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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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피로와 탈모? 몸속 중금속이 문제야!

간단한 모발·혈액 검사로 확인 가능…식습관 바꾸고 변비 치료해야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입력2015-05-18 1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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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성피로와 탈모? 몸속 중금속이 문제야!

    채취한 모발에 열을 가해 전처리하면 액상의 검체가 된다(왼쪽). 특수기기가 검체 속 중금속, 미네랄 성분 농도를 수치화하고 있다.

    황사가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4월 17일 기상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2~2015년 전국 황사일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평균 황사 발생 일수는 2012년 1.7일에서 2014년 7.6일으로 4.5배 증가했다. 특히 2015년 1~3월에는 8.4일 발생해 전년 동기 3.2일보다 2.6배 더 많았다. 2014년 기준 발생 일수는 서울 10일, 수원 9일, 인천·춘천·청주·전주·목포·울산·부산 각 8일, 광주와 여수 각 7일, 포항 3일 순으로 나타나 서울이 가장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사가 위험한 이유는 중금속과 미세먼지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베이징을 경유하는 황사는 중금속 농도가 매우 짙다. 서울 기상관측소가 3월 23일 포집한 황사를 분석한 결과, 다른 황사에 비해 납 농도는 2.6배, 카드뮴은 2.3배, 비소는 5배 높았다. 외출 시 각별히 주의하지 않으면 바람 속 중금속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쉽다는 의미다.

    중금속이 체내에 축적되면 신경 이상과 피부질환 발생, 성장 발달 지연, 면역력 저하, 암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중금속을 완전히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소비하는 거의 모든 품목이 중금속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녹슨 하수관을 타고 흐르는 수돗물, 휴대전화 배터리, 공장 주변에서 자란 농수산물에도 중금속은 숨어 있다. 내 몸속이 나도 모르게 독성물질에 오염돼가는 것이다.

    건강 관심 급증으로 일반인 의뢰 증가

    몸속에 쌓인 중금속의 양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간단한 검사로 확인 가능하다. 최근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체내 중금속 검사를 의뢰하는 일반인이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중금속 검사 환자 수는 2011년 4만5422명(남성 2만235명, 여성 2만5187명)에서 2014년 6만498명(남성 2만8859명, 여성 3만1639명)으로 늘어났다. 녹십자의료재단 특수생화학팀에 근무하는 박승만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예전에는 중금속에 고농도로 노출된 산업현장 근로자 등이 주요 고객이었지만, 최근 3~4년 동안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려는 일반인이 매년 약 20%씩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금속 검사는 병원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병원에서 자신의 모발 또는 혈액을 채취해 검사기관으로 보내면 된다. 검사기관에서는 모발을 뜨거운 열로 녹이거나 혈액 속 적혈구를 잘게 쪼개 액체로 만든다. 이 액체가 중금속 성분을 포함한 검체다. 특수기기가 검체 속 중금속 및 미네랄 농도를 분석한 뒤 정상인 참고치 또는 독성 수치와 비교한다. 분석 결과는 병원을 통해 환자에게 전송되고, 의사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처방을 내린다. 신청부터 결과 통보까지 걸리는 기간은 3~14일. 가장 흔하게 시행되는 모발 채취를 통해 검사할 경우 비용으로 15만~20만 원이 든다.

    만성피로와 탈모? 몸속 중금속이 문제야!

    최근 황사 발생 빈도가 늘어나 우리 몸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사회 활동이 활발한 30, 40대의 경우 수은 농도가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회사원 윤모(33·남) 씨는 잦은 야근과 스트레스로 만성피로와 탈모를 겪었다. 일을 줄이고 두피에 좋다는 식이요법도 병행했지만 질환이 나아지지 않자, 중금속 검사를 해보라는 의사 권유에 따라 검사를 신청했다. 윤씨는 보름 뒤 예상치 못한 결과를 받았다. 수은(Hg) 농도가 13.0ug/ℓ로 정상인 참고치인 7.1ug/ℓ의 약 2배였던 것. 왜 이렇게 된 걸까. 윤씨는 의사와 자신의 식생활을 되짚어본 결과 회사에서 종종 하는 회식이 문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주일에 2~3회 참석하는 회식자리에서 생선회만 먹었기 때문이다. 특히 참치 등 몸집이 큰 물고기는 바닷속 상위 포식자로 고농도의 수은이 축적돼 있는데, 이를 모르고 참치를 즐겨 먹었던 것이 원인이었다. 의사는 윤씨에게 “생선 섭취를 줄이고 채소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며 3개월 뒤 수은 농도 검사를 다시 받으라”고 권유했다.

    화학제품 등에 노출된 직업군에서는 카드뮴(Cd)과 비소(As) 농도가 높게 나타난다. 건설현장에서 30년째 일하는 이모(40·남) 씨는 1년 전부터 기억력 저하와 우울증을 겪었다. 우연히 중금속 검사를 한 결과 카드뮴 농도가 2.8ug/ℓ, 비소가 12.9ug/ℓ로 나왔다. 두 성분의 정상인 참고치는 각각 1.5ug/ℓ, 8.2ug/ℓ이다. 카드뮴은 산업 페인트, 자동차 매연, 담배 연기로 흔히 유입되며 비소는 목재 보존제, 염료 등에 주로 분포한다. 이씨는 의사로부터 “산업현장에서 오염물질 접촉을 최대한 줄이고 3개월 후 비소 농도 검사를 다시 받으라”는 조언을 들었다.

