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7

2016.07.20

골프의 즐거움

꿈을 향한 도전… 전설을 쓴다

외발 골퍼 마누엘 드 로스 산토스

  • 남화영 골프칼럼니스트 nhy6294@gmail.com

    입력2016-07-19 14:2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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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발로 땅을 단단히 딛고도 잘 치기 어려운 골프. 그런데 오른쪽 한 발로만 샷을 하며 프로골퍼를 꿈꾸는 이가 있다. 야구선수 출신인 마누엘 드 로스 산토스(Manuel de Los Santos)가 그 주인공. 1984년 도미니카공화국에서 태어난 그는 17세까지만 해도 미국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로부터 첫 드래프트 대상자로 지명될 만큼 촉망받는 야구선수였다. 하지만 20세인 2003년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은 후 프랑스 파리로 이주했다.

    산산조각 날 뻔하던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은 2005년 우연히 접한 ‘베가 번스의 전설’이란 골프 영화였다. 영화는 끊임없이 “삶을 결정하는 건 몸보다 마음”이라고 강조한다. 영화 속에서 살아갈 목표와 방향을 상실한 골프선수 레널프 주너(맷 데이먼 분)에게 영혼의 캐디 베가 번스(윌 스미스 분)는 이렇게 말한다.

    “네가 치고자 하는 한 곳만 바라봐라. 처음엔 그곳뿐 아니라 주변 나무와 사람들이 보이겠지만 네가 진정으로 칠 곳을 정하고 그곳에만 집중한다면 네 앞에는 그 한 곳만 보일 것이다. 그럼 공을 쳐라. 공은 반드시 홀컵으로 들어갈 것이다.”  

    산토스는 영화 대사 한마디가 신의 계시라도 되는 듯 그다음 날 아침 8시부터 골프를 다시 시작했다. 오른발로만 균형을 잡은 뒤 공을 치려고 노력했다. 7번 아이언을 베이스볼 그립으로 잡고 시작했다. 이후 매일 아침 8시부터 밤 8시까지 하루 1000개 가까운 공을 미친 듯이 쳐댔다. 공이 클럽에 맞은 게 수백 번이라면 헛맞거나 균형을 잃고 넘어진 횟수 역시 그 정도였다. 균형이 무너질 때마다 넘어져 다치는 일이 다반사. 하지만 간혹 공이 제대로 맞아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이 무척 좋았다. 넘어지는 횟수는 점차 줄어드는 반면, 공이 제대로 맞는 경우는 늘어갔다. 산토스는 골프가 야구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실력도 점점 나아졌다. 4년간 연습한 끝에 그는 핸디캡 3의 골퍼가 됐다. 티샷, 어프로치샷, 퍼트까지 정확하게 소화하는 완벽한 골퍼가 된 것이다.   

    꿈은 점점 자라났다. 산토스는 유럽장애인골프협회(EDGA)가 주관하는 각종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2008년 스웨덴 말뫼에서 개최된 장애인 대회 스웨디시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했으며, 그해 프랑스 정규대회인 알리안츠골프투어 프로암에 초청되기도 했다. 한 발로 버틴 채 휘두르는 산토스의 스윙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비거리가 260야드(약 238m)까지 나온다. 걸어갈 때만 목발을 짚을 뿐 퍼트 스트로크까지 모든 샷을 한 발로만 한다.    



    2009년 10월에는 유러피언투어 알프레드던힐컵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세인트앤드루스에서 라운드를 하기도 했으며, 2010년에는 맥마누스 인비테이셔널 프로암에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만나 레슨을 받기도 했다. 그 밖에 각종 대회에 초청받아 출전했다. 산토스는 지난해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프로선수가 돼 유러피언투어나 미국 PGA투어에 정식 출전하고 싶다는 것. 실제 달성되기는 어렵겠지만 어린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주고자 큰 목표를 설정했다.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렇게 썼다.

    ‘주어진 환경이 나를 가르쳤다.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하라고 했다. 세상에는 우승 외에 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 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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