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3

2016.04.13

스포츠

메이저리그 돈줄로 급부상한 아시아

외국선수 출신국에 중계권&광고 판매…연봉 낮고 구매력 높은 한국 선수에 눈독

  •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lkh@naver.com

    입력2016-04-11 11: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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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저리그는 미국에서 ‘국민 취미(national pastime)’로 불린다. 미국인은 야구를 삶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며, 메이저리그 팀이 있는 연고 도시 시민의 자부심도 크다. 그러나 현재 메이저리그의 현실은 명성과 많이 다르다. 최고 인기 스포츠의 자리는 미국프로풋볼(NFL)에 뺏긴 지 오래다. 스포츠산업, 경제 측면에서는 더 많이 뒤처져 있다.

    NFL은 1970년대까지 흥행과 경제적 가치에서 메이저리그의 경쟁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모든 수익을 전 구단이 공평하게 나누고 선수들의 연봉 규모를 제한하는 샐러리캡을 도입하는 등 혁신적인 시도를 계속했다. 정규시즌에만 팀당 162경기를 치르는 메이저리그와 달리 플레이오프까지 팀당 단 20경기만 하면서도 놀라운 발전을 거듭했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최근 2년간 NFL이 1년 평균 110억9000만 달러(약 12조8000억 원) 매출을 올렸다고 집계했다. 반면 메이저리그의 수입은 약 10조9000억 원에 그쳤다. 경기당 매출로 생각하면 차이가 매우 크다. NFL 32개 팀의 총가치가 629억 달러(약 72조6000억 원)인 데 비해,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은 360억 달러(약 41조 원)에 불과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동안 메이저리그가 경쟁자로 여기지 않던 미국프로농구(NBA)가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을 펼치며 전체 팀 가치가 332억 달러(약 38조 원)를 기록해 턱밑까지 추격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NFL은 미국에만 존재하는 프로스포츠다. 그만큼 해외시장에 대한 관심이 적다. 2015년을 기준으로 할 때 리그 소속 선수의 96.5%가 미국 국적자다. 대부분 명문대 출신이며 최고 인기 포지션인 쿼터백은 주로 미국 주류 사회를 이끄는 백인이 맡는다. 반대로 NBA는 흑인 선수가 리그를 이끌고 있다. 농구가 매우 인기 있는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 성장 폭이 크다. 메이저리그는 그 사이에 있다. 중남미 출신 선수 비중이 약 29%. 그러나 멕시코를 제외하면 중남미시장에서 경제적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치로 경제효과 수조 원

    이런 상황에서 메이저리그가 눈을 돌린 곳이 동북아시아다. 한국, 일본, 대만은 미국 및 중남미와 함께 야구가 가장 인기 있는 나라들이다. 구매력도 매우 높다. 2014년 일본 야구선수 다나카 마사히로가 뉴욕 양키스와 계약하자 ‘닛칸스포츠’는 다나카가 미국과 일본 양국에서 약 3646억 원의 경제효과를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계약 발표 직후 일본에서 다나카의 경기를 보려고 초고화질 TV 판매가 일시적으로 급증했을 정도로 화제였다. 일본 야구 영웅 스즈키 이치로는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 수조 원대 경제효과를 일으킨 것으로 추산된다. 이치로는 시애틀, 뉴욕, 마이애미 등에서 뛰며 이적할 때마다 수십 명의 일본 취재진을 몰고 다녔고, 수많은 일본 기업 광고를 소속팀에 선물했다. ‘이치로 연봉의 상당액은 일본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최근 메이저리그의 시선은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 LA 다저스는 2013년 류현진을 영입해 큰 효과를 봤다. 다저스스타디움 외야에는 광고판이 8개뿐인데, 그해 LG전자와 현대자동차가 두 자리를 차지했다. 또 LA 다저스는 2013년 타임워너케이블과 지역 중계권료를 25년간 80억 달러(약 9조2000억 원)에 계약하기도 했다. 류현진 영입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지만 한인사회의 높은 시청률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메이저리그는 2013년 류현진을 시작으로 2015년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올해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등 한국 프로야구 출신 선수들을 연이어 영입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팀에서 프런트와 해외 스카우터를 지낸 대니얼 김 SPOTV 야구해설위원은 “한국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볼 때 매우 매력적이다. 갖고 있는 잠재력과 실력에 비해 비교적 적은 연봉으로 영입이 가능하다. 또 현지 교민을 대상으로 한 티켓 판매와 라이선스 용품 판매, 광고 효과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아직 일본에 비해 선수 연봉이 낮고 향후 더 큰 광고 및 TV 중계권 판매 등이 기대되기 때문에 한국 선수에 대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이 이어지는 셈이다.

