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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자연이 준 기적의 물, 식초

“미국 나파 밸리 같은 흑초 성지 만드는 것이 꿈”

인터뷰 | 최진섭 비니거파크 대표

“미국 나파 밸리 같은 흑초 성지 만드는 것이 꿈”

최진섭 비니거파크 대표는 건강 욕구가 커지는 100세 시대를 맞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건강식품 사업 아이템을 찾던 중 2014년 일본 가고시마현의 명물인 흑초를 접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조영철 기자]

최진섭 비니거파크 대표는 건강 욕구가 커지는 100세 시대를 맞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건강식품 사업 아이템을 찾던 중 2014년 일본 가고시마현의 명물인 흑초를 접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조영철 기자]

일본 가고시마현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흑초 마을이 있다. 일명 ‘장수 마을’로도 알려진 후쿠야마는 200년 전부터 내려온 전통방식으로 현미발효식초인 흑초를 생산해낸다. 검은 식초라는 뜻의 흑초라는 명칭도 가고시마에서 생겨났다. 이곳 명물은 노지에 놓인 수천 개의 항아리다. 위도상 제주보다 아래에 자리한 가고시마는 1년 내내 온화한 기후를 유지해 노지 발효가 가능하다. 덕분에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맛과 향, 성분의 흑초가 생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흑초 생산지가 없을까. 서울에서 KTX를 타고 1시간 반 남짓 달려 도착한 광주에서 또다시 차를 타고 1시간 이동해 도착한 전남 보성군 득량면 기남마을은 여느 시골 마을처럼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겼다. 오봉산 오솔길로 접어드니 메타세쿼이아와 단풍나무로 이어진 산책로가 나타났다. 산책로 왼편으로는 23만1400㎡ 규모의 저수지가 바람결에 찰랑거리고, 그 주변을 편백나무 10만 그루가 겹겹이 둘러싸고 있어 감탄을 자아냈다. 

산책로가 끝날 무렵 눈앞에 장관이 펼쳐졌다. 오봉산 아래 드넓은 잔디밭에 빼곡하게 자리한 1500여 개 항아리가 마치 영화 세트장을 방불케 했다. 이곳에서 188만4300㎡ 규모의 비니거파크를 운영하는 최진섭 비니거파크 대표는 “흑초 사업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이룬 성과”라며 마치 자식을 소개하듯 뿌듯하게 말했다.


일본 흑초와 견줄 만한 보성 흑초

보성에서 흑초 사업을 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평소 건강식품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발효식초가 건강에 좋다는 걸 알게 됐죠.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제품 가운데 가고시마 흑초가 가장 좋다고 하기에 꼭 한번 가서 봐야겠다 싶더라고요. 2014년 두 차례 가고시마에 갔는데 바닷가를 끼고 있고, 상당히 온화한 기후더라고요. 노지에 항아리를 놓고 흑초를 발효시키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 남단인 보성에서도 한번 해볼 만한 사업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30년 전 매입한 보성 땅에서 어떤 사업을 할까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가고시마 흑초를 뛰어넘을 우리 고유의 흑초를 만들어보겠다는 일념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발효식초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었는데 어떻게 노하우를 터득했나요. 

“처음에는 온라인 정보를 취합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죠. 우리나라 발효식초 명인이라는 명인은 죄다 찾아다녔어요. 직접 현장에 가서 어떻게 발효식초를 만드는지 정보를 구하고 전국의 식초 명인을 찾아가 인터뷰도 많이 했습니다. 결정적으로 한상준 한국전통식초협회 회장 겸 초산정 대표가 오픈 마인드로 노하우 전수를 해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저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어딜 가든 존경한다고 말할 정도로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죠.(웃음)” 

발효를 직접 할 때 시행착오는 없었나요. 

“노지에 항아리를 놓고 발효시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좋은 누룩이 좋은 술을 만들고, 좋은 술이 좋은 식초를 만들거든요. 이 과정에서 어느 한 곳이 틀어지면 좋은 식초가 탄생하기 힘들어요. 한번은 누룩을 증숙(蒸熟)해 항아리에 옮겨 담으려고 준비를 다 해놨는데 비가 오는 거예요. 하루 정도는 괜찮지만 비가 며칠 동안 내리면 재료를 죄다 버리고 다시 준비를 해야 해요. 노지에서 발효시킨다고 하면 별로 손이 안 갈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말 좋은 발효식초를 만들려면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실내 발효보다 공이 더 많이 들어갑니다.” 

너무 더워도, 너무 추워도 발효가 잘되지 않겠네요. 

“그래서 1년에 딱 한 차례 5~7월에만 흑초를 생산하고 있어요. 현미를 누룩으로 빚어 술로 만드는 1차 발효, 즉 알코올 발효는 평균 25도를 유지해야 해요. 보성은 5월 최저기온이 섭씨 17도, 최고기온이 29도로 평균 25도가 유지되기 때문에 5월 초부터 1차 발효를 시작하죠. 보름 동안 발효를 통해 술이 만들어지면 2차 발효, 즉 초산 발효에 들어가요. 이때는 평균 32도가 유지돼야 하는데 6~7월 최저기온 20도, 최고기온 35도로 최적의 기온이 형성돼요. 이때 바람과 기온, 태양에너지가 함께 어우러져 7월 중순 무렵이 되면 최상의 흑초가 나오게 됩니다. 발효가 끝난 흑초는 옹기에 담아 입구를 비닐로 꽁꽁 싸매 밀봉한 뒤 1년여의 숙성기간을 거쳐 시중에 판매되는데 오래 숙성시킬수록 깊은 맛이 납니다.”


