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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제라드’ 기성용의 새 둥지는?

AC 밀란, 에버턴, 뉴캐슬 등 눈독… ‘EPL 내 과소평가된 10인’ 선정

‘한국의 제라드’ 기성용의 새 둥지는?

스완지 시티 AFC에서 활약으로 기성용(맨 오른쪽)은 유럽에서도 인정받는 미드필더가 됐다. [동아DB]

스완지 시티 AFC에서 활약으로 기성용(맨 오른쪽)은 유럽에서도 인정받는 미드필더가 됐다. [동아DB]

2018 러시아월드컵이 온다. 5월 14일 국가대표팀 최종 명단을 발표하고 국내 평가전 두 차례로 출정식을 치른다.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를 거쳐 베이스캠프로 삼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입성한다. 국가대표팀 주장 기성용의 어깨도 무겁다. 최근 인터뷰에서 “나의 선발 출전이 정해졌다고 생각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기성용 파트너 찾기’란 기사도 부담스럽다”고 말한 그이지만, 손흥민과 더불어 기성용이 해줘야 할 몫도 상당히 큰 게 우리네 실정이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대회가 코앞. 하지만 기성용은 신경 쓸 게 하나 더 있다. 2018-2019 시즌을 어느 팀에서 맞느냐는 것이다. 부친인 기영옥 광주FC 단장은 “지금까지 나온 이적설은 기사로 처음 접했다. 아들에게 직접 듣지도 못했다. 팀 잔류든 이적이든 월드컵 이후 결정될 것”이라며 덮었지만, 관련 기사가 줄곧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두드릴 것은 자명하다. 일단 현 소속팀 스완지 시티 AFC와 계약은 2018년 6월 30일이 만료다. 

기성용의 향후 거취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난겨울이었다. 계약 기간이 반년밖에 남지 않은 터라 여러 후보군이 거론되곤 했다. 선수 권리를 보장하는 ‘보스만 룰’에 의거해 또 다른 클럽과 자유로이 접촉 및 협상을 해도 무방한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탈리아 세리에 A 명문팀 AC 밀란이 튀어나왔다. 2월 말 이탈리아 언론 ‘칼치오 메르카토’가 ‘마시밀리아노 미라벨리 AC 밀란 단장이 기성용을 영입 대상에 올렸다. 주의 깊게 관찰 중’이라고 알렸다. AC 밀란 측은 “선덜랜드 AFC 시절부터 기성용을 익히 알고 있었다. 미드필더 2~3선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이며 시야, 전술 감각, 세트피스 모두 빼어나다”는 추가 설명도 내놨다. 보도는 점점 구체적으로 흘러갔다. 이탈리아 내 복수 매체가 ‘AC 밀란과 기성용이 이미 3년 계약에 합의했다. 곧 메디컬 테스트를 받을 것’이란 데 이어 웨일스 스완지의 지역지 역시 ‘기성용이 올여름 밀라노로 향할 것’이라고 점쳤다. 흔히 유럽 축구시장에서 이적이 성사되는 과정을 그대로 밟았다.


한국 축구 선진화 앞당긴 기성용

하지만 더는 진전이 없었다. AC 밀란행이 답보에 빠진 동안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이웃 팀의 구애가 쏟아졌다. 스완지 시티는 냉정히 얘기해 리그 중하위권에 만족해야 할 팀. 매년 강등권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쳤다. 이번에는 이보다 높은 팀에서 손을 뻗었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에 따르면 에버턴,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 잉글랜드 무대에서 기성용과 직접 부대낀 팀들이 눈길을 보냈다. 거친 플레이, 절정의 템포, 숨 막히는 압박에서도 공을 소유하고 건넬 줄 아는 기성용의 진가를 목격한 이들이다. 

기성용의 퀄리티는 상당하다. 빅리그 EPL에 진출한 건 2012년. 스코틀랜드 명문팀 셀틱에서 유럽 축구 적응력을 높였으며, 이후 웨일스 스완지를 연고로 한 스완지 시티로 날아갔다.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따며 한참 기세가 오른 기성용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빠르게 안착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중앙 수비수 앞을 보호하고, 공격으로 전환하는 첫 번째 패스를 제공했다. 공을 어떤 타이밍에, 어떤 방향으로 보내 조율하느냐에 따라 경기 내용은 천차만별. 기성용은 이 부문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대 초·중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노련했다. 

