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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세 가지 파도 닥친 한반도, 2~3개월 내 빅딜이 마지막 기회”

현인택 고려대 교수 | 제8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 ‘평창올림픽 이후 한반도는?’

“세 가지 파도 닥친 한반도, 2~3개월 내 빅딜이 마지막 기회”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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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북 군사옵션 사용이라는 한반도 위기는 한미 균열의 심화, 북한의 도발 지속, 미국 국내 여론의 합의라는 세 가지 조합에 의해 올 것이다. 큰 배도 세 가지 파도를 맞으면 침몰할 가능성이 높다.” 

현인택 고려대 교수(전 통일부 장관·사진)는 동아일보사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2월 19일 ‘평창올림픽 이후 한반도는?’을 주제로 개최한 제8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서 한반도 상황을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이어 “남북정상회담 추진은 양날의 칼과 같아서 고도의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현 교수 강연의 주요 내용이다.

지금 평창동계올림픽에 잠시 가려져 있지만 곧 한반도 상황의 본모습이 드러날 것이다. 그것은 북핵과 장거리미사일 문제로 악화된 한반도 위기다. 북한의 최근 행태를 보면서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기시감(데자뷔)이다. 북한은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때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을 파견해 평화 공세를 퍼부었다. 이번에도 김정은은 김영남과 여동생 김여정을 파견했다. 전형적인 ‘판 흔들기 전략’에 따른 평화 대공세다.


북의 평화 공세는 판 흔들기 전략

북한은 대북제재 영향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이은 강경 발언과 선제 타격론이 급부상하고 있어 위기를 느끼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북한은 평화 공세가 먹힐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이를 시도한다. 과거 몇 차례 시도했고 그것이 먹혔다. 김여정이 온 것은 분명 평화 공세이고 우리가 이것을 받았기 때문에 북한의 평화 공세는 대성공을 거뒀다. 

두 번째로 미국은 이번 북한의 평화 공세를 ‘납치(hijacking)’로 본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말과 행동에서 모든 것이 나타났다. 펜스 부통령은 리셉션에서 김영남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상무위원과 조우조차 거절했다. 대북압박과 제재 강도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마지막으로 남북관계에 큰 장, 파시(波市)가 섰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바뀔 듯한 착시 현상에 빠져 있다. 그러나 우리가 곧 맞닥뜨릴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강력한 대북제재가 놓여 있고, 북한은 비핵화로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일 생각이 없다. 여기에 미국은 군사옵션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모든 위기, 문제의 본질은 북한의 핵과 장거리미사일이 완성 단계에 와 있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 미국 조야에서는 몇 개월로 생각하고 있다. 이번 북한의 평화 공세로 대북제재 분위기가 느슨해지는 것이 통탄스럽다. 북핵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안보를 넘어 국제안보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문제다. 

지금 한반도에는 한미 균열의 심화, 북한의 도발 지속, 미국 국내 여론의 합의라는 위기의 세 가지 파도가 몰려올 것이 우려된다. 큰 배도 세 가지 파도를 맞으면 침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평창 이전과 평창 이후는 어떻게 달라질까. 이제 북한의 평화 대공세로 한미 간 균열이 심화될 공산이 커졌다.  북한도 한동안은 도발을 자제할 터다. 그러나 반응이 시원치 않으면 다시 도발할 것이다. 평창 이후 남북대화의 길이 열렸다고 반드시 상황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앞으로 한국은 남북관계를 고리 삼아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려 시도할 것이고, 그럴수록 미국과 견해차는 커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원칙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좋은 뜻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국제정치, 특히 북핵 문제를 둘러싼 국제정치는 거대한 체스판과 같다. 강대국 주요 플레이어들뿐 아니라, 유럽 국가들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결국 한국이 모든 국가를 상대해야 하는데, 이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모르고 나섰다면 무모한 것이고, 알고 나섰다면 살얼음판에 선 것이다. 이 체스판의 북핵 게임이 거의 마지막에 와 있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북한만 보다가는 결정적 패착을 둘 수 있다. 더 위에서 판을 보고 미국과 긴밀하게 협조하는 가운데 대화든 압박이든 해야 돌파구가 열릴 것이다. 

시급한 현안은 한미연합훈련이다. 더는 연기하거나 규모를 축소하기 어려울 터다. 이것이 남북대화의 조건이 되는 그런 대화는 결과를 안 봐도 뻔하다. 정부가 한미연합훈련을 좌고우면한 채 북한 눈치를 보면서 행동한다면 한미동맹은 파열음을 내기 시작할 것이다. 

대북특사와 남북정상회담은 하나로 연결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건을 만들어서”라는 단서를 달아 답한 것은 적절해 보인다. 일단 공을 북쪽으로 넘김으로써 여러 가지 검토할 여유가 생겼다. 남북정상회담 개최 여부는 현 정부가 고도의 전략적 판단으로 결론을 내려야 한다. 남북정상회담 추진은 곳곳이 지뢰밭이라, 잘못 디디면 역사에 오명을 남길 수 있다.


노 레짐 체인지 vs 완전한 비핵화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할까. 실낱같은 희망이 있다면 미국이 최대 압박전략과 군사옵션을 저울질하면서도 협상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는 점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북한과 대화를 염두에 두고 몇 가지 조건을 말하고 있다. 그중 ‘레짐 체인지’를 안 하겠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협상의 마지노선은 미국의 ‘노 레짐 체인지’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맞바꾸는 빅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협상을 안 하고 버티는 경우도 생각해보자. 미국은 북한이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판단하면 더욱 강력한 제재로 맞설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레짐 체인지를, 군사적으로는 선제타격 카드를, 외교적으로는 더욱 강화된 제재 조치를 꺼내 들 것이다. 또한 북한과는 가망이 없다고 생각해 중국과 빅딜을 시도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빅딜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고 절실해졌다. 김정은 정권도 이성적이라면 100%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김정은이 이성적이고, 전략적이며, 미래를 보고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빅딜은 단 한 번의 마지막 기회다. 

빅딜을 위해서는 몇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정교한 ‘로드맵’이다. 남북대화, 북·미 대화, 그리고 필요하면 한미북 삼자대화, 대타협이 될 경우 이를 추인하기 위한 확대 대화 같은 안이 포함될 수 있다. 무엇보다 한미가 사전에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 

둘째, 과거처럼 협상을 2~3년 끌 수 없다. 2~3개월이면 충분하다. 협상의 시작과 끝 시점을 정해야 한다. 그래야 합의에 이르든, 아니면 각자의 길로 돌아가든 빨리 결정할 수 있다. 

셋째, 기존 제재의 해제가 전제조건이 돼서는 안 된다. 남북대화를 하면 북한은 과거처럼 온갖 조건을 내걸 공산이 크다. 북한에 전제조건을 달지 말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넷째, 합의를 깰 경우에 대한 제재가 명확해야 한다. 합의 불이행 시 구체적 제재가 합의문에 명기돼야 한다. 2005년 9·19공동성명 합의는 북한이 걷어차면서 무산됐다. 합의 불이행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정치적·군사적·기술적·경제적 조항은 물론, 구체적인 이행 시기와 방법, 검증 과정이 합의문에 들어가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 합의는 한반도 안보의 새로운 디자인이 될 것이다. 한반도호는 지금 격랑 속에서 마지막 삼파(三波)를 타고 있다.




주간동아 2018.02.28 1127호 (p60~61)

  • | 윤융근 화정평화재단  ·  21세기평화연구소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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