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86

2019.04.26

캣닥터 이영수의 세·모·고(세상의 모든 고양이)

고양이는 이빨이 빠지면 평생 동안 나지 않나요?

  • 수의사·백산동물병원장

    vetmaster@naver.com

    입력2019-04-30 11: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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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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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어릴 때 이갈이를 하면 평생 영구치를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동물은 어떨까. 상어나 악어 같은 동물은 평생 이빨이 빠지고 다시 나기를 반복한다. 그런데 고양이도 영구치를 발치하면 다시 이빨이 날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포유류는 대부분 유치가 빠지면 이후 영구치를 가지고 살아간다. 

    따라서 고양이도 영구치를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 진료하다 보면 열다섯 살이 넘었는데도 건강한 영구치를 가진 고양이도 있고, 세 살인데도 치주염 등으로 고생하는 고양이도 있다. 다음은 고양이 치아와 관련해 주로 받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이다.

    Q. 고양이는 언제쯤 이갈이를 하나요?

    보호자가 간혹 동물병원에 와서 ‘우리 아이가 몇 개월 정도 됐나요’ 하고 묻는다. 수의사는 생후 몇 주 동안은 탯줄이 떨어지거나 눈을 뜨는 시기를 보면서 나이를 짐작한다. 이후에는 치아 상태를 본다. 생후 6개월까지는 유치가 나거나,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거나, 영구치가 모두 나는 시기를 보면서 나이를 짐작한다. 

    ‘표’처럼 치아별로 영구치 나는 시기가 다르다. 예를 들어 송곳니 영구치가 이미 났다면 최소 생후 12주는 지났다고 보면 된다. 만약 영구치가 나온 후에도 유치가 빠지지 않아 덧니가 생기거나, 시기가 훨씬 지났는데도 영구치가 나지 않은 경우에는 동물병원을 찾아 확인해야 한다.

    Q. 고양이 이빨은 몇 개이며 치아 모양은 강아지와 다른가요?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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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보호자가 고양이의 이빨은 강아지와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양이는 완전한 육식동물이고 강아지는 잡식동물이라 이빨의 모양이나 개수부터 차이가 난다. 강아지의 경우 사람의 어금니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어금니가 있는 반면, 고양이는 사람처럼 맷돌같이 서로 부딪쳐 음식을 으깨 먹는 이빨이 없다. 고양이도 어금니가 있긴 하지만 어금니의 용도는 사냥한 뒤 고기를 먹을 때 찢는 기능에 특화돼 있다. 고양이와 강아지가 사료를 먹는 모습을 유심히 보면 이해하기 쉽다. 강아지는 사료를 입에 한가득 넣고 사람처럼 씹어 먹는 데 반해, 고양이는 사료 몇 알씩을 입에 물고 많아야 두세 번 깨뜨려 먹는다. 



    개에게 발견되는 큰 어금니(동그라미)가 고양이에게는 거의 발달하지 않는다. 개의 치아 모형(왼쪽)과 고양이의 치아 모형. [사진 제공 · 이영수]

    개에게 발견되는 큰 어금니(동그라미)가 고양이에게는 거의 발달하지 않는다. 개의 치아 모형(왼쪽)과 고양이의 치아 모형. [사진 제공 · 이영수]

    그렇다면 고양이의 이빨은 몇 개일까. 유치는 26개이며 영구치가 모두 나오면 30개의 이빨을 갖게 된다. 개의 영구치는 42개다.

    Q. 고양이도 충치가 생기나요?

    충치는 보통 입안의 특정 박테리아가 음식의 당분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산성 물질이 만들어지고, 이 물질이 치아를 부식시키는 과정에서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고양이는 당분을 거의 먹지 않으며, 고양이 입안에는 충치를 일으키는 박테리아가 없어 충치가 생기지 않는다.

