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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블루칼라가 국회의원 될 수 있어야”

사회적 약자 대변하는 의원 뽑히도록 선거제 개편해야 정치 발전도 가능

“블루칼라가 국회의원 될 수 있어야”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 내세웠던 집권 정당의 슬로건이다. 8월 5일 민주평화당 대표로 선출된 정동영 대표는 중산층과 서민을 좀 더 구체화했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농민, 비정규직을 위한 정당.’ 

정 대표는 “사회경제적 약자가 자신들의 이해와 요구가 걸린 사안의 입법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의회 진출의 길을 열어주는 선거제도 개혁이야말로 진정한 정치개혁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8월 8일 저녁 서울 여의도에서 정 대표를 만났다. 

당대표 일성으로 선거개혁에 올인하겠다고 했다. 왜 선거개혁인가


“민주주의는 제도로 완성된다. 제도를 바꿔야 세상이 바뀌고 삶도 달라진다. 30년 전 온 국민이 일어나 대통령 직선제로 제도를 바꿨다. 대통령 뽑는 제도를 바꾸고 나니 전두환, 박정희 (장기집권) 체제가 청산됐다. 국민이 선거로 권력을 바꾸는 민주주의가 제도로서 정착된 것이다. 이제는 국회의원 뽑는 제도를 혁파하자는 얘기다. 그것이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양당제로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

선거제도 개혁과 먹고사는 문제가 무슨 관련이 있나. 

“폭염과 가뭄으로 고추, 무, 배추를 키우는 농민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그런 농민의 아픔을 똑같이 느끼는 국회의원이 얼마나 될까. 농사 문제, 농촌 문제를 국회에서 가장 적확하게 대변하려면 그 문제를 가장 잘 아는 농민이 입법자가 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우리 국민 가운데 5%가 농민이라면 5%의 농사짓는 입법자가 나와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 주유소와 요식업 등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71개 단체가 8월 26일 서울 광화문에서 총궐기대회를 연다고 한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630만 명이 한 표씩 찍으면 630만 표다. 그 표만큼 입법자가 나와 40~50명의 소상공인 자영업자 출신 국회의원이 있다면 광화문에서 총궐기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현 선거제도로는 가능하지 않다. 1948년 제헌국회 이래 70년째 계속돼온 승자독식의 선거구제는 양당제를 뒷받침해왔다. 그 결과 양극화와 불평등만 점점 심화됐다. 거대 양당은 10%의 기득권은 보호하지만, 90% 국민의 목소리는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정 대표는 칠레, 멕시코, 터키, 한국, 미국을 예로 들며 “이들 거대 양당제 국가의 공통점은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이라며 “모든 사람을 대변한다는 것은 아무도 대변하지 않는 것과 같은 얘기”라고 말했다. 

“정치개혁의 핵심은 국회의원 선출 제도를 바꿔 농민, 여성, 청년, 소상공인이 제몫만큼 의회에 진출할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사회경제적 약자가 자신들을 대변하는 입법자를 갖게 된다면 돈과 권력을 나누는 정치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선거제도 개혁은 필수다.” 

정 대표는 한-유럽연합(EU) 의원외교협의회 대표단장으로 3월 덴마크 의회를 방문했던 일화를 전했다. 

“덴마크 고용노동위원회 관계자를 만났더니 위원장은 금속노동자 출신, 부위원장은 목수, 위원은 조선소 노동자와 간호사 출신이더라. 150명 국회의원 가운데 30명이 블루칼라였다고 한다. 500만 국민의 대표자가 대의기구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300명 국회의원 가운데 용접공 출신 1명 빼고는 모두가 박사, 교수, 판검사 출신 엘리트 아닌가. 한국에서는 블루칼라 출신이 아니라 엘리트 출신 의원들이 근로 조건과 임금을 결정한다고 했더니 ‘기이하다’고 하더라.” 

선거 때 국민에게 선택지를 제공하는 정당이 공천 때 농민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사회경제적 약자를 좀 더 배려하는 것이 더 빠른 해결책 아닐까. 