    원활한 신진대사가 제일 중요

    몸속에 과하게 쌓인 중금속을 배출하려면 어떤 생활습관이 필요할까. 최세환 서울성모신경외과의원 원장은 “원활한 신진대사가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체내 독성을 빼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소변을 통한 배출이라는 것이다. 만약 변비가 있으면 독성물질이 몸속에 오래 머물러 혈액 등으로 재흡수될 위험이 있다. 최 원장은 “장 기능 활성화를 위해 채소, 과일을 많이 먹고 적당량의 물을 섭취하며, 소화에 방해가 되는 밀가루나 인스턴트식품은 먹지 마라”고 강조했다. ‘삼겹살을 먹으면 중금속 배출에 도움이 된다’는 속설이 있지만 이는 의학적이지 않다. 삼겹살에 있는 동물성 포화지방은 환경오염물질이 쉽게 녹는 성분이기 때문이다.

    고기를 섭취할 때는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최 원장은 “요즘 닭은 비소가 들어간 사료를 먹고 자라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가 닭고기를 먹으면서 비소도 함께 섭취하게 될 우려가 있다. 또 고기를 구울 때 직화구이 방식은 발암물질을 유발할 수 있고, 쿠킹호일에 열을 가하면 알루미늄 성분이 활성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꼭 고기를 먹고 싶다면 물에 삶은 수육으로 섭취하는 것이 그나마 안전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기자 6명, 중금속 검사해보니……

    전원 ‘수은 함량 높음’, 건강 적신호 미리 알 수 있어


    체내 중금속 검사는 건강 상태를 과연 정확하게 보여줄까. ‘주간동아’ 기자 6명은 경기 성남시 을지대 안에 위치한 모발중금속검사 전문기관 에이치엔코리아에 검사를 의뢰했다. 기자들의 연령과 성별은 40대 남성과 여성 각 2명, 30대 여성 2명이다. 모근에서부터 5~6cm 길이의 머리카락 20~30가닥을 채취하고 사흘 후 검사 결과를 받았다.

    결과는 필수 미네랄(Essential Minerals·칼슘, 마그네슘, 나트륨, 아연, 구리, 철, 셀레늄, 망간 등)과 독성물질(Toxic Elements·수은, 납, 알루미늄, 카드뮴, 비소, 바륨 등) 수치, 각 요소의 균형 정도, 권장하는 영양소 등으로 분류된다. 그중 가장 중요한 지표는 독성물질이다.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태아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체외 배출마저 쉽지 않다.

    제 나름 건강하다고 생각했던 기자들은 예상외 결과를 받았다. 6명 모두 체내 수은 양이 많았고, 3명은 ‘수은 치료 필수’ 판정을 받았다. 5명은 셀레늄과 아연이 부족한 상태였다. 1명은 구리가 그래프상 최대치를 넘어 ‘구리 중독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4명은 목욕용품과 제지 등으로 유발되는 바륨 수치가 높았고 그중 1명은 ‘심각’ 판정이 나왔다. 2명은 칼슘 수치가 지나치게 높아 ‘과도한 칼슘 축적은 세포의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흡연자 2명의 경우 담배연기로 유발되는 카드뮴 수치가 다행히 낮은 편이었다.

    과다한 독성물질과 미네랄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물질의 ‘경쟁 요소’를 공략하는 방법이 있다. 구리는 아연, 수은은 셀레늄과 상호 경쟁(competition) 관계다. 따라서 아연을 섭취하면 체내 구리 양이 감소하고, 셀레늄을 섭취하면 수은을 다소 줄일 수 있다. 이재철 반에이치클리닉 원장(통증의학과 전문의)은 “체내 구리 함량이 높으면 아연을 3개월간 섭취한 뒤 1개월 끊고, 다시 2~3개월 섭취한 뒤 검사를 해보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식습관 관리도 필수다. 바륨 수치가 높은 경우 인스턴트음식, 탄산음료, 유제품, 튀김 등을 제하고 마늘, 브로콜리 등 셀레늄이 함유된 음식을 먹어야 한다. 다만 수은 수치가 높은데 셀레늄 수치가 낮을 경우에는 참치 등 생선회를 주의해야 한다. 생선회에는 수은과 셀레늄이 다량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수은이다. 알루미늄이나 납 등 다른 독성물질에 비해 체외 배출이 쉽지 않다. 체내에 쌓이면 만성 중독이 될 개연성이 높다. 이재철 원장은 “한국에는 수은 중독환자가 많지만 스스로 심각성을 인지하는 경우가 드물다. 건강검진에 수은 중독 검사 항목을 필수로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수은 수치가 높은 환자는 자연 식이요법으로 개선이 어렵다”면서 “의사 조언에 따라 셀레늄이 들어 있는 혈관주사나 해독제 처방을 받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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