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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준비도 ‘클라쓰’가 다른 중국

야구 대표팀을 미국 독립리그로 보내

올림픽 준비도 ‘클라쓰’가 다른 중국

텍사스 에어호그스 선발투수 쑨지안쩡. [뉴시스=AP]

텍사스 에어호그스 선발투수 쑨지안쩡. [뉴시스=AP]

텍사스 에어호그스(AirHogs)는 좀 특별한 야구팀입니다. 

‘나는 마이너리그 세계에도 빠삭하다’고 생각하는 분 가운데서도 ‘내가 이 팀을 좀 안다’는 분은 거의 없을 겁니다. 에어호그스는 메이저리그 산하 마이너리그 팀이 아니라 독립리그 ‘아메리칸 어소시에이션 오브 인디펜던트 프로페셔널 베이스볼’ 소속 팀이라 어찌 보면 낯선 게 당연합니다. 

8월 29일 현재 이 팀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소속 선수는 모두 41명. 재미있는 건 이 가운데 30명(73.2%)이 중국인이라는 점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코칭스태프 11명 중에서도 5명(45.5%)이 중국인입니다. 텍사스 출신으로 이 팀 지휘봉을 잡은 존 매클래런(67) 감독은 2013년부터 중국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이 정도면 눈치 채셨나요? 네, 저 중국 선수 30명이 바로 중국 국가대표 상비군이고, 국가대표 코치진이 팀 코칭스태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때 중국은 에어호그스 소속 선수 23명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산하 마이너리그(루키) 팀에서 뛰는 투수 궁하이청(宮海成·20)으로 대표팀을 꾸렸습니다.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에서 중국·대만 코디네이터로 활약한 김윤석 씨는 “중국야구협회(CBA)가 2020 도쿄올림픽 전까지 야구 실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면 실전 경험을 많이 쌓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판단해 아예 독립리그 팀에 투자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메이저리그 측도 중국 곳곳에 야구발전센터(棒球發展中心)를 세우는 등 중국시장 문을 계속 두드리고 있기 때문에 독립리그 팀을 섭외할 수 있었다. 시애틀 매리너스와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을 지낸 매클래런 감독이 오랫동안 대표팀을 맡으면서 꾸준히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소통한 것도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물’을 먹은 효과도 점점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른손 투수 멍웨이창(孟偉強·29)은 에어호그스 경기 도중 스피드건에 시속 95마일(약 152km)을 찍었습니다. 중국 투수가 지금까지 던진 가장 빠른 공입니다. 김 코디네이터는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만 해도 이 선수의 최고 구속은 시속 145km 정도였다. 미국에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 구속이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프로젝트 명 ‘늑대와 함께 춤을’

중국 야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전체의 73%를 차지하는 텍사스 에어호그스 팀이 7월 18일 경기 시작 전 전광판에 뜬 중국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AP]

중국 야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전체의 73%를 차지하는 텍사스 에어호그스 팀이 7월 18일 경기 시작 전 전광판에 뜬 중국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AP]

올 시즌 에어호그스 공식 명칭은 아예 ‘베이징(北京) 쇼강(首鋼) 골든이글스(金鷹)가 후원하는 텍사스 에어호그스(Texas AirHogs-powered by Beijing Shougang Golden Eagles)입니다. 쇼강은 중국 국영기업인 수도강철공사를 줄여 부르는 말입니다. 중국 대표팀 상비군 선수들도 원래 서로 다른 팀에서 뛰었지만 올해 이 팀을 만들어 소속을 바꾼 다음 이들을 에어호그스로 보냈습니다. 문자 그대로 국가적 투자를 단행한 셈입니다. 

김 코디네이터는 “중국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역시 올림픽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야구가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빠져 중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국가적 투자나 지원을 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야구가 다시 2020 도쿄올림픽 정식종목이 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며 “중국은 현재 야구 대표팀 전력 강화 장기 프로젝트인 ‘늑대와 함께 춤을(與狼共舞) 계획’을 세우고 한국, 일본을 따라잡으려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대표팀 상비군을 미국 독립리그에 보낸 것도 이 계획의 일부입니다. 

중국 정부가 국제대회만 목표로 드라이브를 거는 것도 아닙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내수시장 확대 차원에서 스포츠 산업을 2025년까지 5조 위안(약 812조 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태입니다. 핵심은 물론 축구지만 야구도 5%가량 ‘파이’를 나눠 먹는 게 목표입니다. 사실 5%라 해도 2500억 위안(약 41조 원) 규모니까 절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이렇게 시장을 키우려면 프로야구 리그를 출범하는 게 급선무. 중국 국무원은 2013년 야구 활성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2025년까지 프로야구 팀 20개를 창단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국무원이 밝힌 2025년 예상 야구 관중은 2000만 명이었습니다. 

김 코디네이터는 “곧 다시 시작하겠지만 (세미프로 리그인) 중국야구리그(CBL)도 현재 일시 중단된 상태다. 지금은 한국으로 치면 전국체육대회 성격인 ‘중화인민공화국전국운동회’와 국내 선수권대회라 할 수 있는 ‘전국관군배(全國冠軍杯)’만 남아 있는 형편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하지만 올림픽에 야구라는 종목이 있는 이상 중국 중앙정부의 지원은 계속될 것이다. 또 메이저리그 지원을 바탕으로 ‘아래로부터 야구’라는 계획을 세워 학생 야구 수준도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이제 이 모든 계획이 조금씩 열매를 맺을 때가 돼가고 있다. 그 열매가 다 익는다면 실제로 중국에 프로야구 리그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빵치우 키드’의 전성시대

중국인들은 스포츠를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습니다. 중국 스포츠시장에서 제일 두드러진 건 용품 매출이 전체 산업의 80% 정도를 차지한다는 점(2016 프로스포츠 해외시장 조사 결과)입니다. 그만큼 직접 스포츠를 즐기는 이가 많습니다. 여기에 교육열까지 야구 붐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미국 국제교육연구소(IIE)에서 해마다 펴내는 ‘오픈 도어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중국인 학생은 총 35만755명으로 미국 내 전체 유학생의 3분의 1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32.5%)입니다. 물론 전 세계에서 미국에 유학생을 가장 많이 보내는 나라가 중국입니다. 

CBL 소속 팀에서 코치를 지낸 한 야구인은 “한국 부유층 학부모 사이에 자녀를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 보내려면 조정(rowing) 과외를 시켜야 한다는 믿음이 있는 것처럼, 중국 학부모 사이에서는 야구를 할 줄 알아야 미국에 유학 갈 때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야구는 고급 스포츠’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메이저리그 측이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습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지난해 중국교육텔레비전(CETV)과 중계권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 리그 사무국에서 중국 최대 뉴미디어 플랫폼 ‘텐센트’와 계약한 건 올해 4월입니다. 성인보다 학생을 먼저 공략한 겁니다. 미국 CNN 방송은 “중국 전국에 걸쳐 CETV 시청자는 거의 10억 명에 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중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개최하는 야구 쇼 ‘메이저리그 야구 공원(MLB Baseball Park)’도 해마다 350만 명 넘는 관객이 다녀갑니다. 

이렇게 중국 곳곳에서 빵치우(棒球·중국어로 ‘야구’) 키즈가 자라는 중입니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메이저리거가 나오면 중국이 전 세계 야구에서 제일 ‘큰손’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야오밍(姚明·38)이 이미 중국을 미국프로농구(NBA) 최고 고객으로 만든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니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중국을 만났다고 여유를 부릴 수 있는 날이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주간동아 2018.09.05 1154호 (p62~63)

  • | 황규인 동아일보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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