“현 소선거구제로는 농민 후보가 전라도에서 민주평화당,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기기 힘들고, 경상도에서 소상공인 후보가 나와도 당선하기 어렵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지금 선거제도로는 1등 후보만 당선하고 2, 3, 4등 후보에게 투표한 표는 모두 사표(死票)가 되고 만다. 그 비율이 52%에 이른다. 48% 유권자는 자신들이 투표한 사람이 입법자가 됐지만 52% 유권자는 자신들의 대표를 국회에 보내지 못한 것이다. 현행 선거제도는 이처럼 절반의 표심만 반영되는 구조다.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지금까지 사장돼온 52% 표의 권리를 최대한 확장해 보장하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의 유효 득표수만큼 의석수를 배분하는 것을 목표로 한 제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서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의 중재안을 제시한 바 있다. 총 정원 300명을 늘리지 않는 범위에서 득표수대로 의석수를 배분하려면 비례대표가 100석은 돼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지역구 국회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점에서 이 안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면 의석수 확대가 불가피한데…. 

“현재 47석의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늘리면 353명으로 국회의원 정수가 53석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국회 예산을 동결한다면 의원수가 느는 데 따른 거부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똑같은 돈을 들여 더 많은 머슴을 쓰는 효과가 있는 것 아닌가.” 

정 대표는 “지난 지방선거 때 대전시 선거 결과는 현행 소선거구제가 어떻게 민의를 왜곡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예를 들었다. 

대전시는 이번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에서 당선한 시장과 5명의 구청장이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그뿐 아니라 대전시의회 22명 의원 가운데 21명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와 당선했다. 자유한국당 후보들이 득표한 비율은 30% 가까이 됐지만 비례대표로 시의원 한 석 건지는 데 그쳤다. 현 선거제도로는 민의가 100%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대전의 지방선거 결과가 잘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정 대표는 “지방선거 결과를 총선 때 대입해보면 자유한국당은 대구·경북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지역에서 전멸할 수밖에 없는 엄중한 현실 앞에 놓여 있다”며 “선거제도 개혁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가 자유한국당을 책임지는 지금이야말로 선거제도를 바꿀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표심 왜곡하는 현행 선거제도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선거제도 개혁이 탄력을 받으려면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나서야 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민주당 입장에서는 현 선거지형이 총선 때까지 유지된다면 굳이 선거제도를 바꿀 필요를 못 느낄 것 같다. 

“그래서는 역사를 바꿀 수 없다.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이 전화를 주셨을 때 선거제도 개혁에 힘을 실어달라고 부탁드렸다.” 

청와대와 여당은 야당과 협치를 추진하고 있다. 응할 것인가. 

“선거제도에 합의하면 어떤 형식의 협치에도 합의할 용의가 있다. 그런데 대전제는 선거제도 개혁이다. 선거제도 개혁에 나서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여당이 세상을 바꿀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촛불혁명이 만들어준 정부 아닌가. 그러니 국민에게 보답해야 한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길은 정치판을 바꾸는 것이고, 그 해법은 선거제도 개혁에 있다.” 

문 대통령과 통화할 때 협치 내각 구성에 대한 얘기가 있었나. 

“남북 문제 잘되게 도와달라고 해서 ‘그러겠다’고 답했고, 내가 ‘선거제도 개편에 대통령께서 힘을 실어달라’고 부탁드렸다.” 

개성공단을 방문하나. 

“방문 의사는 밝혔고, (통일부에서) 검토하기로 했다.”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를 두고 한국과 미국 정부의 입장 차가 드러나고 있다. 

“개성공단을 처음 만들 때도 지금과 상황이 비슷했다. 미국은 속도조절론을 내세워 핵 문제가 해결된 뒤 공단을 만드는 게 좋겠다고 했고, 정부도 소극적이었다. 나는 북한 핵 문제 해결에서 우리가 제 역할을 하려면 남북관계가 열려 있어야 한다고 봤다. 남북관계가 막혀 있으면 우리의 역할도 없다. 적극적으로 정부 내부를 설득하고 (통일부 장관 취임) 한 달 반 만에 미국으로 날아가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을 만나 (개성공단 조성 문제를) 설득했다.” 

그때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 전 아닌가. 

“국면은 비슷하다. 우리가 지금 바라는 것은 북한으로부터 비핵화 시간표를 받는 것 아닌가. 북을 설득하려면 남북관계를 공세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에 우리의 말발이 선다. 남북관계가 미적지근하면 역할도 미지근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제 역할을 하려면 먼저 개성공단을 재개해야 한다? 

