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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구의 지식 블랙박스

모기와 전쟁, 최강의 무기는?

노벨상 수상 화학물질을 능가한 고대의 병기

모기와 전쟁, 최강의 무기는?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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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이면 귓가에서 앵앵거리는 모기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다. 모기는 호흡할 때 이산화탄소를 많이 내뿜는 사람이나 체온이 높은 사람을 선호한다. 다행히 나는 호흡량이 많은 편이 아니고, 몸도 찬 편이다. 그런데 왜 모기는 나를 가만두지 않을까. 알고 보니, 모기가 유독 좋아하는 체취를 타고난 사람도 있단다. 나는 그렇게 유전자가 나쁜 경우다. 

모기 한두 마리가 집에 들어온 날에는 잠결에 손사래를 치며 난리를 치다 결국 불을 켠다. 그렇게 모기와 승강이를 벌이고 나면 어느새 잠이 깬다. 모기를 잡았는데 배 속에 붉은 피를 가득 담고 있었던 것을 보면 화가 치민다. 슬그머니 짜증도 난다. ‘4차 산업혁명’ 어쩌고 하는 과학기술 시대에 이런 한낱 미물을 때려잡지 못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지금으로부터 70년 전, 그러니까 20세기 중반만 해도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21세기가 되면 말라리아 같은 무서운 전염병을 옮기는 해충은 박멸되리라 생각했다. 보통 사람뿐 아니라 과학자 대부분도 그런 전망을 공유했다. 바로 그즈음 한때 ‘기적의 살충제’로 불리던 디디티(DDT)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대다수 선진국에서 사용을 금지한 DDT의 요즘 상황을 염두에 두면 ‘기적의 살충제’ 같은 별명이 우습게 보인다. 하지만 당시는 달랐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동남아시아 정글에서 모기를 퇴치하는 데 쓰이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은 DDT는 전쟁이 끝나자 전 세계에 인기리에 보급됐다.


살충제, 모기는 못 잡고 환경운동을 낳다

DDT의 효과가 얼마나 극적이었는지는 인도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다. 1951년 인도 말라리아 환자는 약 7500만 명이었다. 인도 정부는 1953년부터 모기 퇴치를 목적으로 DDT를 살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8년 만인 1961년 말라리아 환자는 약 5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 

이런 효과 덕분에 DDT가 살충제에 맞춤한 화학물질이라는 사실을 발견한 파울 뮐러는 1948년 노벨의학생리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뮐러가 세상을 뜨기 전(1965) 이미 이상한 조짐이 감지됐다. 인도 말라리아 환자 수가 1965년 10만 명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1970년대 후반에는 인도 말라리아 환자가 다시 약 5000만 명 수준이 됐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짐작대로다. 모기가 DDT 같은 살충제에 내성이 생긴 것이다. DDT로 더는 모기 같은 해충을 잡을 수 없게 되자, 화학 회사는 더 센 살충제를 만들기 시작했다. 모기는 어김없이 더 센 살충제에도 내성을 보였다. 뮐러가 노벨상을 받은 지 30년도 안 돼 DDT 같은 합성 화학 살충제로는 모기를 퇴치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뿐 아니다. DDT 같은 살충제가 해충은 물론이고 조류, 포유류 등 야생동물, 더 나아가 사람에게도 심각한 해를 끼친다는 사실이 하나 둘씩 확인되기 시작했다. 과학자 레이철 카슨은 봄이 와도 새가 울지 않는 ‘침묵의 봄’을 경고하고 나섰다. 

카슨이 1962년 펴낸 ‘침묵의 봄’은 DDT 같은 합성 화학 살충제의 위험에 경종을 울렸을 뿐 아니라, 환경운동의 등장을 자극했다. DDT가 모기를 잡는 데 실패한 대신 환경운동을 낳은 것이다. 

이제 합성 화학 살충제로 모기 같은 해충을 퇴치할 수 있다고 믿는 과학자는 아무도 없다. 이런 인식은 모기약의 변화로도 감지된다. 요즘 가장 유행하는 모기약은 살충제가 아니라 모기를 피하는 기피제다. 언젠가부터 세계보건기구(WHO)도 피부나 옷에 뿌리거나 바르는 기피제를 권장한다. 

기피제는 살충제와 원리부터 다르다. 기피제 안에는 모기가 냄새를 제대로 맡지 못하도록 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 기피제를 바르면 나처럼 모기가 좋아하는 체취를 가진 사람도 모기의 표적이 되지 않는다(기피제 가운데 ‘이카리딘(Icaridin)’ 성분이 들어있는 것이 좀 더 안전하다).


2500년 전부터 사용한 모기장

말라리아를 예방하기 위해 모기장 안에서 쉬는 산모와 아기(오른쪽). 유모차에도 모기장을 씌워 아기들을 보호하고 있다. [shutterstock, 동아DB]

말라리아를 예방하기 위해 모기장 안에서 쉬는 산모와 아기(오른쪽). 유모차에도 모기장을 씌워 아기들을 보호하고 있다. [shutterstock, 동아DB]

세계보건기구 같은 보건당국이 기피제보다 훨씬 안전하고 좀 더 효과적인 모기 막는 방법으로 꼽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모기장’이다. 집 안이나 생활공간에 모기장을 설치하면 효과적으로 모기의 접근을 차단할 뿐 아니라, 살충제나 기피제 같은 화학물질을 뿌리거나 바르지 않아도 되니 인체와 환경에도 안전하다. 

그렇다면 인류가 모기장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놀랄 만한 기록이 있다. 흔히 ‘역사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가 기원전 440년쯤에 쓴 ‘역사’에 모기장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헤로도토스는 고대 이집트의 풍습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기록했다. 

‘그들은 그곳의 엄청나게 많은 모기떼를 다음처럼 대응한다. (중략) 그곳 사람은 저마다 그물을 갖고 있다. 그들은 이 그물을 낮에는 물고기 잡는 데 쓰지만, 밤에는 다른 용도로 쓴다. 그들이 잠을 자는 침상 주위에 그물을 치고는 그 안에 들어가 잠을 자는 것이다. (중략) 모기는 그물을 뚫고 물 엄두를 내지 못한다.’ 

얼마나 생생한 묘사인가! 헤로도토스는 낮에 물고기 잡을 때 쓴 그물을 밤에 뒤집어쓰고 잤다고 설명했지만, 이집트 사람이 바보가 아닌 이상 성긴 그물을 덮고 잠들었을 리는 없다. 그물과 비슷한 모양의 모기장을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부터 사용했던 것. 현재 가장 효과적인 모기 막는 방법으로 꼽히는 모기장은 사실 2500년 전부터 쓰인 ‘오래된’ 과학기술이었다. 

모기장은 우리한테 한 가지 흥미로운 지혜도 준다. 4차 산업혁명 같은 주문에 홀린 나머지 우리는 지금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항상 ‘새로운’ 과학기술이 답을 내놓으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때로는 모기장 같은 아주 ‘오래된’ 과학기술이 어떤 골치 아픈 문제(모기)를 해결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일 수 있다. 

평소 모기한테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이라면 모기가 좋아하는 체취를 물려준 부모나 조상을 탓하지 말고 모기장부터 장만할 일이다. 당장 나부터.




주간동아 2018.07.25 1148호 (p72~73)

  • | 지식큐레이터 imtyi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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