최상의 재료로 발현된 자부심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비니거파크에서 생산하는 흑초는 딱 두 가지다. 오로지 현미로만 발효한 ‘비니거파크 현미흑초’와 알코올 발효 과정에서 누룩에 미량의 보성 녹차가루를 첨가한 ‘비니거파크 녹차흑초’다. 제품군이 다양하지 않아도 경쟁력이 있다고 본 것. 최 대표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흑초 가운데 품질 면에서 단연코 비니거파크 제품이 가장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비니거파크 흑초만의 특장점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재료가 좋습니다. 기획 단계부터 우리 고장, 보성 농산물을 쓰려고 했어요. 인근 현미 재배 농가를 찾아다녔고 그 가운데 유기농 현미를 재배하는 벌교 근처의 농가를 발견해 지금까지 계약재배를 하고 있죠. 또 식초는 어떤 물을 쓰느냐가 아주 중요한데 저희는 천연암반수를 사용해요. 과거 1970년대까지 우리나라는 구들장 문화였잖아요. 오봉산 자락에 평석이 상당량 묻혀 있는데, 옛날에는 사람들이 우마차로 평석을 싣고 내려온 뒤 득량역을 통해 전국으로 판매했다고 해요. 그 평석이 맥반석인데 여기에서 정화된 지하 80m 천연암반수를 씁니다. 지금도 마을 주민들이 와서 떠 갈 정도니 얼마나 좋은지 아시겠죠. 마지막으로 저희 흑초의 특장점은 무형문화재 이학수 옹기장이 만든 미력옹기를 쓴다는 거예요. 항아리는 두께가 얇을수록 숨을 잘 쉬는 옹기라 해서 최고로 치는데 이학수 장인의 항아리는 일반 옹기에 비해 매우 얇아요. 아무나 만들 수 없는 용기를 사용하니 우수한 흑초가 나올 수밖에 없죠.” 

재료도 좋지만 환경적 영향력도 무시 못 할 것 같은데요. 저수지가 옆에 자리해 좋은 점이 있나요. 

“물론이죠. 공기 속 비타민이라고 하는 음이온이 저수지에서 뿜어져 나와요. 거기에 편백나무 10만 그루가 저수지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 피톤치드도 함께 섞여 최고의 공기가 형성되죠. 가만히 숨을 쉬어보면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어요. 가족이 서울에 살고 있어 일주일에 사나흘은 서울에 가는데 하루만 이곳에서 쉬어도 건강이 좋아지는 기분이 들 정도예요.” 

품질을 입증할 수 있는 지표가 있나요. 

“지난해 서울발효식문화전에서 진행된 발효식초전국품평회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2016년에는 제23회 광주세계김치축제 발효음식 전시콘테스트에서도 대상을 받았어요. 특히 지난해 받은 상은 전국의 내로라하는 발효식초 명가에서 출품한 제품들을 심사위원 20명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결정한 것으로 가치가 더욱 높았죠. 또 저희가 지난해 한국식품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게 있어요. 가고시마의 한 기업 제품과 비교했는데 필수아미노산 7종 가운데 리신, 히스티딘, 류신, 발린, 이소류신 등 5종은 100g당 함량이 5~30mg가량 많았어요. 이외 2종도 우세한 수치를 나타냈고요. 일본 흑초와 비교해도 자신 있다고 한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지역사회와 상생, 흑초 사업에 보람 느껴

전남 보성에 위치한 비니거파크는 오봉산 자락 아래 저수지를 앞에 둔 대지에 무형문화재 이학수 옹기장이 만든 1500개 항아리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어 절경을 이룬다. 사진은 지난겨울 눈이 내린 뒤 촬영한 모습. [사진 제공·최진섭]

전남 보성에 위치한 비니거파크는 오봉산 자락 아래 저수지를 앞에 둔 대지에 무형문화재 이학수 옹기장이 만든 1500개 항아리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어 절경을 이룬다. 사진은 지난겨울 눈이 내린 뒤 촬영한 모습. [사진 제공·최진섭]

발효식초 사업을 하는 사람은 본인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건강식품을 찾다 빠져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최 대표는 경우가 달랐다. 보유하고 있던 땅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사업 아이템이면서 보성 지역주민들과 상생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흑초를 선택했다. 

흑초 사업을 통해 개인적으로 효과를 보기도 했나요. 