“북한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를 공세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 북은 개성공단과 관련해 적극적이다. 우리가 맞장구치는 게 옳다. 북한 처지에서 보면 남한이 너무 미국 눈치만 본다고 하지 않겠나. (개성공단) 재가동이 문제지, (재가동) 준비는 할 수 있다. 기업인들이 공장 설비를 둘러보는 것은 재산권에 관한 부분이다. 또 남북관계 개선은 남과 북의 문제로 우리의 주권 사항이다. 다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틀 속에 있는 만큼 예외로 인정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예외로 인정받아 잘 치르지 않았나.” 

종전선언을 놓고 북·미 간 비핵화 논의가 답보 상태에 빠졌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는데, 악마는 실무협상을 따라다닌다. 남북, 북·미 정상 간 얘기가 잘됐지만, 실무회담에서 삐걱대고 있다. 결국 3차 남북,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조기에 개최하는 것이 해법이다. 이번 달 안에라도 남북정상이 먼저 만날 필요가 있다.” 

정 대표는 현재 남북관계와 북한 비핵화 문제가 ‘실속(失速)’ 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100km로 달리다 현재 30~40km로 떨어졌다는 것. 다시 비핵화 속도를 올리려면 남북정상회담을 조속히 개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비핵화 진정성에 회의적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비핵화 시간표를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체제보장을 원하는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 서로 불신이 있다.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거리가 머니, 다리 하나를 놓자는 게 종전선언인데 거기서 사달이 났다.” 

종전선언을 둘러싸고 교착상태에 놓인 비핵화 논의를 진전시키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남북, 한중, 한일 등 전방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특히 대북제재 완화 카드로 북한이 비핵화 시간표를 내놓게 할 수 있는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야당 대표라기보다 여당 대표와 인터뷰하는 느낌이 들 만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정책과 비핵화 해법이 유사한 것 같다. 민주평화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어떤 차이가 있나. 

“우리 당은 다당제 합의 민주주의를 지향한다. 민주평화당이 살아나야 다당제가 유지된다. 민주평화당이 없어지거나 통합되면 거대 양당제로 복원하고 만다.” 

정 대표는 재킷 주머니에서 소책자 한 권을 꺼내 보여줬다. 민주평화당의 강령집이었다. 

“우리 당 강령 제1조가 다당제 합의 민주주의로 가자는 것이다.” 

앞으로 더불어민주당과 통합하거나 합당할 가능성은 없나. 

“통합보다 다당제 민주주의로 가는 게 맞다. 그게 국민에게 이익이다.”


올드보이? 생각의 나이가 중요!

어떤 점에서 그런가. 

“합의 민주주의가 정착되면 국민을 위한 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해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 다당제가 되면 정당끼리 연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만큼 갈등이 줄어든다. 독일, 덴마크, 스웨덴이 잘 보여주고 있다. 결국 정치개혁의 핵심이자 요체는 선거구제 개편이다.” 

정 대표와의 인터뷰는 기승전 ‘선거제도 개혁’으로 돌아왔다. 

“선거제도가 말이라면 개헌은 마차와 같다. 말이 앞서나가면 개헌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제도 개혁이 1차 과제다. 민주평화당이 작은 정당이지만 선거제도 개혁을 촉진하고 견인해 선거제도 개혁의 엔진 구실을 하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해찬 의원이 당권에 도전하고, 바른미래당에서는 손학규 전 고문이 당대표 후보로 나섰다. 정 대표 등장 후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3명의 대선후보가 정치 전면에 나서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올드보이들의 귀환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생각의 나이가 중요하다. 나는 정치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쇄신파로 활동해왔다. 개혁을 부르짖고, 지금도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정치하고 있다. 이해찬, 손학규의 등장은 중대한 선거제도 개혁과 개헌 국면에서 경험, 중량감, 역량이 있는 지도자급 인사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 경험과 역량이 있으니 선거제도 개혁 등 정치를 바꾸는 데 함께할 수 있으리라 본다.”




주간동아 2018.08.15 1151호 (p44~47)

  •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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