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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에서 금메달 목에 걸고 아이들에게 보여줄 것”

노르딕 스키 신의현 선수

“평창에서 금메달 목에 걸고 아이들에게 보여줄 것”

2017년 3월 평창세계장애인노르딕스키 월드컵 출전 당시 모습. [사진 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2017년 3월 평창세계장애인노르딕스키 월드컵 출전 당시 모습. [사진 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동계스포츠 가운데 열량 소모가 많은 종목을 꼽으라면 크로스컨트리를 빼놓을 수 없다. 눈 덮인 언덕과 평지를 오로지 스키와 폴에 의지해 질주하는 크로스컨트리는 팔뿐 아니라 전신에 많은 힘이 들어간다. 크로스컨트리를 처음 경험한 사람은 코스를 한 바퀴만 돌아도 하늘이 노래진다고 할 정도다. 주행 도중 지정된 장소에서 총을 쏴 과녁을 맞힌 뒤 다시 질주하는 바이애슬론 또한 크로스컨트리 못지않게 힘든 종목이다. 이 둘을 통칭 노르딕 스키라고 하는데, 선수는 대부분 두 종목에 모두 출전한다. 

힘든 만큼 보상은 크다. 개인이 획득할 수 있는 메달 수가 다른 종목에 비해 많기 때문. 남녀로 나뉘어 경기를 치르고 스프린트, 중거리, 장거리 각각 3가지 코스로 구분되는 데다 혼성 경기 2개까지 있어 선수 1명이 목에 걸 수 있는 메달 수는 최대 8개다. 그래서 동계올림픽 종목 가운데서도 노르딕 스키가 많은 관심을 받는 편이다. 

패럴림픽 선수들도 두 종목을 함께 준비한다. 노르딕 스키 국가대표 선수 가운데 남녀를 통틀어 금메달 유망주로 꼽히는 이는 단연 신의현(38·창성건설) 선수다. 2015년 12월 태극마크를 달고 첫 국제대회인 러시아 튜멘 월드컵에 출전한 신 선수는 이후 2년 만에 장애인 노르딕 스키를 이끄는 핵심 선수로 거듭났다. 3월 평창동계패럴림픽을 앞두고 기량을 갈고닦는 데 여념 없는 신 선수를 2017년 12월 26일 서울에서 만났다. 

앞서 캐나다 앨버타주 캔모어에서 12월 19일 막을 내린 2017 세계장애인노르딕스키 월드컵에서 그는 바이애슬론 부문 7.5km 은메달, 12.5km와 15km 동메달을 목에 건 뒤 잠시 귀국한 차였다. 인터뷰 당일은 1월 초 독일에서 개최될 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휴식을 취하며 예정된 건강검진을 마친 날이었다. 인터뷰에 앞서 월드컵 메달을 3개나 딴 것을 축하하자 신 선수는 아쉬운 마음을 쏟아냈다.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수차례 금메달

2년 전 태극마크를 단 신의현 선수는 평창동계패럴림픽 금메달 유망주로 손꼽히고 있다. [홍태식 기자]

2년 전 태극마크를 단 신의현 선수는 평창동계패럴림픽 금메달 유망주로 손꼽히고 있다. [홍태식 기자]


“크로스컨트리 3종목에 먼저 출전하고 이튿날 바이애슬론 3종목을 치렀어요. 그동안 크로스컨트리는 5위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예선 탈락을 하는 등 3종목 모두 성적이 좋지 않았어요. 충격이 정말 컸죠. 마음을 추스르지 못한 상태에서 바이애슬론에 나갔는데 다행히 사격을 잘해서 3종목 모두 메달을 받았어요. 바이애슬론에서 은메달까지 받아봤지만 매번 성적이 들쑥날쑥해 아쉬웠는데, 이번 결과에 상당히 만족해요.” 