    메이저리그 각 구단은 지역 단위 TV 중계권을 갖는다. 그러나 전국 단위 방송과 해외 TV 중계권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갖고 있으며, 해당 매출은 30개 구단이 공평하게 나눠 갖는다. 한국시장에 대한 중계권 판매액은 한국 출신 선수들의 성적에 따라 큰 폭으로 달라졌다. 1997년 박찬호 선수가 LA 다저스에서 맹활약을 펼치기 시작했을 때 30만 달러(약 3억4000만 원) 수준이던 중계권료는 98년 iTV가 경쟁에 뛰어들어 100만 달러(약 11억4000만 원)로 치솟았다. 2001년에는 MBC가 박찬호 경기 중계권을 사오는 데 8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김병현, 최희섭, 서재응 선수 등이 활약하던 2005년에는 1200만 달러까지 뛰었다. 그해 IB스포츠는 4년간 4800만 달러(약 550억5000만 원)에 장기 계약을 맺은 후 국내 방송사에 재판매했다.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한국 선수가 줄면서 액수는 크게 낮아졌다. 2012년 MBC는 3년간 400만 달러에 계약했는데 2013년 류현진이 맹활약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이에 2013년 서둘러 3년 연장 계약을 했고 올해 국내 선수가 대거 미국에 진출하자 MBC스포츠 플러스2라는 새로운 채널까지 개국해 메이저리그 중계에 통 큰 투자를 하고 있다.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

    한국 선수들이 뛰는 메이저리그 경기의 국내 중계 확대는 자연스럽게 해당 야구장의 한국 기업 광고로 이어진다. 이 또한 미국 팀들이 기대하는 부분이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크게 공을 들이는 ‘메이저리그 닷컴’을 통한 온라인 TV 중계는 매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데 특히 일본과 한국, 대만, 중국 시장에서 기대가 높다.

    메이저리그는 2017년 영국에서 정규리그 개최, 멕시코에서 신생팀 창단, 중국시장 진출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최근 중국, 홍콩 인터넷을 통해 메이저리그를 중계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아직 중국에서는 야구의 인기가 높지 않지만 한국과 일본 온라인시장에서 확인한 가능성에 주목한 행보다.

    메이저리그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많은 돈을 버는 프로리그가 되고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한 야구 국제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치른 3번의 대회를 통해 일본, 한국의 높은 시청률과 경제 매출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강정호와 류현진이 한국 프로야구 출신 선수들의 기량을 입증한 만큼 앞으로 더 많은 영입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슈퍼스타들의 해외 진출로 한국 프로야구는 흥행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과거 일본 사례처럼 선수들 역시 큰 실패를 맛볼 수 있다.

    시카고 컵스와 LA 다저스에서 뛰었고 메이저리그 최초 동양인 1루수로 역사에 기록된 최희섭은 “메이저리그는 철저한 비즈니스의 세계다. 선수들은 상품가치로 평가된다. 마이너리그에 수십, 수백 명의 유망주가 대기하고 있다. 꿈에 대한 도전은 박수를 받아야 하지만 신중한 선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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