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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의 golf around the world

“기도가 통하지 않는 곳이 골프장”

빌리 그레이엄 목사와 골프

“기도가 통하지 않는 곳이 골프장”

함께 골프를 즐기는 닉슨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빌리 그레이엄 목사. [사진 제공 · 김맹녕]

함께 골프를 즐기는 닉슨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빌리 그레이엄 목사. [사진 제공 · 김맹녕]

세계적인 복음 전도자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2월 21일 100세 나이로 소천했다. 그는 세계 185개국에서 2억5000여만 명에게 복음을 전파했다. 누구보다도 한국을 사랑한 그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만난 뒤 ‘Let Freedom Ring(자유를 울리게 하라)’이라는 음반을 발매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는 또 “내 남은 생애에 남북이 통일된 모습을 보고 싶다”면서 “통일은 하나님이 이뤄주시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1973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100만 명을 대상으로 전도 집회를 열어 한국 개신교 부흥에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 그가 여의도광장 전도 집회에서 한 설교의 마지막 말은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한다, 서로 사랑하라(God loves you, love each other)”였다. 

그레이엄 목사는 1992, 94년 두 차례 방북해 김일성을 만나 성경책을 건네기도 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들의 목사이자 영적 지도자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모든 대통령을 만났다. 그의 95세 생일 파티에는 당시 사업가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각계각층 인사 700여 명이 참석해 그를 축하했다. 

위대한 종교지도자인 그는 엄청난 골프광(avid player)이었다.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목사가 되기로 맹세한 곳도 골프장이었다. 그는 1939년 학생 시절 미국 플로리다 템플테라스 골프장에서 캐디 아르바이트를 하다 18번 홀의 이슬 맺힌 그린에서 무릎을 꿇고 엎드려 일생 목사로 헌신하기로 했다. 

그는 아이젠하워, 닉슨, 포드, 케네디, 레이건 등 역대 미국 대통령, 희극배우 밥 호프, 수많은 기업인과 유명인사의 골프 친구였다. 골프 실력도 수준급(He was pretty good golfer)으로 핸디캡 15 전후였다고 한다. 그는 자서전 ‘Just As I am’에서 39번이나 골프에 대해 이야기했다. 퍼팅 그립을 역그립으로 바꿔 70대 후반까지 쳤다고도 돼 있다. 

그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내 기도가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이 바로 골프장이다(The only time my prayers are never answered is on the golf course)”라는 말을 남겼다. 골프의 어려움과 매력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그는 닉슨 전 대통령과 라운드를 할 때 18인치(약 46cm) 퍼팅이 안 들어가자 “위에 계신 분이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1961년 ‘골프다이제스트’에 기고한 글에서는 “나에게는 골프코스야말로 가끔 혼동과 불안으로 가득한 곳이지만 세상에서 평화스러운 안식처(For me, a golf course is an island of peace in a world often full of confusion and turmoil)”라고 했다. 

그가 평시나 골프장에서 가장 애용하는 문구는 “신은 우리에게 두 개의 손을 주었다. 한 손은 받는 손이요, 또 다른 한 손은 주는 손이다(God has given us two hands, one to receive with and the other to give with)”였다. 

예전에 프로골퍼 리 트레비노(Lee Trevino)는 “라운드 도중 천둥, 번개가 친다면 1번 아이언을 하늘 위로 들어봐라. 하나님조차 1번 아이언은 맞히지 못할 것”이라고 농담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그레이엄 목사는 신을 모독하는 말이지만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간동아 2018.03.07 1128호 (p72~72)

  • | 골프칼럼니스트 265670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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