각한다.” 

핀테크 발전은 결국 P2P 발전으로 이어지는데, 현재 P2P 부동산 대출 쪽에서 부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P2P 법제화가 필요하다. 내가 2년 전 관련 법안을 제출했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현재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으로 이들 업체를 관리 중인데, 이제는 감독 대상으로 편입해야 한다. 감독과 규율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악화(惡貨)를 걸러내기 때문이다. 또 법제화돼야 소비자 신뢰도 높아진다.” 

8월 21일 국회에서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을 위한 당정협의회 회의가 열렸다. 공정경제를 촉진하고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 개정안에는 전속고발권 폐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벤처기업 활성화 등이 담긴다. 이는 최근 공정위 간부들의 조직적 재취업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와 맞물려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낯 뜨거운 수준인 공정위 취업 비리의 원인과 대책이 뭐라고 보나. 

“오래되고 익숙한 관행이 있었을 것이다. ‘다른 기관들도 전관예우를 받는데, 우리라고 없으면 되겠느냐’ 하는. 그러나 ‘경제검찰’인 공정위 간부들이 권력을 활용해 민간기업 고위직까지 진출한 것은 국민이 분노할 만한 사안이라고 본다. 평생 공직에 복무하다 고위직에 오른 이들은 국민이 보기에 혜택을 받은 인생이다. 전관예우를 통해 한 번 더 혜택을 받겠다는 생각보다, 그간의 경험을 사회에 돌려주겠다는 마음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전국 대리점 70만 개를 관할하는 공정위 부서에 직원은 서너 명에 불과하다. 가맹사업, 하도급 등의 업무를 전국 17개 시도로 이관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 지사는 전국적으로 5개에 불과하다. 이들 업무가 시도로 넘어가면 국민은 찾아가기가 훨씬 수월해지고, 공정위 직원들은 퇴직 후 급여가 낮아지더라도 지자체로 내려가 공정위 업무 관련 관리·감독을 하고 지자체 공무원들을 교육하는 구조가 마련될 것이다.”


‘공정’과 ‘혁신’ 두 개의 시그널

문재인 대통령이 8월 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 방문 행사에서 카카오뱅크 부스를 찾아 모바일로 받는 대출 시연을 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8월 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 방문 행사에서 카카오뱅크 부스를 찾아 모바일로 받는 대출 시연을 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경성담합(가격담합, 공급조절, 시장분할, 입찰담합)을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게 하고 일감 몰아주기를 더 강하게 규제하는 것이 기업 활동을 위축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담합과 부당 내부거래는 시장, 소비자, 자본주의의 적이다. 호랑이와 늑대가 모든 걸 먹어버리면 토끼와 노루는 뭘 먹나. 생태계가 파괴된다. 진정한 시장주의자라면 공정경제의 싹이 돋아날 수 있도록 이런 행위의 차단을 환영할 것이다. 이번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은 두 가지 신호를 동시에 준다. 앞서 말한 공정, 그리고 혁신이다. 대기업의 벤처기업 투자·인수를 촉진하려는 목적에서 벤처지주회사 제도를 활성화하는 내용을 담는다. 벤처지주회사 설립 자산총액 요건을 500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낮추고, 인수한 벤처기업을 계열사로 편입하는 유예기간을 7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한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검찰은 형사처벌,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를 경쟁적으로 할 우려가 있다는 점은 받아들였다. 기존 리니언시 제도(담합 자진신고자 감면 제도)가 담합의 이득을 보고 먼저 빠져나가는 ‘도둑놈 게임’ 부작용을 가져온 측면은 있지만, 자진신고자의 형사처벌을 감면하는 법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BMW 사태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아예 일반법으로 확대하자는 요구가 많다. 

“2016년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이 터졌을 때 내가 대정부질문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에 대해 목 놓아 외쳤다. 당시 폭스바겐은 미국에선 소비자 인당 1000만 원, 캐나다에선 500만 원을 배상했지만, 한국 소비자에겐 100만 원짜리 바우처만 주고 말았다. 한국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없기 때문에 기업이 소비자에게 배상을 하면 주주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된다. 한국 소비자가 ‘호갱’이 되는 것은 법적 미비 때문인 것이다. 지난해 국회가 제조물 책임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했다. 앞으로 과실 입증 책임의 주체를 소비자에서 기업으로 바꾸고, 최대 3배인 손해배상 책임 한도를 높이며, 생명안전 이외에 중대과실로도 확대해야 하는 등 과제가 많다. 개별법이 아닌 일반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할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한 반대 목소리도 굉장히 크다. 개별법을 하나씩 뚫다 보면 훗날 일반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항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최근 일자리 증가세가 급격히 하락한 원인에 대해 여야는 물론, 정부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민 위원장은 “양질의 일자리는 과거 정권과 비교할 때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지만, 비정규직·일용직·임시직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기에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지점에 이르렀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인상, 계절적 요소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떤 대책이 있을 수 있겠나. 

“개인적으로 외국인 노동자 채용을 내국인 채용으로 전환하는 노동시장 구조조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내 외국인 노동자가 120만 명가량 된다. 건설은 중국인, 이삿짐은 몽골인이 꽉 잡고 있고 텃세까지 있다고 한다. 120만 개 일자리 중 40만 개만 내국인에게로 돌린다면 자영업 과포화 문제가 해소되고, 내수도 진작될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는 급여의 70%를 고향에 송금하는데, 그 액수가 연간 20조 원이라고 한다. 공장지역 환경을 정비하고, 정부가 인센티브를 주면 내국인 채용을 유도할 수 있으리라 본다. 외국인 노동자의 월급이 170만~280만 원 수준이다. 부부가 함께 영세한 식당을 운영하는 것보다 벌이가 더 좋을 수 있다.”


“국회의원 소임은 법으로 완성된다”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왼쪽)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8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법 전면개정 당정협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왼쪽)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8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법 전면개정 당정협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민 위원장은 “은산분리 완화 다음으로는 규제혁신 5법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5법은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 △금융혁신지원특별법안 △산업융합촉진법안 △정보통신융합특별법안 △지역특구 등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으로, 행정규제를 ‘원칙은 규제지만 예외는 허용하는’ 포지티브 방식에서 ‘원칙은 허용하지만 예외는 규제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과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그는 “이 두 가지는 혁신성장을 독려하는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발전이 더딜 때는 ‘이거만 하면 된다’고 해도 됐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술발전과 혁신이 어느 방향으로, 어느 속도로 이뤄질지 모른다. 포지티브 규제로는 항상 걸림돌이 생겨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한다. 이번에 반드시 네거티브 규제로 바꿔야 한다. 모래를 깔아 아이들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놀 수 있게 하는 것과 같이, 기업이 규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 또한 굉장히 중요하다.” 

8월 임시국회에서 은산분리 완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나. 

“법안이라는 게, 다 될 것 같다가도 사소한 것에 걸려 더는 진행되지 못하기도 한다. 입법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매주 1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자고 정무위 소속 의원들에게 제안했다. 

“정무위에 총 1000여 개 법안이 발의돼 300여 개가 처리됐고, 700여 개가 계류돼 있다. 이걸 다 검토하려면 매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야 한다. 일부 의원은 적극 찬성하고, 또 일부 의원은 그럴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한다. 그런데 의원이 법을 안 만들면 뭘 하나. 대정부질문을 하는 것을 의원의 역할로 여기는데, 결국 의원의 소임은 법으로 완성된다.” 




주간동아 2018.08.29 1153호 (p40~43)

  •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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