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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주장 손흥민, 왼발 날개 권창훈, 최초 발탁 이강인·백승호

3월 국가대표팀 A매치 명단에서 눈여겨봐야 할 선수들

‘진짜’ 주장 손흥민, 왼발 날개 권창훈, 최초 발탁 이강인·백승호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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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공개석상에 섰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에서 허무하게 탈락한 이후 처음이다. 고국 포르투갈로 돌아가 재충전한 그는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팀을 구상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3월 A매치 명단 27명이다. 멀리 보면 2022 FIFA 카타르월드컵을 염두에 둔 명단이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3월 22일, 26일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스파링 상대는 실하다. 울산에서 볼리비아와 격돌하고, 서울에서 콜롬비아와 맞붙는다. 남미 강호와 싸울 기회를 또 얻었다. 눈여겨볼 대상은 3가지 정도. △큰 짐을 짊어지고 가야 할 인물 △드디어 돌아와 기대만발인 인물 △처음이라 매순간이 설렐 인물.


‘캡틴 손’의 홀로서기

손흥민 [동아DB]

손흥민 [동아DB]

‘진짜’ 손흥민 시대가 열렸다. 이미 주장직을 승계했지만 단순히 완장을 넘겨받은 것으로 완성되진 않는다. 기성용, 구자철이 한꺼번에 떠난 마당에 진정 홀로서기에 나서야 할 때. 주장은 1인분보다 훨씬 많은 것을 요구받는다. 단체 스포츠인 축구에서는 조직의 치부까지 끌어안는 특별한 힘이 필요하다. 

거창하게 ‘진짜’란 말까지 쓴 건 기댈 구석이 없기 때문이다. 손흥민 이름 옆에 캡틴의 약자 ‘C’가 붙기 시작했을 때 기성용이라는 버팀목이 있었다. 손흥민이 풍파에 허우적댈 때 옆에서 짐을 나눠 졌다. 더구나 기성용이 주장일 때는 구자철, 이청용 등 10대 후반부터 함께 올라온 또래들을 믿고 의지할 수 있었다. 손흥민도 1992년생 동갑내기 김진수, 이재성 등과 합심해야 한다. 연공서열이 강하게 깔린 사회 분위기나 대표팀 내 경력 등으로 봐도 이들이 힘을 보태줘야 한다. 

대표팀이 손흥민에게 바라는 희생의 정도는 더욱 커질 테다. 손흥민의 커리어는 대한민국 역대 최고다. 이것만으로도 후배들의 귀감이 된다. 하지만 이제는 위기를 헤쳐 나가는 리더 자질도 보여줘야 한다.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직전에 가졌던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평가전에서 3골이나 먹혔다. 월드컵에도 못 나간 팀이었다. 당시 손흥민이 크로스 실수를 범한 김민우에게 짜증을 내는 모습이 고스란히 중계 화면에 잡혔다. 이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경기 중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감정 표출’로 보는 것을 뛰어넘는 뭔가가 또 있었다. 토트넘 홋스퍼의 공격 옵션 가운데 하나인 손흥민이 아닌, 대한민국의 전부인 손흥민에게는 조금 다른 걸 기대한 이가 적잖았다. 부족한 동료들을 보듬으며 함께 나아가길 바랐다는 얘기다. 



이후 손흥민은 많은 일을 겪었다.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2연패의 지옥에서 FIFA 랭킹 1위 독일 격침이라는 천당으로 향했다. 또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는 와일드카드이자 주장으로서 어린 선수들과 함께 금메달을 따냈다. 그런 경험이 앞으로 한국 축구를 지휘할 힘이 됐으면 한다.