“물론이죠. 15㎖씩 하루 두 번, 총 30㎖를 물에 타서 꾸준히 마셔요. 운동을 병행하지 않아도 다이어트 효과가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식초는 한의학에서 간 기능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하잖아요. 친구들과 술 한잔하는 자리에서 흑초를 타 마시니 덜 취하고, 다음 날 숙취도 덜해요. 지인들도 좋아졌다고 하고요. 대학 동창 가운데 당뇨가 심한 친구가 있었는데 흑초를 약이라 생각하고 3개월간 꾸준히 마셨더니 당뇨 수치가 굉장히 좋아졌다고 하더라고요. 분당에 사는 한 주부는 우리 식초를 선물 받아서 남편과 함께 마셨다고 해요. 남편이 아토피가 있었는데 흑초를 마시고 아토피가 줄어 10병씩 세 차례나 재구매하며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흑초 사업을 하는 데 어려웠던 점은 없나요. 

“노지에서 하다 보니 힘이 들었죠. 또 일 년에 한 번밖에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값이 비싼 것도 약간 고민스럽기는 했어요. 질적으로도, 생산 환경 면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로 갈 수밖에 없어 450㎖ 1병당 3만2000원씩 판매하기로 했는데 결과적으로 반응이 더 좋아서 만족하고 있어요.” 

흑초 사업을 하며 가장 보람된 때는 언제인가요. 

“자부심을 가지고 건강식품인 발효흑초를 만들면서 가족뿐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 마시고 판매하며 좋은 반응을 얻을 때 일하는 재미를 느껴요. 특히 비니거파크 대지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큰데 아침에 출근할 때부터 한 바퀴 둘러보면 참 기분이 좋아요. 제가 느끼는 이러한 감정을 이곳을 방문할 관광객과 함께 나누길 희망하고 있어요.” 

질 좋은 흑초를 생산하는 데 성공한 최진섭 대표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흑초 판매에 그치지 않고 보성을 찾는 관광객들이 쉬어갈 수 있는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이 장기 목표다. 1년에 보성 녹차밭을 찾는 관광객 250만 명 가운데 3분의 1인 70만 명이 비니거파크에 들렀다 가도록 하는 구체적인 계획안도 세웠다.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가 풍부한 흑초 마을이 전남 보성에 세워질 날이 머지않았다.


흑초 한 잔 마시며 쉬어가는 테마파크 구상 중”

하늘에서 찍은 비니거파크 모습. 저수지가 마치 자궁 형태를 띠고 그 주변을 오봉산이 감싸고 있어 풍수지리학적으로도 명당이라는 게 최진섭 대표의 설명이다. [사진 제공·최진섭]

하늘에서 찍은 비니거파크 모습. 저수지가 마치 자궁 형태를 띠고 그 주변을 오봉산이 감싸고 있어 풍수지리학적으로도 명당이라는 게 최진섭 대표의 설명이다. [사진 제공·최진섭]

풍수지리학적으로도 빼어난 입지라는 평가를 받았다고요. 

“한번은 풍수를 보시는 분이 근처에 오셨다기에 이쪽으로 모셔와 저희 대지도 좀 봐달라고 했어요. 그분이 산책로에 들어서면서 ‘입구에서부터 편안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사람이 가장 편안한 때가 언제냐’고 묻더니 ‘바로 어머니 배 속, 자궁에 있을 때 가장 편하다’며 저희 대지가 자궁 형세를 닮았다고 했어요. 실제로 항공 촬영을 해보니 저수지가 자궁과 같고 그 주변을 오봉산이 둘러싼 형태여서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죠.” 

관광객을 유치하기에는 아직 편의시설이 부족하지 않나요. 

“아직까지는 그렇죠. 현재 차근차근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요. 지난해 6월 군에서 오봉산 관광개발 계획안을 짜는 데 저희도 참여했어요. 이곳에서 직선으로 2.5km 거리에 득량만이 있어 전반적으로 개발될 예정이고, 또 오봉산 권역에 전국에서 가장 긴 구름다리가 설치될 거예요. 또 저희 대지 내 저수지 주변에 데크를 설치해 한 바퀴 걸을 수 있는 둘레길도 조성될 겁니다. 산과 바다, 호수가 어우러진 천혜환경이라 산림청에서 나온 직원들도 이런 곳은 드물다고 하더라고요. 서울에서 좀 멀긴 하지만 입소문이 나면 이곳까지 올 사람이 적잖을 것 같아요.” 

생각하는 롤모델이 있나요. 

“제주에 가면 반드시 들르는 곳이 바로 녹차밭과 뮤지엄이 결합된 ‘오설록 티 뮤지엄’이에요. 그곳처럼 드넓은 녹차밭에서 사진 찍고 향을 맡으며 녹차 잎을 따기도 하고, 건너편 티 뮤지엄에서 차와 디저트를 즐기며 쉬어가는 관광지로 만들고 싶어요. 또 미국 샌프란시스코 나파 밸리도 여러 와이너리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잖아요. 포도 품종도 살펴보고, 와인 시음도 하는 관광지 역시 저희의 롤모델이죠. 일본에서는 가고시마현의 ‘마루시게’라는 200년 전통의 흑초 기업이 흑초의 지리적표시 1호인 걸로 알고 있어요. 저희도 우리나라에서 흑초의 지리적표시 1호로 ‘비니거파크’가 선정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주간동아 2018.06.13 1142호 (p30~33)

  •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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