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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날두’ 천하가 끝나는 것인가

모드리치 발롱도르 수상 이후 신진 세력 도전 거세

‘메날두’ 천하가 끝나는 것인가

올해 발롱도르를 수상한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 [동아DB]

올해 발롱도르를 수상한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 [동아DB]

‘세계 최고 축구선수.’ 

이를 가늠하는 척도로 발롱도르만 한 게 없다. “순수 실력보다 인기투표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그 인기가 결국 어디서 왔느냐”는 반문에 즉답이 나오질 않는다. 매년 최고 선수는 발롱도르 수상으로 완성되는 게 지난 십수 년간의 흐름이었다. 

12월 4일 ‘프랑스 풋볼’이 프랑스 파리에서 발롱도르 시상식을 열고 한 해를 마무리했다. 판도는 유례없이 치열했다.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와 각국 정규리그 타이틀을 여러 팀이 나눠 가지면서 후보군 배수가 늘었다. 여기에 러시아월드컵까지 있었다. 또 중간 개표 결과가 유출돼 논란이 뜨거웠다. 

결과적으로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FC)가 꾸려온 10년 천하가 깨졌다. 터줏대감 둘이 시상식에 나타나지 않은 가운데, 루카 모드리치란 또 다른 별이 새롭게 떠올랐다. 2위에 오른 호날두의 누나는 “불행하게도 이 세상은 썩었다. 마치 마피아가 군림한 세계 같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3위 앙투안 그리에즈만은 “내가 발롱도르를 타려면 무엇을 어떻게 더해야 하는가”라고 아쉬워했다. 메시는 12년 만에 최종후보 3인(포디움)에도 들지 못한 5위에 그쳤다. 

단상에 오른 모드리치는 벅찬 모습이었다. 평소 감정 표출이 별로 없는 선수이기에 그 기쁨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내가 발롱도르 주인공이 되다니, 믿을 수 없다. 수많은 선수 가운데 이 자리에 설 수 있어 기쁘다. 이 상을 받은 건 2018년 한 해 동안 정말 특별한 일을 해냈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순간이다.”


골게터가 아닌 게임메이커의 수상

커리어로는 이견이 없었다. 이미 UEFA, FIFA(국제축구연맹) 올해의 선수상을 휩쓸었고, 발롱도르마저 탈 것이라고 점치는 보도가 주를 이뤘다. 레알 마드리드는 챔피언스리그 개편 이래 최초로 3연속 제패한 역사적인 팀이 됐다. 그 팀의 허리, 즉 득점 직전에 나오는 창조적인 플레이 메이킹은 모드리치가 도맡았다. 여기에 크로아티아를 러시아월드컵 준우승에 올려놨다. 마지막 순간 프랑스를 넘지는 못했어도, 서유럽과 남미 무대에서 동유럽도 살아 있음을 증명했다. 팀 성적이나 팀 내 공헌도로 따졌을 때 모드리치만큼 빼어났던 선수를 찾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모드리치의 수상 모습이 어색했던 것은 우리가 ‘메시와 호날두의 시대’에 살고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무려 10년간 이 둘만이 트로피를 들어 올린 ‘관성의 법칙’이 느껴진다고 할까. 

모드리치의 포지션도 감안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발롱도르는 골잡이에게로 기울었다. 모드리치가 아무리 우아하고 정교하게 공격을 지휘했을지라도, ‘찬스 메이커’이지 ‘골 메이커’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뇌리에 강하게 박히는 건 후자일 수밖에 없다. 경기를 음미하는 스타일에 따라 누구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느냐는 다를 수 있어도, 승패를 결정짓는 건 역시 골이기 때문이다. 또 모드리치는 축구장 밖의 이슈로 대중에게 노출되는 빈도도 낮았다.


발롱도르 춘추전국시대 곧 도래

세계 축구의 양강체제를 구축해왔던 리오넬 메시(오른쪽)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동아DB]

세계 축구의 양강체제를 구축해왔던 리오넬 메시(오른쪽)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동아DB]

모드리치가 내년에도 발롱도르 근처에 다가설 수 있을지는 다소 회의적이다. 진입 장벽은 낮아졌지만 팀과 개인의 처지가 녹록지 않다. 레알은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3연패 이후 감독을 두 번이나 바꿨다. 지네딘 지단이 돌연 사임했고, 후임 훌렌 로페테기는 반년도 못 버틴 채 쫓겨났다. 한 시즌에 50골씩 쏟아붓던 호날두도 없다. 레알이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조 1위로 16강에 올랐지만 확실한 득점원 없이는 죽죽 뻗어나가기 힘들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모드리치의 활동량도 미지수다. 

메시나 호날두가 부활하지 못한다면 20대 중반의 선수들이 올라설 때가 됐다. 능력치가 출중해 잠재력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자원들이다. 특히 뛰어난 공격 퍼포먼스를 지녔고 골망까지 흔들 수 있는 그리에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무함마드 살라흐(6위·리버풀FC), 에덴 아자르(8위·첼시FC), 케빈 더브라위너(9위·맨체스터 시티 FC), 해리 케인(10위·토트넘 홋스퍼), 네이마르(12위·파리 생제르맹 FC) 등이 유력 후보다. 스타일은 다소 다르지만 폴 포그바(15위·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등도 지켜봐야 한다. 

이들의 자존심을 다치게 한 인물도 있다.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 FC). 만 21세 이하 최고 선수를 꼽는 이른바 ‘U-21판 발롱도르’ 코파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코파는 올해 신설된 상으로, 1958년 발롱도르 수상자 레몽 코파의 이름을 땄다. 독일 ‘슈피겔’이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음바페 측은 파리 생제르맹에 “발롱도르 수상 시 네이마르보다 높은 최고 대우를 바란다. 또 개인 제트기를 제공하고 필요한 직원 수당까지 챙겨달라”고 요구했다. 만 19세지만 폭발력 있게 치고 나가 정확히 마무리하는 실력은 러시아월드컵에서 이미 입증돼 발롱도르 순위에서도 4위를 차지했다. 

10년간 떠 있던 해가 어찌 하루아침에 질까. 메시와 호날두의 수상 이력도 쉽게 끝나지는 않을 터다. 동기 부여도 충만하다. 지금까지 메시와 호날두가 각각 5번 수상으로 동률이다. 한 번 더 타면 역사상 최고 선수로 기억될 기회를 놓칠 리 없다. 

메시는 “이번 시즌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내년 코파아메리카에서 아르헨티나를 이끌고 성인 무대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일궈낸다면 발롱도르는 따놓은 당상이다. 호날두도 만만찮다. 지난여름 이적한 유벤투스는 챔피언스리그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개인 통산 4연속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면 표를 쓸어 담을 수 있다. 

메시와 호날두를 묶어 ‘메날두’라고 부른다. 서른 줄에 접어든 둘은 부쩍 힘에 부친 모습을 노출하곤 했다.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 각자 스타일을 바꿔가며 대응하는 중이다. 이 균열을 호시탐탐 노리는 도전자도 즐비하다. 춘추전국시대 같은 과도기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간동아 2018.12.14 1168호 (p56~57)

  • 홍의택 축구칼럼니스트 releaseh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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