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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 밖의 과학

100년 전 달착륙 예측한 로버트 고다드

달착륙 50주년과 ‘망상가’ 불명예 벗은 과학자

100년 전 달착륙 예측한 로버트 고다드

[사진 제공·NASA]

[사진 제공·NASA]

‘고등학생 수준의 기초 지식도 갖추지 못한 과학자.’ 

1920년 1월 12일 미국의 대표 언론매체 ‘뉴욕타임스(NYT)’의 사설에서 한 논설위원이 누군가를 저격한 글이다. 도대체 저격 대상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기에 이렇게 치욕적인 조롱을 당해야만 했을까. 

50년 전인 1969년 7월 20일은 전 세계인 모두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미국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에서 내려 달 표면에 인류 최초의 발걸음을 새긴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 인간의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의 위대한 도약이다.” 암스트롱이 남긴 이 말은 우주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될 때마다 여전히 어딘가에서 들려온다. 달착륙, 그까짓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유난을 떨까.


30개의 지구가 들어갈 만큼 먼 거리

종횡무진 날아가는 소행성에도 우주선을 착륙시키는 지금에야 달착륙이 우습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지구 외 다른 행성에 사람이 선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화질은 좋지 않았지만, 최소 6억 명 이상이 숨죽인 채 그 광경을 목격했다. 인류 역사상 현실에서 벌어진 가장 위대한 퍼포먼스였던 것이다. 이 감동을 이해하려면 먼저 지구가 얼마나 거대한지부터 생각해보자. 

우리가 아무리 뛰어봐야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곳이 지구다. 비행기를 타고 이륙할 때면 잠시 지구를 떠난 것 같은 착각이 들지만, 10시간 이상 날아봐야 겨우 지구 위 다른 대륙에 도착할 뿐이다. 그런데 이 달이라는 녀석은 거대한 지구로부터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함께 언급되기에 마치 한량처럼 적당히 지구 근처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줄로 착각하지만, 달과 지구의 거리는 그 사이에 지구가 30개나 들어갈 정도로 멀다. 사람 머리통만 한 지구에 살고 있는 아메바가 멀찌감치 있는 달을 만나려면 30명이 서 있는 긴 줄을 어떻게든 지나쳐야 한다는 얘기다. 이제 쉽지 않아 보인다. 



어려운 과업에 대한 불신은 우리를 과학자에 대한 경외감으로 인도하는 대신, 음모론에 빠지게 만들었다. 달에 간다니, 말도 안 된다. 도무지 달에 갈 방법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공개된 모든 정보가 날조된 증거고 무조건 인류는 달에 간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그 이상의 대화는 서로의 감정만 소모할 뿐이다. 대화 상대에게 가망이 보일 때만 소중한 시간을 쓰도록 하자. 

달착륙이 비상식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뒷받침할 만한 정보가 부족해서다. 음모론은 대부분 정보 부재로부터 시작된다.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마다 그 사이 연결고리를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펼치는 것이다. 과학은 상상을 기반으로 하지만 모든 상상의 나래가 과학적인 것은 아니다. 달에서 성조기가 펄럭거리는 이유나 그림자 방향처럼 흔한 건 제외하고 몇 가지만 짚고 넘어가보자.


정보 부족이 음모론을 낳는다

영화에서 보면 보통 거대한 발사대를 세우고 거창하게 카운트다운을 한 후 육중한 로켓이 발사된다. 그리고 달착륙을 위한 우주선도 그렇게 지구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문제는 달에는 이런 발사대나 시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착륙은 그렇다 쳐도 돌아올 방법이 없기 때문에 애초에 달에 갔을 리 없다는 것이 음모론자들의 주장이다. 이제 사라진 정보가 무엇인지를 알아볼 차례다. 

최초의 달착륙은 아폴로 계획의 9번째 우주선인 11호에서 이뤄졌다. 아폴로 11호에는 3명의 우주비행사가 타고 있었는데, 달 표면에 착륙한 사람은 단 2명!
ㅌ ‘퍼스트 맨’이어서 유명해진 닐 암스트롱과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속 버즈의 실제 모델인 버즈 올드린이다. 그렇다면 놀이공원의 지척까지 가놓고도 회전목마 하나 타지 못한 비운의 우주인은 누구인가. 바로 사령선 조종사인 마이클 콜린스다. 

왜? 달 탐사용 우주선이 달에 완전히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착륙선만 잠시 달에 내려주고, 모선인 사령선은 달 주위를 돌다 탐사가 끝난 후 폴짝 뛰어오른 착륙선을 붙잡고 지구로 귀환한다. 달에서는 착륙선을 사령선까지만 올려주면 충분하기 때문에 지구처럼 발사대가 불필요한 것이다. 

