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1

2015.08.17

윌 스미스의 할리우드 성공 공식

10년간 흥행 영화 10편 분석해 작품 선택…66억 관객 동원으로 기네스북 올라

  •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 주임교수 jhkim6@assist.ac.kr

    입력2015-08-17 1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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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윌 스미스의 할리우드 성공 공식
    모바일 디바이스, 센서, 소셜미디어가 데이터 폭증을 주도하는 빅데이터 시대 많은 기업과 공공기관이 빅데이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빅데이터 도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빅데이터 도입의 목적, 즉 왜(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도입하는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빅데이터를 도입한다는 것은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즈니스 문제를 대부분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해결하기 위함이다.

    다시 말해 문제와 관련한 데이터를 수집한 뒤 이를 분석해 데이터 속에 숨은 인사이트를 찾아내서 문제 해결에 활용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문제와 관련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통계 모델로 분석해 어떤 일이, 왜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끄집어낸 뒤 이를 경영전략 수립과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과거 경험이나 감이 아니라 바로 데이터, 즉 사실에 근거해 의사결정을 하고 경영을 하는 것이다.

    특수효과, 외계생명체라는 공통점

    ‘빅데이터 시대 기업의 대응’이나 ‘빅데이터 시대, 분석능력을 키워라’ 같은 특강을 할 때마다 흔히 받는 질문이 있다. 그것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사이트를 추출한 뒤 이를 문제 해결을 위한 의사결정에 활용한다’는 의미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사례를 들어달라는 것이다. 그때마다 필자가 먼저 제시하는 개인적인 스토리가 미국 영화배우 윌 스미스 사례다.

    윌 스미스는 래퍼로 시작해 TV 탤런트를 거쳐 지금은 영화계를 주름잡는 최고 스타로 활약하고 있다. 2009년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전 세계 영화전문가를 대상으로 1400여 명의 할리우드 배우들의 흥행성(star currency)을 조사했다. 투자 매력도, 박스오피스 성공 가능성, 매스컴 화제성 등의 다양한 속성을 평가한 결과, 만점(10점)을 받은 유일한 배우가 윌 스미스였다. 조니 뎁,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앤젤리나 졸리, 브래드 피트가 9.89점으로 공동 2위를 차지했으며 톰 행크스, 조지 클루니, 덴절 워싱턴, 맷 데이먼, 잭 니컬슨 등이 20위권에 올랐다.



    사실 윌 스미스는 영화에 본격적으로 데뷔할 때부터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어떻게 그는 영화에 데뷔하자마자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었을까. 영화전문가들은 여러 이유를 대겠지만 분석전문가의 시각으로 보면 윌 스미스가 영화를 분석적으로 접근한 것이 결정적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가 데이터 분석적으로 접근한 과정은 어렵지 않다. 단지 영화 분야에서 이렇게 접근한 사람이 없었을 뿐이다.

    1980년 중반 ‘더 프레시 프린스(The Fresh Prince)’란 이름의 래퍼로 데뷔한 윌 스미스는 90년 미국 NBC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시트콤 ‘더 프레시 프린스 오브 벨에어(The Fresh Prince of Bel-Air)’에 출연해 큰 성공을 거뒀다. 96년 본격적으로 영화에 진출하고자 마음먹은 윌 스미스가 제일 처음 한 것은 흥행에 성공한 영화의 데이터를 분석해 성공 패턴을 찾으려 는 것이었다.

    윌 스미스의 할리우드 성공 공식
    윌 스미스는 최근 10년 동안 박스오피스에서 최고 흥행을 거둔 영화 10편을 고른 다음 영화 내용을 분석했다. 분석이란 데이터 속에 숨은 일관적인 패턴을 찾는 것이다. 그가 찾아낸 흥행 성공의 패턴은 10편 모두 특수효과를 썼고, 9편에는 외계생명체가 등장했으며, 8편에는 러브스토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그가 고른 영화는 ‘인디펜던스 데이’였고 그 다음이 ‘맨 인 블랙’이었다. 두 영화 모두 외계인이 등장하고 최고 수준의 특수효과로 꽉 찬 영화다. 이 두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약 13억 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이런 폭발적인 성공은 그 후에도 계속 이어져 미국 내에서는 연속으로 8편이 1억 달러(약 1192억 원) 이상 수익을 냈고, 국제적으로는 영화 11편이 연속적으로 1억5000만 달러 이상 수익을 내면서 윌 스미스는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지금까지 그가 출연한 영화 21편 중 1억 명 이상 관객을 모은 영화가 17편, 5억 명 이상이 관람한 영화는 5편이며 총 관객 수는 66억 명에 달한다. 영화전문가들은 윌 스미스가 액션, 코미디, 드라마 등 장르에 관계없이 순전히 그의 이름 하나로 많은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최고 흥행 배우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

    기업 가치 증대하는 3V의 원칙

    물론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사이트를 추출한 뒤 이를 문제 해결을 위한 의사결정에 잘 활용한 기업 사례는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윌 스미스의 경우와 다른 점이 있다면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 무척이나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대형 소매점을 예로 들어보자.

    월마트, 까르푸와 함께 세계 3대 소매업체인 테스코(한국 지사 이름은 홈플러스)는 1924년 설립됐는데, 업계 최초로 95년 클럽카드를 도입하면서 고객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클럽카드 회원은 이름, 주소, 가족 수, 자녀 나이, 선호 식품 등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테스코는 회원들에게 가격할인은 물론 구매금액의 1%를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테스코는 회원들의 개인정보와 구매 패턴을 분석해 라이프스타일을 구분하고 각 라이프스타일의 차별적인 선호에 맞춰 다양한 상품쿠폰을 연간 1억 개 이상 발행했다.

    철저한 분석에 근거해 상품쿠폰을 발행하기 때문에 테스코의 쿠폰 사용률은 업계 평균인 2%보다 훨씬 높은 20~50%에 달했으며 회원들의 충성도 또한 크게 향상됐다. 이는 자연스럽게 높은 재무 성과로 이어졌다.

    클럽카드가 가져온 성공은 테스코의 인터넷 사업으로도 연결됐다. 성공 이유는 바로 클럽회원이 온라인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분석해 그에 맞는 적절한 판촉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테스코는 약 100만 가구(그중 40만 명은 단골고객)에게 식료품을 배달하는 세계 최대 인터넷 식료품점이며 현재는 가구, 음악, 보험 등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은 위 사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자료의 수집, 처리, 분석이 더욱 복잡하다. 하지만 분석 목적은 여전히 같다. 즉 데이터 속에 숨어 있는 인사이트를 찾아내 문제 해결에 활용함으로써 기업 가치를 증대하는 것이다. 흔히 빅데이터는 3V, 즉 엄청난 크기(Volume), 다양한 형태(Variety), 그리고 빠른 데이터 유입 속도(Velocity) 등 3가지 특징으로 정의된다. 하지만 빅데이터에서 중요한 것은 ‘빅’도 아니고 ‘데이터’도 아니다. 빅데이터의 진정한 효용은 또 다른 V, 즉 빠른 속도로 유입되는, 엄청나게 큰 규모의,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 속에서 인사이트를 추출해 기업 가치(Value)를 증대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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