신 선수의 설명에 따르면 무조건 빨리 달려야 하는 크로스컨트리와 달리 바이애슬론은 열심히 달리다 갑자기 심박 수를 떨어뜨리고 총을 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트레이닝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다른 선수들이 속속 옆자리에 도착하면 집중력이 분산돼 자신만의 타이밍을 잡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라고. 신 선수는 그동안 부진하던 사격을 집중 훈련했고 이번에 바이애슬론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2년 전 국가대표로 선발된 이후 크로스컨트리에서 예선 탈락의 쓴잔을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던 신 선수였기에 이번 결과는 다소 의외였다. 2016년 3월 핀란드 부오카티 월드컵에서 크로스컨트리 1km 금메달, 2017년 1월 우크라이나 리비브 월드컵에서 크로스컨트리 단거리·장거리 금메달, 2017년 4월 미국 캐스퍼 월드컵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프린트·중거리 금메달 등 굵직한 세계대회에서 1위에 이름 올린 그였다. 신 선수는 이번 대회 성적 부진의 원인으로 새로 맞춘 시트를 지목했다. 

“성적이 왜 갑자기 나빠졌는지 원인을 찾는 데 시간이 꽤 걸렸어요. 좌식 선수는 스키를 부착한 시트에 앉아서 경기를 치러요. 이번 평창동계패럴림픽을 앞두고 새로 제작한 시트가 생각보다 몸에 잘 안 맞았던 모양이에요. 지금 다시 시트를 몸에 맞게 조정 중이니 1월 독일 월드컵에서는 원래 기량을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 

신 선수가 처음 운동에 발을 들여놓은 건 2009년 가을이다. 당시 동네 친구의 사촌 형이 그를 찾아와 휠체어 농구를 권한 게 시작이었다.


“이렇게 잘할 줄 몰랐어요”

“우리 집이 장사를 했는데 그 형이 담배를 사러 왔더라고요. ‘사고 소식 들었다’며 휠체어 농구를 같이 해보자고 몇 번 권했죠. 그때는 모든 게 다 하기 싫었던 터라 거절하기만 했는데 시간이 좀 지나고 나니 궁금해져서 한번 가봤어요. 해보니까 그 나름 재미있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즐거워 꾸준히 하게 됐죠. 장애를 입기 전에도 승부욕이 강해 싸움을 하면 절대 지지 않았는데, 운동은 그런 면에서 적성에 맞더라고요.(웃음)” 

휠체어 농구를 함께하던 동료 가운데 한 명이 그런 그를 유심히 지켜봤고 장애인 아이스하키를 권했다. 자신이 속한 팀에 신 선수를 영입한 것. 몸싸움이라면 자신 있던 그는 주저하지 않고 장애인 아이스하키에 입문했다. 그러나 몸싸움뿐 아니라 골문을 여는 기술이 필요한 아이스하키에 그는 흥미를 갖지 못했다. 그러던 중 평창동계패럴림픽을 앞두고 장애인 노르딕 스키 실업팀이 생긴다는 소식을 접한 뒤 전향을 결심했다. 

“노르딕 스키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나이도 적잖은 터라 고민했어요. 그런데 ‘언제 또 한국에서 동계패럴림픽이 열릴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번 도전해보자 싶어 뛰어들었어요. 처음에는 한계를 느꼈죠. 2016년 핀란드 부오카티 월드컵에서 3km를 5바퀴 도는 바이애슬론 15km 장거리 경기가 제 인생 첫 국제경기였어요. 한 바퀴 돌고 나니 하늘이 노랗더라고요. 두 바퀴째는 숨도 제대로 못 쉬겠는데 포기하기 싫었어요. 끝까지 이 악물고 완주해 13위를 기록했죠. 이후 훈련을 거듭해 체력을 키웠고 성적도 점점 좋아졌어요. 저도 제가 이렇게 잘할 줄 몰랐어요.” 