정말로 달에 갔다면 아폴로 11호 이후 왜 미국 우주인은 또다시 달에 가지 않는가라는 질문도 있다. 너무 유명한 아폴로 11호 때문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 그 뒤로도 계속 달에 갔다. 12호도 성공, 13호는 고장이었으나 다행히 무사 귀환했고 14호, 15호, 16호, 17호까지 계속 갔다. 최근에 안 가는 이유는 그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신작 게임들이 계속 출시돼 굳이 고전 게임에 손대지 않듯, 아직 못 가본 우주가 끝없이 많은데 굳이 의리로 달에 갈 이유는 없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 이상. 

이미 달 주위 정찰위성으로 표면을 수도 없이 찍었으며, 사진 속에는 지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심지어 세계 각국은 미국이 달에 두고 온 거울에 레이저를 쏴 달과 지구의 거리를 측정한다. 모든 흔적을 조작하는 데 노력을 쏟을 바에는 차라리 달에 한번 다녀오는 게 낫지 않을까.


로켓을 이용한 달착륙, 100년 전 예측

100년 전 달 탐사 가능성을 제시한 로버트 고더드. 고더드가 자신의 발명품인 액체 추진 로켓을 발사대에 설치하고 있다. 포드 트럭으로 로켓 발사대를 이동시키고 있는 고더드(위부터). [사진 제공·NASA]

100년 전 달 탐사 가능성을 제시한 로버트 고더드. 고더드가 자신의 발명품인 액체 추진 로켓을 발사대에 설치하고 있다. 포드 트럭으로 로켓 발사대를 이동시키고 있는 고더드(위부터). [사진 제공·NASA]

음모론이 아직도 논란이 될 정도로 믿기 힘든 달착륙이었기에, NYT조차 최초의 이론적 시도를 신뢰하지 못했다. 그들이 조롱했던 과학자는 바로 시대를 앞서간 선구자이자, 미국 우주개발 역사에서 가장 큰 후회로 남아 있는 로버트 고더드(1882~1945)다. 

1919년 그가 쓴 80쪽짜리 책 ‘극단적 고도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에는 달 탐사의 가능성이 제시돼 있었지만, 모두가 그를 전문성이 없는 망상가라고 비웃었고 그는 살아생전 자신의 위대한 업적을 인정받지 못했다. 만약 당시 미국 정부가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면, 아마 우리는 로켓을 자가용처럼 타고 다니는 세상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후에야 로켓의 가능성을 깨닫고 그를 미국 로켓의 아버지로 치켜세웠지만, 이미 그는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아폴로 11호(오른쪽)가 성공적으로 발사된 다음 날인 1969년 7월 17일, 49년 전 로버트 고더드를 폄하한 사설(맨 위)에 대해 정정기사와 함께 사과문을 발표했다. [뉴욕타임스, 사진 제공·NASA]

미국 ‘뉴욕타임스’는 아폴로 11호(오른쪽)가 성공적으로 발사된 다음 날인 1969년 7월 17일, 49년 전 로버트 고더드를 폄하한 사설(맨 위)에 대해 정정기사와 함께 사과문을 발표했다. [뉴욕타임스, 사진 제공·NASA]

아폴로 11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된 다음 날인 1969년 7월 17일, 콧대 높던 NYT는 49년 만에 정정기사와 함께 사과문을 발표했다. 로켓은 진공 속에서 분명히 작동할 수 있으며, 49년 전 실수에 대해 후회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지금, 미국 메릴랜드주에는 고더드 우주비행센터가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고더드가 로켓 연구개발에 기여한 공로와 명예를 기리고자 주요 연구소에 그의 이름을 붙였다. 

세계 최초로 액체 추진 로켓 발사에 성공한 고더드. 그는 고등학교 졸업식 당시 졸업생 대표로 이런 말을 남겼다. “불가능이 무엇인지는 말하기 어렵다. 어제의 꿈은 오늘의 희망이며 내일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100년 전 한 몽상가는 책 한 권으로 어릴 적 꿈을 제시했고, 50년 전 인류는 그가 꾸던 희망에 멋지게 도달했으며, 오늘날 우리는 그가 만들어준 현실을 디딤돌 삼아 새로운 꿈과 희망으로 향하고 있다.


궤도_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학부 및 대학원을 졸업한 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감시센터와 연세대 우주비행제어연구실에서 근무했다. ‘궤도’라는 예명으로 ‘팟캐스트 과장창’ ‘유튜브 안될과학’을 진행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궤도의 과학 허세’가 있다.






주간동아 2019.07.19 1198호 (p68~70)

  • 궤도(예명, 과학 커뮤니케이터) nasabol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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