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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수 어깨에 걸린 KBO 구단의 운명

한화 외국인 선수 3명 연봉이 kt 선수 연봉 총액보다 높아

  •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donga.com

    입력2017-03-13 16: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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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을 넘어섰다.” “자유계약선수(FA) 인플레이션을 주도했던 한화 이글스가 이제 외국인 선수 시장에 불을 질렀다.” “외국인 선수 3명이 몇몇 구단 국내 선수 연봉 총액을 뛰어넘는다.”

    카를로스 비야누에바(34)가 한화 이글스와 계약한 직후 다른 9개 구단에서 쏟아낸 격앙된 반응이다. 한화가 외국인 투수에게 너무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KBO 구단도 외국인 투수 영입에 거액을 아끼지 않는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외국인 투수 영입이 리그 상위권 진입의 지름길이기 때문. 그러나 일각에서는 과열된 외국인 선수 영입 경쟁이 리그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외국인 에이스 성적=팀 성적

    비야누에바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거물 투수다. 빅리그 통산 476경기에 등판했고 이 중 76경기를 선발로 던졌다. 통산 성적은 998.2이닝에 51승55패11세이브, 방어율 4.27이다. 비야누에바는 2016년에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불펜투수로 51경기에 등판해 74이닝을 던졌다.

    한화는 비야누에바와 총액 150만 달러(약 17억2000만 원)에 계약했다. 지난해 샌디에이고에서 받은 연봉과 같은 액수다. 한화는 앞서 지난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200만 달러 연봉을 받던 알렉시 오간도(34)를 180만 달러(약 21억 원)에 영입했다. 오간도 역시 국내 스카우트 사이에서 넘보기 힘든 거물급으로 통했지만 한화가 제시한 계약서에 서명했다. 오간도는 2011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13승8패, 방어율 3.51을 기록할 정도로 정상급 선발투수로 활약한 바 있다. 한화는 지난해 좋은 활약을 보여준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28)와도 15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한화가 3명의 외국인 선수에게 지출한 연봉은 총 480만 달러(약 55억2000만 원)다. 신인선수와 FA 계약금을 제외한 kt 위즈의 2017시즌 국내 선수 연봉 총액이 약 39억 원인 것과 비교할 때 16억 원이나 많다. 넥센 히어로즈의 국내 선수 연봉 총액(약 53억 원) 역시 한화 외국인 선수 3명의 연봉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1위에 오른 두산 베어스도 국내 선수 연봉 총액이 약 70억 원이다.  

    게다가 한화 외국인 선수 3명의 연봉은 총액이 아닌 보장 액수다.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는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한 메이저리그 전문 에이전트는 “오간도가 받은 가장 높은 연봉은 2014년 텍사스에서 262만 달러(약 31억 원)였다. 한때 메이저리그에서 정상을 밟았던 선수가 명예회복을 포기하고 한국에 왔다는 것은 엄청난 금전적 보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센티브 액수에 대해서는 추정이 엇갈리지만 100만 달러(약 11억 원) 안팎도 거론되고 있다.



    상한 없는 외국인 선수 연봉, 리그 균형 깰 수도

    한화뿐 아니라 KBO 각 구단은 외국인 선수, 특히 선발투수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류중일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외국인 투수가 전체 선발투수 5명 중 2명이다. 모두 1·2선발급이기 때문에 선발진 전력에서 비중이 50% 이상이다. 의존도가 너무 높다. 그래서 외국인 선발투수 성적이 팀 순위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 구단 단장은 “외국인 선수와 에이전트가 국내 FA시장 동향을 잘 알고 있다. 최정상급 국내 선수가 4년 80억 원에 계약했다고 하면 자기들도 1년 200만 달러(약 23억 원)를 달라는 식이다. 구단 처지에서는 장기 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솔깃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 연봉은 FA와 달리 10개월 만에 모두 지급된다. 장기 투자가 아닌, 즉시 효과를 위한 예산이다. 올 시즌 역시 상위권에 도전하는 팀들이 외국인 선수 영입에 거액을 내놓았다. 두산은 KBO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6)에게 210만 달러(약 24억 원) 등 외국인 전력에 388만 달러(약 45억 원)를 지불했다. 우승을 노리는 NC 다이노스도 380만 달러(약 44억 원)를 투자했다. 최형우(34)에게 100억 원을 안기며 정상권 재도전을 선언한 KIA 타이거즈는 외국인 선수 3명에게 평균 100만 달러 이상 총 345만 달러(약 40억 원)를 투자했다. FA시장에서 큰손이던 LG 트윈스 역시 330만 달러를 썼다.

    반면 하위권으로 전망되는 kt는 외국인 선수 영입에 243만 달러(약 28억 원)만 지불했다. kt는 FA시장에서 철수한 뒤 특급 외국인 선수 영입에 전력을 쏟았지만 워낙 정상급 선수의 몸값이 치솟아 협상에 실패했다. FA시장에서 이대호(35)와 4년 150억 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은 롯데 자이언츠는 외국인 선수에게 202만5000달러(약 24억 원)를 썼다. kt보다도 적은 액수다.  

    프로야구의 외국인 선수 연봉 폭등은 여러 부작용을 예고하고 있다. 프로야구는 다른 종목에 비해 외국인 선수 몸값이 지나치게 높다. 2017시즌 10개 구단 외국인 선수 30명의 연봉 총액은 3113만5000달러(약 357억7000만 원)다. 인당 평균 약 12억 원의 연봉을 받는 셈. 반면 프로농구는 1라운드 지명 외국인 선수는 21만 달러(약 2억4000만 원), 2라운드는 14만 달러(약 1억6000만 원)를 받는다. 프로배구는 외국인 선수의 연봉 총액이 30만 달러로 제한돼 있다. 프로축구도 100만 달러 이상을 받는 특급 선수가 손에 꼽을 정도다.

    프로야구 구단의 예산이 외국인 선수에게 집중되고 팀 순위 경쟁에 영향을 미친다면 전력 평준화를 위해 도입된 외국인 선수 제도가 오히려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 국내 구단이 성적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를 계속하면서 미국과 중남미 에이전트까지 더 높은 액수를 원하는 악순환도 반복된다. 메이저리그 구단 역시 보유 선수의 계약을 포기할 때 국내 팀에게 막대한 이적료에 세금 대납까지 요구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 제도 재도입, 일본 프로야구가 공을 들이는 육성형 외국인 선수 영입 제도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국인 선수 제도는 1982년 처음 도입됐고 2015시즌까지 연봉 상한 제도가 유지됐지만 각 구단이 이중계약 등 편법을 악용해 폐지됐다. 당시 상당수 구단 실무진은 “구단이 대부분 규정을 어기고 있지만 연봉 상한 제도는 외국인 선수와 협상에서 최대한 연봉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며 제도 폐지를 우려했다. KBO는 왜곡되고 있는 외국인 선수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쿠바야구협회와 육성형 선수 도입을 논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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