절로 잘하게 된 것처럼 얘기했지만 단기간 성장한 데는 엄청난 연습량이 있었다. 평소에는 하루 평균 3~4시간씩 유산소운동과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체력을 다지고, 국제대회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는 연습량을 배 가까이 늘렸다. 바이애슬론 종목에 출전하고자 사격 훈련도 꾸준히 병행했다. 국내 노르딕 스키 훈련장은 강원 평창에 2곳밖에 없어 여건이 받쳐주지 않았지만, 해외 원정경기를 나갈 때면 실전 같은 훈련을 반복했다. 그 결과 신 선수는 장애인 노르딕 스키에서 해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이르렀다. 

장애인 노르딕 스키 월드컵은 통상 12월부터 3월까지 러시아, 캐나다, 미국, 핀란드 등에서 개최된다. 이런 국제대회에는 동계스포츠 강국에서 이름을 날리는 선수가 대거 출전한다. 그런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만으로도 여간 긴장되는 게 아닐 터. 하지만 신 선수는 “똑같은 사람인데 두려울 것 하나도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저는 오히려 그런 선수들과 겨뤄 메달을 따냈을 때가 더 기분이 좋아요. 2016년 핀란드 부오카티 월드컵 때가 그랬어요. 당시 크로스컨트리에 처음 20km 장거리 종목이 생겼어요. 세계에서 잘한다는 선수는 다 출전했죠. 지구력이 관건인데 결국 동메달을 목에 걸었어요. 그때 크로스컨트리 단거리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것보다 더 기분 좋더라고요. 어느 스포츠 강국에서 누가 출전하든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지지 않겠다는 다짐 하나만 가지고 경기에 임하니까요.”


교통사고로 평범하던 삶 송두리째 날아가

2017년 3월 평창세계장애인노르딕스키 월드컵에서 크로스컨트리 15km 부문 금메달을 획득한 신의현 선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왼쪽). 2017년 10월 26일 경기 이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에서 열린 국가대표 발대식에 참여한 신의현 선수. [사진 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2017년 3월 평창세계장애인노르딕스키 월드컵에서 크로스컨트리 15km 부문 금메달을 획득한 신의현 선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왼쪽). 2017년 10월 26일 경기 이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에서 열린 국가대표 발대식에 참여한 신의현 선수. [사진 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지금이야 패럴림픽 국가대표 선수로 이름을 날리는 신 선수지만 만약 장애를 입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이자 가장으로 살았을지도 모른다. 원래는 대학 졸업 후 회사에 취직해 얼마간 일한 뒤 자기 가게를 열 계획이었다. 그런 그의 운명을 하루아침에 바꿔놓은 건 2006년 2월 겪은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였다. 

“대학교 졸업식을 하루 앞두고 사고가 났어요. 1.5t 트럭을 타고 집으로 가던 중 마주 오던 차와 정면으로 부딪쳤어요. 깨어나 보니 이미 사흘이 지나 있었고 두 다리는 절단된 상태였죠.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트럭 엔진에 다리가 깔렸는데 의사도 가망이 없다고 포기한 저를 어머니가 수술하자고 해서 살아난 거였어요. 7시간 대수술이었다고 하더라고요. 병원에 있을 때는 경황이 없어 장애가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았어요. 집에 오고 나서 앞으로 평생 이렇게 살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하더라고요. ‘죽게 내버려 두지 어머니는 왜 날 살리셨나’ 하는 원망도 생겨서 한동안 비관적인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그는 삶의 끈은 놓지 않았다. 가정을 꾸려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 사고 전부터 신 선수는 일찌감치 국제결혼을 알아보고 있었다. 자신의 미래를 염려하는 어머니의 걱정을 덜어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사고 이후 성치 않은 몸이었지만 홀로 베트남으로 가 소개를 받고 마음에 꼭 드는 반려자를 만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마음조차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 상태에서 아내를 맞이한 게 좀 미안해요. 아마 곁에서 지켜보기 힘들었을 거예요. 그런데 애들 엄마가 심성이 정말 고와요. 항상 저를 위해주죠. 또 아이들도 태어나 가장이 되고 나니 철이 좀 든 것 같아요.(웃음) 지금 초등학교 4학년, 1학년인데 아빠를 정말 자랑스러워해요. 평소에도 응원을 많이 해주는데 이번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서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장애인 스포츠는 국력, 나라 알리는 데 앞장”