권창훈으로 다시 날아오르나

권창훈 [동아DB]

권창훈 [동아DB]

지난해 권창훈만 한 비운의 선수가 있었을까. 한 개인이 쓰러진 이후 대표팀 전체가 휘청거렸다. 신태용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이재성과 권창훈을 양옆에 둔 4-4-2 전형에 기대를 걸었는데, 월드컵 직전 권창훈 쪽 날갯죽지가 찢어졌다. 권창훈만 괜찮았다면 이른바 ‘트릭 논란’이 도마에 오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당시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궁지에 몰린 신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 중 변칙적인 선수 기용을 가리켜 “트릭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아무도 속이지 못한 경기 내용 탓에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권창훈의 진단 결과는 아킬레스건 파열. 의료진의 부축을 받아 절뚝거리며 나갈 때부터 불길했다. 아킬레스건 파열은 골절, 인대 파열과 더불어 축구계의 악명 높은 부상 가운데 하나다. 신체적 고통도 크지만, 완치까지 수개월이 걸리고 완치 후에도 기존 피지컬 능력을 100% 회복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정신적 고통에도 시달려야 한다. 하지만 권창훈은 소문대로 독했다. 외부 접촉을 차단한 채 땀만 흘렸다. “창훈이는 축구밖에 몰라요”라던 주변 증언처럼 다시 일어섰다. 

일단 돌아온 건 환영할 일. 다만 대표팀에 잘 녹아들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벤투 감독과 만남도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6개월간 외쳐온 ‘지배하는 축구’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모르나, 공 소유 중심의 경기를 원하는 현 체제에는 꽤 요긴한 자원이다.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으며, 기동력과 패싱력을 모두 갖췄다. 왼발잡이 옵션이 하나 더 늘어난다는 것도 팀에는 긍정적 요소다. 프랑스 무대로 진출하기 전 K리그에서 다년간 뛴 경험이 벤투호의 다양한 동료들과 어우러지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중원부터 새 술은 새 부대에

이강인, 백승호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동아DB]

이강인, 백승호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동아DB]

이번 명단에서 가장 뜨거웠던 포지션은 미드필더다. 공격형이든, 수비형이든 벤투 축구의 뼈대를 잡고 나아갈 핵심 위치다. 기성용과 구자철이 빠져나갔지만, 기존 정우영이 또다시 이름을 올렸다. 아시안컵 당시 몸이 좋지 않던 이재성이 회복됐고, 벤투 감독이 각별히 여기는 황인범이 버티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얼굴들이 도전장을 냈다. 

이번에 처음 발탁된 인물은 모두 미드필더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시즌 중 스페인 1군 무대에 데뷔한 이강인과 백승호가 기회를 얻었다. 이강인은 최전방 바로 아래와 측면을 겸했다. 백승호는 공격형과 수비형을 폭넓게 소화했다. 4-2-3-1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대표팀에서도 미드필더 자원으로 분류돼 임무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들의 경쟁력은 축구선수로서 스페인에서 자랐다는 데 있다. 한국 축구와 아예 단절된 건 아니었지만, 어릴 때부터 유럽의 것을 익혔다. 10년 가까이 머리로 이해하고 몸으로 체득한 저력이 남다르리라는 기대다. 대표팀 은퇴로 끝내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기성용 역시 “스페인에서 성장한 후배들과 한국 축구의 색깔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페인 축구는 세계를 주름잡았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꽤 긴 기간이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 스타일, 즉 짧은 패스를 수없이 주고받으며 상대를 무너뜨리는 방식을 스페인 대표팀에도 그대로 이식했다. 이를 통해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08, 2010 FIFA 남아공월드컵, 유로 2012 등 메이저대회를 연달아 석권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 조류가 세계로 퍼져 모두가 ‘패스축구’를 주창한 적도 있다. 이강인과 백승호는 이 중심에 서 있었다. 공을 소유하고 연결하며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몸에 완전히 뱄다. 벤투 감독이 지향하는 ‘지배하는 축구’와도 상당 부분 닿아 있다. 

새 술을 담을 새 부대가 마련됐다. 리더 등장, 부상 복귀, 최초 발탁 등 어쩌면 벤투 축구는 이제야 제대로 된 출발선에 섰다. 이쯤 돼서 과거를 한번 짚어봄 직도 하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으로 가는 여정은 롤러코스터였다. 아시안컵 준우승으로 기를 살렸지만, 하마터면 월드컵 본선행도 실패할 뻔했다. 1년을 앞두고 감독을 경질하는 상황이 또 연출됐다. 이번만큼은 확실히 준비한 축구로 세계무대에서 견줄 수 있길 기원한다.






주간동아 2019.03.15 1180호 (p66~68)

  • 홍의택 축구 칼럼니스트 releaseh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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