개인적으로는 기성용을 ‘한국 축구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선수’라고 표현한다. 2002 한일월드컵 4강으로 대변되는 한국 축구의 전성기를 돌아보자.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은 선수단 전원을 ‘전사’로 만들었다. 체력을 극대화한 뒤 조직의 힘을 입혔다. 공을 오랫동안 소유하지 못하는 대신 왕성하게 움직여 부족함을 메우려는 속내였다. 이러한 스타일은 기성용의 등장과 맞물려 서서히 변했다. 중원에서 능동적으로 경기를 풀어갈 선수가 생긴 것이다. 스페인, 독일 등 축구 선진국이나 선진 리그는 대부분 그런 식으로 축구를 한다. 공을 컨트롤하며 공수 속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부족할 수는 있어도, 한국 축구 역시 비슷한 색깔을 흉내 내곤 했다. EPL 등지를 거치면서 성장한 기성용의 능력 덕이었다. 

현지에서도 유사한 축구를 하며 인정받았다. 스완지 시티 초창기만 해도 공 소유가 조금씩 불안하던 기성용이지만, 이제는 통달한 듯 공을 다룬다. 영국 ‘가디언’은 최근 ‘EPL 내 과소평가된 10인’에 기성용을 넣었다. 첼시의 윌리앙,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루크 쇼 등 알짜 선수들과 함께 이름을 나란히 한 것이다. 한국에서만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AC 밀란이 가장 유력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는 기성용. [동아DB]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는 기성용. [동아DB]

이런 선수가 심지어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다. 이적 정보를 전문으로 다루는 ‘트랜스퍼마크트’는 지난달 기성용의 추정 이적료를 700만 유로(약 93억 원)로 잡았다. 손흥민(3500만 유로·약 463억 원), 황희찬(750만 유로·약 99억 원)에 이어 한국 선수 3위다. 여기에서 간과하면 안 될 게 나이다. 만 나이 20대 중반인 손흥민, 20대 초반인 황희찬과 겨뤄 20대 후반인 기성용은 시장 가치가 확실히 떨어진다. 그럼에도 그 정도 평가를 받는다는 건 전력 면에서 더 큰 도움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욱이 올여름이면 계약까지 끝나니 영입을 희망하는 팀은 선수 연봉만 부담하면 된다. 기성용에게 달려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음 팀으로는 어느 클럽이 좋을까. 축구 인생을 크게 바꿔놓을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함은 물론이다. 기성용의 평소 성향부터 고려할 일이다.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를 선호해온 그다. “내가 뛰는 팀이 곧 빅클럽”이라고 말했을 만큼 팀에서 맡는 역할이나 비중, 그리고 꾸준한 출전 등을 강조했다. 지나친 욕심보다 현실에서 만족을 찾는 성향. 더욱이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환경 변화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AC 밀란이란 이름값이라면 선수의 야망을 한 번쯤 건드릴 만하다. 하물며 기성용이 축구선수로 꿈을 키우던 2000년대 중반에는 어마어마했다. 당시 AC 밀란이 유럽 전역을 휘어잡은 강호였음을 떠올린다면, 또 전설적인 미드필더 젠나로 가투소가 2021년까지 지휘봉을 잡기로 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욕심이 날 수도 있다. 물론 AC 밀란이 최근 중상위권으로 처지는 등 옛 위용을 잃었다는 점, 이탈리아란 낯선 무대에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는 점은 도전 동기인 동시에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선수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AC 밀란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꽤 높다”고 알려왔으나, 실제 성사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반면 EPL이라면 큰 이질감 없이 녹아들 만하다. 새로운 팀, 감독, 동료들과 발만 잘 맞추면 된다. 단, 색다른 것을 갈망하는 선수에게는 이점이 없을 수 있다. 일곱 시즌째 비슷한 경험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한민국 대표팀 주장은 중국으로 가지 않는다.” 과거 중국 슈퍼리그 이적설에 대한 기성용의 답이었다. 그는 본인이 원하는 축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다. 단순히 금전적 요소보다 의미와 가치까지 챙기려 했던 그다. AC 밀란이 됐든, EPL 클럽이 됐든 기성용이 내릴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월드컵에 팀 선택까지, 이 선수의 올여름은 유독 뜨거울 전망이다.




주간동아 2018.05.09 1137호 (p68~69)

  • | 홍의택 축구칼럼니스트 releaseh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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