    Q. 고양이의 송곳니가 부러졌어요. 어떻게 해야 하죠?

    고양이의 치아가 부러진 경우 대부분 송곳니이며 그중에서도 90% 가까이가 위쪽 송곳니다. 위쪽 송곳니가 잘 부러지는 이유는 고양이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몇m 높이에서 뛰어내려도 착지는 잘하지만, 머리 무게 탓에 착지할 때 머리가 순간적으로 땅에 닿으면 가장 길게 튀어 나와 있는 위쪽 송곳니가 부러지기도 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고양이의 치아도 여러 층으로 돼 있고 안쪽에는 흔히 신경치료할 때 언급하는 치수라는 공간이 있다. 이 치수라는 공간은 치아 뿌리까지 연결돼 있고 신경과 혈관들이 자리해 노출될 경우 치아가 시리거나 통증을 느끼게 된다. 또한 송곳니가 부러져 치수가 노출될 경우 입안의 세균들이 거기로 들어간다. 당장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부러진 치아는 결국 치아 뿌리에 염증을 유발해 잇몸이 붓고 통증까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고양이의 송곳니가 골절된 경우 동물병원에서 치아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송곳니가 치수 부위까지 노출돼 부러진 경우라면 사람처럼 신경치료를 하거나 뽑아야 한다.

    Q. 고양이 치아흡수성병변이란 무엇인가요?

    고양이 치아흡수성병변을 간혹 충치로 오해하는데 다른 질병이다. 충치는 충치균에 의해 치아 표면이 부식되는 질환이다. 하지만 고양이 치아흡수성병변은 정확한 원인 없이 치아 뿌리부터 부식되고, 점차 뼈에 흡수돼 치아가 점점 없어지는 질병이다. 처음에는 치아 표면에 빨간 점이나 작은 부식 부위가 보이다 결국 치아가 없어지게 된다. 치아 뿌리만 부식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눈으로 보이는 치아 부위(크라운)로 부식이 진행돼 치아가 깨진 것처럼 보이면 고양이가 통증을 느끼게 되므로 반드시 뽑아야 한다. 

    아직까지 진행을 막을 수 있는 뚜렷한 치료 방법이 없어 방사선 진단 후 뽑는 것으로 예방하고 있다. 치주염이 있는 경우 치아흡수성병변의 진행이 빨라진다는 연구 발표가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보통 나이가 들면서 천천히 진행되며 가장 많이 발생하는 치아가 양쪽 아래 첫 번째 어금니다.

    Q. 고양이 구내염이 무엇인가요?

    고양이의 치아 엑스레이 사진. [사진 제공 · 이영수]

    고양이의 치아 엑스레이 사진. [사진 제공 · 이영수]

    고양이 구내염(고양이 만성구내염)은 강아지와 사람에게서 발생하는 치주염과는 다른 질병이다. 치주염은 치석이 생긴 치아를 둘러싼 잇몸 주위에만 생기는 반면, 구내염은 입안 전체, 특히 목구멍이나 혀에까지 염증이 생긴다. 이 경우 통증이 매우 심하고 결국 밥을 전혀 먹지 못해 내원하게 된다. 

    현재 고양이 만성구내염의 경우 여러 가지 원인이 지목되고 있지만 특정 원인이 밝혀져 있지는 않다. 사람의 면역 과민성 질환과 유사하다고 생각된다. 구내염 치료는 어금니 전체를 발치하거나 모든 치아를 발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내염은 가장 치료가 어려운 치과 질병으로 꼽히는데, 모든 치아를 발치한 후에도 20~30%의 고양이가 계속 내과적으로 약물치료를 받지 않으면 재발하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양치나 치석, 플라그 관리가 매우 어렵지만 발치 후에는 특히 구내염 관리를 잘해줘야 한다. 

    또한 염증이 오래 진행되지 않은 발병 초기에 발치한 경우 치료율이 더 좋다. 따라서 구내염이 의심된다면 동물병원에 내원해 치아 상태를 확인한 뒤 구강 관리를 하거나 내과 치료 또는 발치 수술이 필요한지 검사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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