[홍태식 기자]

[홍태식 기자]

신 선수는 어려운 일을 겪은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성격이 호탕했다. 자신의 과거 이야기도 덤덤하게 밝히고, 운동에도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인터뷰 도중에도 유머러스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키가 상당히 커 보인다고 하자 그는 “원래 175cm였는데 의술의 힘으로 키가 자라 지금은 185cm가량 된다”며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의족을 착용하다 보니 키가 커진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또 운동하기에 나이가 많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해외 선수들은 쉰 살에도 금메달을 따는 경우가 있다”고 답했다. 

“노르웨이 장애인 노르딕 스키 선수 가운데 1972년생인 라르손이 있어요. 국제대회에서 만나면 인사도 나누는데 지금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존경스러워요. 앞으로 우리나라 장애인 노르딕 스키 선수 가운데 이런 선수가 나올 거라 기대해요. 우리나라 장애인 노르딕 스키 역사가 짧아요. 서보라미 선수가 8년가량 했지만 본인이 알아서 시작한 것이고, 국가 지원을 받아 정식으로 준비한 건 2년 남짓이에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선수도 많은 만큼 앞으로 평창동계패럴림픽 종료 후에도 열심히 끌어줄 생각입니다.” 

평창동계패럴림픽은 국내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이라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홈이라는 이점이 있다. 그만큼 신 선수에게 거는 국민의 기대가 크다. 또한 3월 중순 대회가 열리는 탓에 눈이 녹아 코스가 질퍽할 테고 예전부터 이런 환경에서 연습해온 우리나라 선수에게 좀 더 유리하리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어차피 설질이 나쁘면 모든 선수가 경기를 치르기 힘들어요. 오히려 외국 선수들은 스키 바닥에 칠하는 왁스를 좋은 걸 쓰기 때문에 우리가 더 힘들 수도 있어요. 왁스 한 통에 몇십만 원 하는데, 동계스포츠 강국들은 여러 곳으로부터 지원받아 좋은 걸 쓰더라고요. 우리는 수입해 쓰기 때문에 아무래도 여유롭지는 않죠. 하지만 홈에서 경기를 치르면 시차 등 현지 적응에 시간을 소모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승산이 있을 거라고 봐요.” 

신 선수는 “올림픽에 관심을 갖는 것만큼 패럴림픽에도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 올림픽 폐막 후 다시 경기장을 찾아 패럴림픽을 관람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장기적인 지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패럴림픽이 끝이 아닙니다. 길게 보고 지원해줬으면 합니다. 우리나라 장애인 노르딕 스키 역사가 이제 2년 남짓인데 조금만 더 지원해주면 저보다 훨씬 잘하는 선수가 분명히 나올 거예요. 국제대회에 나가면 ‘한국도 장애인 노르딕 스키 선수가 있느냐’며 다들 놀라워해요. 스포츠 강국에선 비장애인 스포츠 선수보다 장애인 스포츠 선수를 눈여겨보는데, 이게 사실은 국격을 드러내는 거예요. 장애인 노르딕 스키 종목에 출전하는 아시아권 선수는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 등 3개국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어요. 그만큼 나라를 알리는 데 장애인 스포츠만큼 좋은 수단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신 선수는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많은 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잖아요. 하루빨리 마음을 열고 장애를 인정하면서 사회에 나가 사람들과 어울리길 바라요. 더불어 사는 세상이잖아요. 운동을 하나 정도 배우면서 같은 환경에 있는 사람들과 경쟁하다 보면 삶에 의욕도 생기고 본연의 삶을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


장소 협조 한국건강관리협회 메디체크 서울강남지부




입력 2018-01-02 18:28:47

  •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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