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9

2015.05.26

자각증상 방치하면 악마로 돌변

국내 부정맥 환자 100만여 명…치료 시기 놓치면 급성 심장정지

  • 김유호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입력2015-05-26 14: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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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각증상 방치하면 악마로 돌변
    부정맥(不整脈)은 말 그대로 맥박이 정돈되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심장은 본연의 전기적 기능을 통해 잠시도 쉬지 않고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데, 그 리듬에 이상이 생긴 상태를 부정맥이라 한다. 정상인의 맥박이 분당 약 60~100회로 규칙적인 점을 고려할 때, 이보다 지나치게 느리거나 빠른 경우 또는 아주 불규칙적인 상태라면 부정맥으로 진단한다.

    대한심장학회 부정맥연구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부정맥 환자는 약 100만 명에 이른다. 질병의 정의 자체가 포괄적인 만큼 부정맥의 종류와 원인도 다양하다. 보통 성인에게서 많이 나타나지만 소아에게서도 선천적 이유 등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부정맥이 종종 발견된다.

    부정맥은 크게 서맥성 부정맥과 빈맥성 부정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서맥성 부정맥은 일반인 기준으로 분당 40~50회 이하로 맥박이 느려진 경우로, 환자 생명과는 상대적으로 연관성이 적지만 어지럼증이나 무력감 등이 찾아오면서 삶의 질과 환자의 사회성을 떨어뜨린다. 빈맥성 부정맥은 심근경색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갑작스러운 심장정지(심정지)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연간 3만여 명이나 되는 급성 심정지 환자의 상당수가 제때 충분한 치료를 받았다면 이런 위급한 상황까지 가지 않았을 부정맥 환자들이다. 문제는 우리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선진국, 아니 홍콩이나 대만 등 주변국들과 비교해도 실제 부정맥으로 진단받아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수는 인구와 대비해 훨씬 적다.

    부정맥은 무력감이나 가슴 두근거림 등 자각증상을 동반하지만 이런 증상들이 심장 맥박의 이상 증상, 나아가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질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서맥성 부정맥의 경우 무기력증 등 언뜻 심장과는 무관한 듯한 증상이 많은 게 사실. 때때로 각종 자각증상이 노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심근경색이나 심부전(심장기능상실)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항상 빈맥성 부정맥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증상이 생기거나 기존 증상이 악화하는 경우 빨리 의사를 찾아가야 한다.



    부정맥은 증상이 수시로 찾아오긴 해도 대개 간헐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진다. 병이 진행하면서 비정상적인 맥박의 발생 빈도가 점점 높아지고 어느 순간 위험한 상황이 되기도 한다. 여러 가지 검사로 상태 파악이 가능하지만 정작 근본 원인인 부정맥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부정맥의 속성 때문에 환자는 물론 의료진도 때로 낭패를 본다.

    자각증상 방치하면 악마로 돌변
    그래서 환자와 가족은 이런 질병의 속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경험 많은 의사와 협조해 수수께끼를 풀어간다는 생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 치료 과정에서 투입되는 비용 때문에 진료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도 있다. 그러나 부정맥 주요 치료는 건강보험 본인 부담률이 5% 선밖에 되지 않는다.

    부정맥은 쉽지 않은 상대지만 현재 다양한 치료법이 나왔고 지금도 개발 중이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부정맥을 의심하는 게 좋을지, 이에 대한 의학적 대응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다음 호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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